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이른 자의철학은ㅡ 당시 철학이나 스완이 오랫동안 살아온 사회, 즉롬 대공 부인 사단의 지지를 받아 온 철학으로, 인간은 모든것을 의심하는 한에서만 지적이며, 각자의 취향 외에 실제적이고 명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데에 동의하는 ㅡ더 이상 젊은 시절의 것이 아닌, 실증적이고도 거의 의학적인 철학이었다. - P164

그는 오데트를 포르슈빌로부터 떼어 놓으려고 며칠 동안이라도 지중해 연안 남프랑스에 그녀를 데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곳 호텔에서 모든 남자들의 욕망의 대상이 되고, 그녀도 그들을 원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에는여행 중 새로운 사람들이나 많은 모임을 찾아 나서던 그가,
지금은 심한 상처를 받기라도 한 것처럼 그런 사람들과의 교제를 피하는 것을 보자, 사람들은 그를 비사교적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남자가 오데트의 애인이 될 수 있는데 어떻게 염세주의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하여 그의 질투는처음에 오데트에게서 맛보았던 그 관능과 즐거움보다 더욱스완의 성격을 바꾸어 놓았고, 또 그 성격이 나타나는 겉모습까지 남의 눈에 완전히 달라 보이게 했다.

(염세주의자 되는 법ㅋㅋㅋㅋ) - P170

사교계 인사들에게는 방문하지 못해서 사과해야 했다면,
오데트에게는 그녀를 방문했기 때문에 사과해야 했다. 

게다가 방문을 위해 돈까지 써야 했고(그녀의 인내심을 남용하여 너무 자주 보러 간 것 같으면 월말에는 4000프랑을 보내면 충분할까자문해 보았다.)* 방문할 때마다 그녀에게 줄 선물이나 그녀가필요로 하는 정보를 가져 왔다든가, 그녀 집으로 가는 샤를뤼스 씨를 길에서 만나 같이 가자고 해서 왔다든가 하는 구실을찾아내곤 했다. 또 방문할 구실이 없으면, 샤를뤼스 씨를 설득해서 오데트 집으로 서둘러 가게 하고 대화 중 자연스럽게스완에게 할 말이 생각났으니 사람을 보내 그가 곧 오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오데트에게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대부분 스완은 헛되이 기다렸고, 저녁에 샤를뤼스 씨로부터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하여 그녀가 자주 파리를 비우거나 심지어는 파리에 있을 때조차도 그녀와 거의만날 수 없었다. 그녀가 그를 사랑했을 때에는 " - P214

휴식도 변화도 성과도없는 이런 행동의 필연성이 너무도 잔인하게 느껴져, 어느 날인가는 배에 종기가 난 것을 보고 어쩌면 그 종기가 그의 목숨을 앗아 갈지도 모르며, 자기는 이제 아무것에도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이 병이 임박한 죽음의 순간까지 그를 지배하고 노리개로 삼을 거라고 생각하자 진정한 기쁨이 느껴졌다. 그리고사실 그는 이 시기에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가끔 죽음을 원했는데, 그의 격심한 고통보다는 그 단조로운 노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 P224

우리는 단지 자신을 위해서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만몸을 떠는 법이다. 우리 행복이 이미 사랑하는 사람 손에 달려 있지 않을 때, 우리는 그 사람 곁에서 얼마나 침착하고 편안하며 또 대담하게 행동하는가!  - P227

매순간마다 그녀가 한 일을 알지 못하고, 언제 어디서나 그녀를소유할 수 없다는 이 커다란 고뇌에 비하면 그녀의 매력은 얼마나 하찮았던가! 

아! 슬프게도 그녀가 외치던 목소리의 억양이 생각났다. "전 언제라도 당신을 볼 수 있어요. 전 언제나시간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혀 시간이 없었다. 스완의삶에 대한 그녀의 관심이나 호기심, 그녀를 스완 집에 들어갈수 있도록 호의를 베풀어 달라고 애원하던 ㅡ그때는 귀찮은방해물처럼 그가 두려워했던 ㅡ그 열정적인 욕망이 생각났다. 

그녀는 스완을 베르뒤랭 집에 데려가려고 얼마나 빌었던가. 또 한 달에 한 번씩 그녀가 그의 집으로 오는 것을 허락했을 때조차도, 그녀는 그가 굴복할 때까지, 그녀가 꿈꾸는 그러나 그에게는 그토록 귀찮은 두통거리로밖에 보이지 않은,
매일 만나는 습관이 가져다줄 기쁨에 대해 얼마나 여러 번 되풀이해서 말했던가!  - P271

바이올린 소리에는ㅡ 만일 악기를 보면서 그 음을 꾸미는이미지와 소리를 연결하지만 않는다면 ㅡ콘트랄토 노래를 부르는 어떤 목소리와 매우 비슷한 억양이 있어, 마치 한여자 가수가 연주에 낀 듯한 착각을 준다. 눈을 들면 보이는것은 중국 상자처럼 귀중한 바이올린 케이스뿐이지만, 그래도 이따금 사람 마음을 호리는 세이렌 ** 소리에 속아 넘어가는것 같다. 때로는 흔들리는 마술 지혜 상자 밑바닥에서, 마치 성수반에 빠진 악마처럼 포로가 된 정령이 몸부림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 P274

예전에 소악절이 말하던 슬픔은, 소악절이 미소 지으며 그 구불구불하고도 빠른 흐름 속으로 이끌어 가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스완은슬퍼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슬픔이 그의 것이 되어 버려 거기서 영영 벗어날 희망이 없어졌는데도 소악절은 마치 전에행복을 얘기할 때처럼 그 슬픔에 대해 "이게 뭐란 말인가? 

