19세기에 마셜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자본 가운데서도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사람에 투자된 자본이다. 사람에 투자한자본 가운데서도 가장 귀중한 것은 어머니의 돌봄과 영향력에서 나온다. 어머니가 다정하고 이기적이지 않은 성향을 가지고 있는 한 그러하다. 앞선 20년과는달리 1920년대에 이미 가사노동이 사랑으로 하는 노동이라 강조되었고, 4 이 개념은 1930년대가 되면 현대 가족이 제대로 작동하는 데 핵심 요소로 제시된다. 가족은 생산 재개 시도와 새로운 복지 체계를 이어주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 P137

나는 언제나 우리가 어떤 차이를누구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지, 차이가 누구에게 문제가 되고 누구에게 이득이나 약점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 P142

우리가 페미니즘 운동을 할 당시에는 중대한 위계질서를 만들어 내는 하나의 차이를 식별하는 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임금 경제에서 남성은 상품 생산자로서 자본주의적 성별 노동 분업에 따라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된다. 이때노동력을 재생산하는 자로서 임금 없는 노동자가 되면 차이가 발생한다. 우리는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10여 년간 바삐 움직였다. 나머지 문제들은 이 근본적인사실에서 파생된 것에 불과했다.  - P143

모든 관계는 권력관계이다 - P144

1970년대 말, 이탈리아 및 다른 발전된 국가들에서는 자기 몸과 자기 자신을인간으로서 재전유하면서 여성의 자율성이 크게 진일보했다. 자발적 임신 중단에 관한 법률 및 꼰술또리오(가족 상담 클리닉) 도입 법률처럼, 여성이 자율성을갖는 데 핵심이 되는 법률이 승인되었다. 이혼에 관한 국민투표에서 승리하고, 새로운 가족법 체계가 마련된다. 

그러나 여성의 자율성은 가사노동이나 돌봄 노동측면에서 불안정한 상태로 남아 있었고, 모성 거부처럼 무거운 희생이 따라오는노동을 거부하는 일,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일 때문에 발이 묶여 있었다. 동시에,
바로 이 해방 투쟁의 결과 가사노동이 차츰 눈에 보이는 노동, 임금 있는 노동이되어갔다. 1970년대는 유엔 이 페미니즘 운동의 물결을 타고서 여성의 환경을주제로 세계 회의를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 P151

전쟁을 좋아하는 신자유주의 정치는 전 세계 재생산 노동을 새롭게 분할하고 있다. 이른바 개발도상국이나 과도기‘로 규정되는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 민주주의로 가는 과도기) 국가 출신 여성들이 점점 더 많이 선진국에 재생산 노동을 하러 온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망가진 재생산 환경, 특히 가정의 재생산 환경을 뒤로 한 채 떠나왔다. 남은 이들은 훨씬 더 큰 고역을 치르면서 가족의 재생산 환경을 수습하는데, 최소한 다른 나라로 이주해 간 여성들이 보내오는 송금액으로 보상을 받긴 한다. 

노동하는 사회 다수의 계층화를 전 세계적으로 재정립하고 심화시키기 위해, 보다 주변적‘이라고 여겨지는 지역의 재생산은 완전히 파괴당한다.
저렴한 노동력을 생산하여 발전이 더 많이 이루어진 지역의 재생산 부문에서 일하게 하려는 계획임이 분명하다. 

이로써 국가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재생산 관련문제를 직면하지 않아도 되고, 결정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재정 부담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

👆👆👆👆👆 - P153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남녀 모두가 더 적절한 노동 보수를 받고, 자유 시간을 더 많이 가지는 것이다. 집 안에서는 논밭에서든 삶의 물질성, 삶을 보호하는 노동의 물질성을 인정해야 한다.24 그 물질성이 인간관계 및 땅과 연결되는 방식을 인정해야 한다. 삶의 물질성, 노동의 물질성을 인정하는 건 여성의 노동과 소농의 노동에도 마찬가지로적용된다.

