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내게 가져다줄 수 있는 어떤 생명도 초라해 보였으며, 내 가슴을부풀어 오르게 하는 그 거대한 열망에 비하면 바다의 숨결도아주 짧게만 느껴졌다. 나는 알베르틴에게 입을 맞추려고 몸을 기울였다. 죽음이 지금 들이닥친다 한들 별 상관이 없었으며, 아니, 차라리 죽음이 내게는 불가능해 보였다. 삶이 내 밖이 아닌 내 안에 있었으니까

만약 한 철학자가 어느 날인가,
비록 먼 훗날이라 할지라도 내가 죽을 것이며 자연의 영원한힘은 나보다 오래 살아남아 이런 자연의 힘 아래에서 나란 존재는 먼지 한 톨에 지나지 않으리라고 말한다 해도 나는 아마연민의 미소를 감추지 못했으리라.  - P480

"멈춰요, 멈추지 않으면 초인종을 누르겠어요."
하고 알베르틴이 키스하려고 덮치는 나를 보자 외쳤다. 그러나 나는 한 소녀가 젊은 남자를 은밀히 오게 하면서 자기 아주머니가 알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 아무 짓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며, 기회를 이용할 줄 아는 대담한 자만이 성공하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흥분 상태에서 본 알베르틴의 동그란 얼굴은 야등에 비친 듯 내면의 불길로 뚜렷이 부각되면서, 마치 움직이지 않는 듯 보이지만 현기증이 날 정도로빙빙 돌아가는 소용돌이에 휩싸인 미켈란젤로의 얼굴들처럼활활 타오르는 천체의 회전을 모방하면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드디어 그 미지의 분홍빛 과일이 지닌 향기와 맛을 음미하고자 했다. 다급하고도 길게 울리는 요란한소리가 들렸다. 알베르틴이 온 힘을 다해 초인종을 누른 것이었다.

(남녀간 모든 문제의 원인. No를 Yes로 받아들이는 😔) - P481

요컨대 이것은 실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멀리서 볼 때는 그토록 아름답고 신비롭던 존재와 사물이 실은 신비롭지도 아름답지도 않다는 걸 깨달을 만큼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이다. 이것은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건강법 중 하나로, 그다지 추천할 만한 방법은 아니지만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어느정도의 안정감을 주며, 또한 우리가 최고 경지에 도달했으며, 이 최고 경지도 별게 아니라고 설득하면서 아무런 미련도가지지 않게 하여 ㅡ 우리를 체념하게 하고 죽음을 받아들이게 한다.
- P504

악기들 사이로, 만일 바다가 만조라면, 연이어 흐르는 물결 소리가 미끄러지듯 흘러나오면서 크리스털 소용돌이 속에 바이올린 선율을 감싸는 듯했고, 해저 음악의 간헐적인 메아리 위로 그 거품을 분출하는 듯했다.  - P514

창문 위쪽 채광창에서 프랑수아즈가 핀을 뽑고 덮개를 걷어 내며 커튼을 당기면서 열어젖히는 여름날은, 우리 늙은 하녀가 내 눈에 드러내기 전에 감싸고 있던천 조각들을 조심스럽게 풀어 헤치는 그 수천 년 지난 화려한미라의 향기로운 황금빛 옷처럼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듯 그토록 아득해 보였다.
- P515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6-18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엄청난 독서 속도는 무엇인지? 😄 역시 독서기계~!!
그와중에 눈에 들어온 481페이지~! 3권은 제발 다음주 월요일에 시작해주세요 ㅜㅜ

미미 2021-06-18 13:30   좋아요 1 | URL
앗ㅋㅋㅋ반어법 아니죠?ㅋㅋㅋ알겠습니다
이번달 저 몇 권 못읽었어요.ㅠ 새파랑님 절반 정도일껄요? 4권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