이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리하여스완의 생각은 처음으로 연민과 다정함이 폭발하는 가운데자기와 마찬가지로 고통을 겪어야 했던 그 뱅퇴유를 향해, 그미지의 숭고한 형제를 향해 기울었다. 그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는 어떤 고통의 밑바닥에서 이런 신과 같은 힘을, 창조의 무한한 권능을 길어 올릴 수 있었던 것일까? 소악절이 그의 고통의 공허함에 대해 말했을 때,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사랑을 하찮은 탈선으로밖에 여기지 않은 무관심한 자들의 얼굴에서 그런 사실을 읽은 것 같아 견딜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러한 사실에서도 다정함이 느껴졌다.  - P275

어쩌면 허무가 진실이며, 우리 모든 꿈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 P278

경이로운 새여! 바이올리니스트는 새에 마술을 걸고 길들여 사로잡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새는 이미 바이올리니스트의 영혼에 뛰어들었고, 이미 환기된 소악절은 바이올리니스트의 ‘신들린‘ 몸을 마치 영매인 양 흔들었다. 스완은 소악절이 다시 한번 말하리라는 걸 알았다. 

그는 자신이 이분화되었다고 느꼈으므로, 소악절과 대면하려는 절박한 순간에 대한 그의 기대는 아름다운 시구절이나 슬픈 소식이 우리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그런 흐느낌으로 그를 뒤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그 흐느낌은 우리가 혼자 있을 때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친구들에게 자신을 타인처럼 여기며 알려 주는, 그리하여 이 타인이 느낄지도 모르는 감동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그런 것이었다. 

소악절이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허공에 매달려 꼼짝하지 않은 채 아주 짧은 순간 연주되다가 곧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스완은 악절이 계속되는 극히 짧은 순간을 조금도 낭비하지 않았다. 소악절은 무지갯빛 비눗방울처럼 아직거기 그대로 떠 있었다. 마치 빛이 약해지고 낮아졌다가 다시솟아오르며, 사라지기 직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채를 발하는 무지개 같았다.  - P281

우리 삶의 관심사란 너무도 다양해서,
동일한 상황 속에서, 아직 존재하지 않은 행복의 표지들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심각한 슬픔 옆에 나란히 놓이는 것도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일은 틀림없이 생퇴베르트 부인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스완에게 일어났을것이다. 그가 그날 저녁 다른 곳에 있었다 해도 또 다른 행복이나 슬픔이 찾아왔을 것이며, 또 그것이 나중에는 불가피해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 불가피해 보였던 것은 실제로일어난 일이었고, 또 생퇴베르트 부인의 저녁 파티에 가기로결심했다는 사실 자체에서 그는 뭔가 신의 섭리 같은 것을 보았다. 

왜냐하면 삶의 풍요로운 발명품을 찬미하기를 열망하면서도,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는 것같은 어려운 문제에는 오랫동안 파고들 수 없는 그의 정신은,
그날 밤에 그가 느낀 고통과, 이미 싹트고 있었지만 당시에는깨닫지 못했던 기쁨 사이에 ㅡ이 두 가지를 비교한다는 것은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ㅡ일종의 필연적인 연관 관계가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P329

"내 마음에 들지도 않고 내 스타일도 아닌 여자 때문에 내인생의 여러 해를 망치고 죽을 생각까지 하고 가장 커다란 사랑을 하다니!"
- P330

 바다의 폭풍우를 아름다운 광경으로서가 아니라 자연의 실제 생명력을 드러내는 순간으로 보고 싶은 욕망보다 더 큰 욕망은 없었으며, 아니 차라리 내 기쁨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필연적이고 바꿀 수 없다고알던 것, 즉 풍경이나 위대한 예술의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은 없었다. 

나는 나 자신보다 더 진실되다고 믿는 것,
즉 위대한 천재의 사상이나, 인간의 간섭 없이 자연 자체에 맡겨진 경우에만 나타나는 자연의 힘이나 우아함을 보여 주는그런 가치를 지닌 것에만 호기심이 있었고, 또 알기를 열망했다. - P335

그 꿈을 다시 나타나게 하려면 단지 이름을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발베크, 베네치아, 피렌체 같은 이름 안에는 그 이름이 가리키는 장소들이 불러일으킨 욕망이 축적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봄에도 발베크라는 이름을 책 속에서 발견하기만 하면, 폭풍우와 노르망디의 고딕 양식에 대한 욕망을 내 마음속에 눈뜨게 하는 데 충분했고, 폭풍우가 부는 날에도 피렌체 또는 베네치아라는 이름은 내게 태양과 백합, 총독 궁전, 산타 마리아델 피오레 성당에 대한 욕망을 일깨웠다.
- P340

(한번은 할머니가 저녁 식사 때까지 돌아오지 않아서, 할머니가 마차에 치인다면 얼마 동안은 샹젤리제로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누구나 사랑을 하면 더 이상 아무도사랑하지 않는 법이다.)  - P360

스완 씨는 질베르트에게 십오 분 정도는 기다릴 수 있으니 한 번 더 놀아도 좋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철제 의자에 가서 앉고는, 필리프 7세와 자주 악수한 손으로 표 값을 지불했다.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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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30 2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장들 너무 좋네요. 2권 다시 읽는 기분이 듭니다 ^^

미미 2021-07-30 23:38   좋아요 2 | URL
더 많이 밑줄 그었는데 진정하고 요것들만 올렸어요ㅋㅋㅋㅋ

새파랑 2021-07-30 23:42   좋아요 2 | URL
역시 프루스트 찐팬!! 책이 다 밑줄로 덮여있는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