여성은 아이 때문이든 노인 때문이든 모두가 추구하고 바라는 자율성이 막다른 상황에 직면했음을 보여 주었다. 오늘날 아동 돌봄이나 노인 돌봄의 부담을 안고 있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면, 이 차이는 축하가 아니라 파괴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다 같이 힘을 모아 돌봄 노동을책임지고, (공유란 공공‘을 소진하는 것이 아니므로) 돈과 서비스를 보다 더 실질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배분하도록 국가에 요구함으로써 돌봄 노동에 존재하는 차이를 허물어야 한다

👈👈👈👈👈 - P160

〈로따 페미니스따〉는 자본주의적 성별 노동 분업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강조하는 정치적 관점을 갖고 있었다. 남성의 상품 생산 노동에는 보수가 주어지는반면, 여성의 노동력 생산 및 재생산 노동은 그렇지 않았다. 임금 경제에서 임금없는 노동자가 된다는 것은 여성에게 견딜 수 없는 모순이었다. 이런 차이 때문에 남녀 사이에 위계가 만들어졌다. 주부(당시 이탈리아는 주부 비율이 특히 높았다)는 끊임없이 가족 전체를 재생산하는 노동을 수행하도록 요구되지만, 남성의 부양에 의존해야만 하고, 이 의존 상태가 삶의 모든 선택지들을 방해했다. 

60년대 후반~70년대초 이탈리아 페미니즘운동

👆👆👆👆👆 - P168

모순을 깨는 것은 거대한 문화적 각성이기도 했다. 집 밖의 노동을 통한 해방 대신 가사노동이라는 쟁점이 페미니즘 운동 전반을 지배했다. 심지어 가사노동 임금 지급 요구를 공유하지 않는 집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성은 돈을 받지 않고 무한히, 자진해서 타인을 재생산하는 여성성을점점 더 거부했다.

이런 문제 상황의 바탕에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 깔려 있었다. (가정을 사용가치가 생산되는 장소, 노동력 비축기지, 단순히 소비가 일어나는 장소로만 보는 이들과 대조적으로) 가정은 다른 무엇보다도 생산이 일어나는 장소이며, 가정에서 노동력이 매일 생산 및 재생산된다. 자본주의적 성별 노동 분업에 따라 이런 일을 무상으로 하도록 떠맡은 주체가 여성이다. 

이것이 여성의 상황을 규정하며, 삶의 모든 선택지를 위태롭게 했다. 공장이 생산의 한 축이라면, 여성과 여성이 집에서 하는 노동은 생산의 다른 한 축을 구성하고, 이 축을 중심으로 이른바 사회적 공장이 돌아간다. 

👆👆👆👆👆 - P169

임금이 실제로 어떻게 지불 노동뿐만 아니라 엄청난 부불 노동까지 하게 만드는지 역설한 일은, 제1세계와 제3세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실마리를 제공했다. 또, 현재와 같이 세계화된 경제 상황에서, 어떻게 기존 주체들과 새로운 주체들이 선진 자본주의 지역과 개발도상국의 농촌 및 도시 지역에서 모두 상당한 재생산 노동을 하고 있는지 분석할 수 있게 해 주었다.

🐷🐷🐷🐷🐷 - P169

가사노동이 정신적 정서적 재생산이라는 매우 폭넓고 복잡한물질적, 비물질적 노동임이 드러나자, 임금 요구와 경제적 인정이 매우 중요해졌다. 가사노동이 경제적 측면에서 여성의 삶을 사실상 좌지우지했기 때문이다. 여성은 차별을 당할 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한 부담을 감당하려고 자기 자신을 차별해야 한다. 여성은 이미 지친 상태로 노동 시장에 들어서는 한 마리의 말과 같다.  

🐷🐷🐷🐷🐷 - P170

섹슈얼리티, 출산, 임신 중절은 매우 중요한 투쟁 영역이었다. 병원에서 벌어진 격렬한 투쟁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투쟁 분야를 토대로 상당한 수준의분석 연구가 이뤄지기도 했다. 마녀사냥을 시초 축적이라는 거시적 과정에서 재해석한 연구를 생각해 보라.15 이런 연구는 산파들이 주요 희생자가 된 게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산과 영역을 남성들이 장악하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국가는 실제로 노동력 재생산을 통제했는데, 그 과정에서 관련 지식을 여성에게서 빼앗았고 당시에 막 태동하고 있던 의학계에 의지했다. - P172

(과거)영국에서는 빈민이 노예의 처지로 떨어지는 일이 비교적 제한적으로 발생했으나, 머지않아 자본은 훨씬 더 거대한 규모의 노예제를 출범시킨다.
당시 유럽 인구에 버금가는 수의 사람들을 아프리카에서 쫓아내 대서양 연안 노예 무역을 거쳐 아메리가 대륙 및 카리브해 지역으로 데려간 것이다(현재)그런데 노예제가 사라지기는커녕 자본주의 체제에서 암묵적이고 드러나지않는 상수數 가운데 하나로 지속되고 있다. 주요 금융 기관들은 세계 대부분지역에 빈곤을 가져다주고, 모든 가족 구성원이 채권자에게 빚을 갚으려고 노예 상태로 동원된다. 노동자는 가축 농장,농원,광삭에서,아이들은 카펫 직조 공방에서 노예와 다를 바 없이 일하고 있다. 여성은 납치되거나 그밖의 강압적인 방식으로 성산업에서 일하게 된다. 그런데 이조차 몇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 - P185

