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리처드슨의 <파멜라>에서 시작하여 소설이 여러 글쓰기 장르 중에서 존경받을 만한 위치에 오르게 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 세계로부터 독립해 있고 여성이 감독하는사적인 문화 영역이 생겨났다. 

이런 문화적 환상은 개인들이 새롭고좀 더 근본적인 정체성을 실현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구 사회를 조직하는 신분 구분 체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약속을 안겨 주었다.

이 점에서 소설은 계몽주의적 수사의 무기고에 강력한 무기를 제공해주었는데, 이 무기의 목적은 개인을 정치적 속박에서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리처드슨은 어떻게 소설이 줄 것이라고는 젠더화된 형태의 문해력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여성을 중심으로 시골 저택을 재조직하는 전략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지 증명해 보였다. - P200

취향의 요건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여성들에게 가르쳐져야 한다. 왜냐하면 취향은 스케치와 그림 그리기, 견본 만들기, 조화 만들기, 자수놓기, 편지쓰기, 책읽기, 말하기치럼 여성들이 여가시간에 연마할 수있는 모든 순수 예술을 이룰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의복, 몸짓, 예절의일부를 이루고, 삶의 거의 모든 환경의 일부를 이루기 때문이다.


(답답하다. 마치 치아교정기나 거북목교정기를 착용하는 느낌이랄까 여성이 노동하는 것도 안되고 여가시간을 갖는것도 위험하다고 했다니 ...) - P204

이이어지는 다윈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활동들이 한편으로는 자기전시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언제나 "정신적" 혹은 "도덕적 수양" 의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감독은 타락의 길로 이어지는 오락과 여성의 마음을 건설적으로 차지하는 여가 형태를 갈라놓는 결정적 요소로 간주되었다. 여성의 교육을이루는 활동들은 감독될 경우에만 교육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었다.

- P204

마찬가지로 감독의 기회가 제공된다면 사실상 무엇이든지 교육적인것으로 여겨질 수 있었다. 사실 어떤 활동이 쓸모가 없으면 없을수록감독의 기술을 온전히 수행하는 데 더 적합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므로 이런 활동을 수행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여성들은 가정을 감독하는기술을 배웠다. 여가활동의 감독이 여성을 길들이는 수단을 제공하면서, 이렇게 길들여지는 여성은 주로 여가시간을 감독하는 기술을 습득하게 되었다.

독서는 이런 전략적 목적과 보조를 맞추면서 여성의 시간을 차지하는 가장 유용하면서 동시에 가장 위험한 방법이었다 - P206

뒤보스크는 어떻게 언어가주체와 대상 세계를 매개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몸이 우리가 먹는 것의 특성을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기질 혹은 마음의 순결도 그렇게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심성은, 자신도 모르게, 우리가 읽는 책에서나오는 것을 ㅡ그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ㅡ 받아들이기쉽다. 즉, 우리의 기질은 우리가 깨닫기 전에 바뀐다. 

우리는 쾌활하고즐거운 것을 만나면 느긋해지고, 방탕한 것에서는 방종해지고, 침울한것에서는 우울해진다.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고 난 후 완전히 바뀌는것을 보는 것보다 더 흔한 일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은 새로운 열정을가지게 되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 P207

우리는 어떻게 취향의 개념이 식탁에서 ㅡ즉 "당신이 먹는 것이곧 당신이다" ㅡ독서의 장으로 옮겨 가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이 독서의 장에서도 동일한 경제가 지식의 소비에 적용된다. 그러나 독서에서 좋은 취향은 개인의 본성과 가치를 결정하는 데 있어 먹는 음식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오독(misreading)의 결과를 가리키는 가장 흔한두 비유 중 하나를 다른 하나는 유혹이다 상기시키면서, 또 다른 필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지면 독은 신체에 유익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도덕적인 독은 그 효과를 좀체 통제 할 수 없다. 일단 마음과 심성이 오염되고 감정의 순결과 진실이 손상되고 나면, 그 파괴적 효과는 대부분의 경우 너무도 분명하고 돌이킬수가 없다. "

비록 일반적인 말로 표현되고 있지만 이 이론은 특히 여성에게 적용된다.
- P208

18세기의 마지막 10년 동안 우리는 갑작스러운 범주의 이동이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소설은 "더 유용한 지식을 싫어하게 만들고", "다시 평범한 삶의 의무로 돌아가는 것을 유감스럽게 느끼도록" 만들며, "실재하는 불행의 대상에 대해 독자들의 감정을 무디게 만든다"는 동일한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소설의 분류가 갑자기 보다 복잡해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수많은 증거들 역시발견된다. 어떤 소설들은 심지어 교육적 독서에 대한 품행지침서의 기준을 따랐던 반면에, 다른 소설들은 여가시간을 규제하는 수단을 제공해 주었다.  - P217

품행지침서들은 소설이 여성이 가정적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방해할 것이라고 흔히 주장했지만, 여성들이 다른 어떤 읽을거리보다 제일 먼저 피해야 할 만큼 소설의 위협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 P223

B씨의 성적 접근에 맞서 파멜라가 벌이는 성공적인 투쟁은 이전의 친족관계 모델의 규칙을신분상의 차이를 은폐하는 성적 계약으로 변모시켰다. 따라서 서로 경쟁하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관계는 주인과하인의 관계라기보다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로 이해되어도 좋다

성의담론이 당시까지 글쓰기를 지배해 온 정치적 범주들을 은폐하면서 어떻게 작동했고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는지 이보다 더 잘 보여 주는 작품은 없을 것이다.

🤔🤔🤔🤔🤔 - P225

파멜라는 다른 어떤 사례보다도 분명하게 성적 계약의 한 당사자를 효과적으로 바꾸는 것이 실제로는 양성의 관계를 바꾸는 것이며,
그에 따라 성적 계약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는 점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 P227

지배계급의 남성은 설사 난봉꾼이나 속물의 특성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지만 이 남성의 배우자가 될 여성은 대개 그렇지 못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 P230

상류 신사계급의 남성은 자기보다 낮은신분에 속하는 사람과 결혼하고도 원래의 신원을 회복할 수 있지만 여성은 그럴 수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바는 소설이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이 계급의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역설적인 방식으로 행동했다는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오히려 상류 신사계급에 대한 이런 재현이 그에 상응하는 권력 및 특권들과 함께 모종의 특성을 젠더의 원칙에 따라 다시 분배하는 수사적 수단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B씨가 그토록 여러 차례 파멜라를 유혹하려다가 실패한다는 사실은 이 여성이 하인의 몸이나 저명한 가문의 몸에 들어 있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힘을 지니고 있음을말해 준다. 리처드슨은 이 여성을 계약의 한 당사자로 만듦으로써 남성이 협상을 해야 하는 독립적인 당사자, 남성이 통제하는 관계 바깥에서 그 관계에 앞서 존재하는 여성적 자아를 암시한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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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8-26 19: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저녁 맛있게 드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청아 2021-08-26 19:25   좋아요 2 | URL
네~♡ 서니데이님도 좋은하루 되세요😉

2021-08-27 0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7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