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에게는 느린 멜로디가 가장 아름다운 슬픔이었다.
그는 느린 멜로디를 "발작적인 울부짖음"이라 부른다. 새뮤얼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좋은 예다. 나는 슬플 때마다 이 곡을 듣는다. 내 생각에 이건 자기 고통에 푹 빠진 자기밖에 모르는행동이 아닌, 무언가 더 숭고한 행위다.
그 음악은 내 슬픈 기분과잘 어울리고 내 감정을 인정해주지만 한편으로는 슬픔의 원인과거리를 두게 도와주기도 한다. 나는 슬픔을 삼키지 않은 채, 또는슬픔에 삼켜지지 않은 채 슬픔을 경험할 수 있다. 그 씁쓸함을 음미할 수 있다.
- P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