시초 축적기, 즉 대대적인 강제수용이 이뤄지면서 임금이 있는 자유로운 노동자가 생겨난 시기에, 역사상 가장 거대한 집단 성 학살 사례가 발생했다. 대마녀사냥, 그리고 명백히 여성을 겨냥한 다른 일련의 조치가, 노동력을 생산 및 재생산하면서도 임금이 없고 부자유한 여성 노동자를 만들어 내는 데 핵심적으로기여했다.12 여성은 전자본주의 경제에서는 흔했던 생산 및 자급생활 수단을 빼앗기고, 대체로 수공예 영역에서 제외되거나, 제조업이 제공하는 새로운 일자리에도 접근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이 살아남으려면 근본적으로 두 가지선택지밖에 없었는데, 바로 결혼 아니면 성매매였다. 집 밖에서 일정 유형의 소득을 얻게 된 여성들조차 가계 소득이 부족해서 혹은 저임금을 보완하려고 성매매를 지속했다. 성매매가 이 시기에 처음으로 여성들이 대거 뛰어든 하나의 직업이되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제조업 시기에 프롤레타리아 여성 개개인은 근본적으로 성매매 여성으로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 - P185

이처럼 해결할 수 없는 모순으로 가득한 여성의 상황, 즉 임금 경제 체제에서 임금 없는 노동자여야만 하는 상황 때문에14 당시 대규모 성매매가 등장하게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과거의 현상이 현행 경제 정책에 따라 오늘날 더욱 방대한 규모로 되살아나,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번성하는 산업인 성산업의 소유주와 관리자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 준다. 이런 가운데 여성인신매매반대연합)이 1993년 5월, 브뤼셀에서 최초로 성착취철폐협약‘을 내놓았다. 〈여성인신매매반대연합) 여성들은 유엔이 협약을 채택하고 각국 정부가 협약을 승인하도록 힘을 모았다. 실제로 전 세계 어디나 범죄 조직이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문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런 범죄 조직들은 진작부터 아프리카와 동유럽 - P185

자본주의 발전의 지속 불가능성을 이해하려면, 예나 지금이나 자본주의 발전 때문에 죽어 가는 이들의 입장에 서 보는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는 인류 대부분의 희생을 전제로 하여 탄생했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대량 절멸, 기아와 고통, 노예제, 폭력과공포의 파생을 내포한다. 

자본주의가 지속되기 위해서도 동일한 전제가 필요하다. 특히, 여성의 관점에서 자본주의 발전은 언제나 지속 불가능했다. 자본주의 발전이 여성을 지속 불가능한 모순으로 상정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임금 경제에서 임금 없는 노동자가 되어야 하고, 그 결과 자율적으로 살아갈 권리를 거부당한다.자본주의 발전은 자급 경제를 부단히 포위하고, 약화하며, 위축시키고 있다.  - P187

다양한 반자본주의 투쟁과 운동을 헤아리고 이해할 때는, 세계 곳곳에서각양각색의 방식으로 각기 다른 맥락 속에서 저항하는 수많은 사회 집단을 포괄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어떤 이를 우선하느라 다른 이를 무시한다면, 분리와대치라는 자본주의 발전의 핵심 논리를 그대로 따르는 것과 다름없다. 인류의 일부가 사라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결말일 리 없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와 대도시에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임금이 있는 일자리를 더 이상 찾지 못하지만, 생존을보장해 주는 복지 조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인간의 재생산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너무 많은 곳에 물을 대느라 고갈된 샘처럼, 여성의 생식력은 점점 더 메말라가고 있다. 반다나 시바가 말했듯이 물은 유한하다. 다시 말해 증식이 불가능하다.

👆👆👆👆👆

나는 우리가 용기를 내서 행복이 무엇인지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발전이라는 관을 재고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다시금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행복이라는 문제 제기가 너무 무모하거나 주관적으로 비칠 우려를 떨쳐 낼 수 있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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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9-24 16: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든 관계는 권력관계이다 - P144
예전에 이 문장을 어느 책에서 읽고 신선하게 느꼈어요. 맞는 말인데 거기까지 생각 못했거든요.
페미니즘과 함께 출현한 문장 같습니다. ^^

미미 2021-09-24 17:25   좋아요 2 | URL
저도 페미니즘 관련책 읽으면서 수긍이 가는 문장이예요. 이전까지는 저도 인식하지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