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소용 있는 건 뭐?
넘어진 아이에게 다가가서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내가 넘어졌을 때는 필요 이상으로 낙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그럼 소용없는 건?
말했잖아, 자기 자랑, 자랑에는 도무지 청중이 없더라고.


- P155

잘은 모르지만 나는 이런 데에 삶의 비밀들이 숨어 있다고 생각해. 내가 찾아 헤매는 보물들은 언제나 내 가장 가까이에 숨어있다고 말이야.

주말, 광화문 네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며 어떤 우울한이 하나가 근심 걱정도 없이 놀러나 다니는 팔자들이라고 시샘어린 어조로 중얼거리고 있어. 그러나 그는,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에 의해 자신 또한 그 팔자 좋은 나들이객 중 하나로 치부되고 있을 줄은 결코 알지 못하겠지.

어쩜 우리는 단지 남이라는 이유로 서로가 서로를 끊임없이 부러워하며 사는 우를 범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 P157

친구건 연인이건 지인이건, 누가 내게 어떤 사람인가는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내 기분을 보면 알 수있다. 누가 날 더 허탈하고, 씁쓸하고, 외롭게 하는지, 누가 날 진심으로 충만하게 해서 만남의 여운이 며칠은 가게 만드는지.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이 나를 존중하는지 아닌지도 항상 관계가 종료된 이후에야 제대로 확인이 가능한 법, 아쉬울 게 없어진상황에서 그 사람이 나를 대하는 태도, 거기서 그 사람의 진짜를보는 거다.

알게 모르게.
- P162

세상의 어떤 명서도 내 그릇만큼 읽힌다.
- P170

그래서 난 만우절이라는 게 웃긴다고 생각해.
누구 말마따나 늘 하는 거짓말을 뭣 하러 그날도 해야 하냐고.
- P184

나는 수많은 나의 동료와 연인과 친구들의 오랜 흔적의 집합체다. 누구든 그런 것들로 삶이 이루어져 있다.
- P193

오역誤譯

마음이 한 점 고민 없이 평화로워 좋았던 어느 날옥에 티처럼 나타났던 너는

맘에 드는 문장 하나를 접하면
예쁜 하늘을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라던 너는

술을 먹으면 한약 먹은 개미처럼
기운이 뻗쳐 밤새 춤을 출 수도 있었던 너는

아무도 없는 새벽 과천의 어느 미술관에서 나를 끌어안고는
내가 뭐하는 사람인 줄은 알지요? 라고 묻던 너는

어쩔 수 없는 나의 사랑의 오역의 결과물이자
지울 수 없는 그을음 같은 그리움.

우리가 서로에게 그랬듯
이 책 역시, 어쩔 수 없는 사랑과 사람, 그리고 삶의 오역의 결과물이라 해도

나는 끝내 또 여기에 이렇게.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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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23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162페이지 문장 완전 좋아해요😊

청아 2021-08-23 17:27   좋아요 1 | URL
웬만한 에세이 작가들보다 더 잘쓰는 것 같아요. 화려함도 없고 평범한데 좋은 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