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반대로 그들 영역의 경계 저편에는 찬란한 바다 소녀들이, 울퉁불퉁한 심연에 매달린 수염 난 트린톤 신(神)이나, 파도가 실어 온 매끄러운 해초로 갈고닦인 자갈로 만들어진 머리에다 둥근 천연 수정의 눈길을 지닌, 물속에 잠긴 반인 반신 쪽을 끊임없이 돌아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 P67
마치 우리가 어느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육체적 특징이 아니라 영혼의 우월함을 칭찬하기위해 그의 악기가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말하는 것처럼, 또사라진 님프 대신 생기 없는 샘물만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는 고대 풍경화에서처럼, 우리가 포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의식적인 의도는 거기 적합한 낯설고도 차가운 투명함을 지닌 어떤 음색의 질감으로 변하고 있었다. - P80
우리는 한 세계에서 느끼고 다른 세계에서는 생각하고명명하며, 그리하여 이 두 세계 사이에 어떤 일치점을 설정할수 있지만, 그 간격을 메울 수는 없다. 바로 이것이 내가 넘어서야 했던 거리감이자 균열이었다. - P83
작가의 작품이란 탁월한 연기 창조를 위해 그 자체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그저 하나의 질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 P84
공작 부인은 남편과 함께 나를 한번 본 적이 있지만 틀림없이 기억하지 못할 것이며, 칸막이 특별석에 앉은 탓에 아래층 앞 좌석 관객이라는 그 익명 집단인 석산호류를 바라보듯 나를 볼테지만 다행히 내 존재가 관객 사이에 녹아 있어 나는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빛의 굴절 법칙 덕분에 푸른두 눈의 무관심한 흐름 속에 개체로서의 삶이 제거된 나라는원생동물의 어렴풋한 형태가 아마도 부인 눈에 그려졌는지그녀 눈에서 반짝하는 빛이 보였고, 그러자 갑자기 여신에서여인으로 변한, 내 눈에 천배는 더 아름다워 보이는 공작 부인이 칸막이 좌석 가장자리에 올려놓은 하얀 장갑 낀 손을 내 쪽으로 들어 우정의 표시로 흔들었고, 그 순간 내 시선은 부인이누구에게 인사를 하는지 보려고 자기도 모르게 타오르는 반사적인 불길로 작열하는 대공 부인 눈길과 마주친 듯 느꼈으며, 또 공작 부인은 나를 알아보고 반짝거리는 천상의 미소 세례를 내게 소나기처럼 퍼부었다.
(한 문장ㅋ 길어도 어색하거나 이해하기 어렵지가 않다. 이것부터가 능력! ‘반짝거리는 천상의 미소 세례를 내게 소나기처럼 퍼부었다‘니 ....♡) - P95
처음 며칠 동안은 그녀를 놓치지않으려고 보다 확실하게 그녀 집 앞에서 기다렸다. 마차가 드나드는 대문(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연이어 통과시키는)이 열릴 때마다 대문의 흔들림이 마음속까지 길게 퍼져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마음이 가라앉곤했다. - P96
공격의 법칙이란 반격의 법칙을 요구하는 법이어서 하인들은 내 모난 성격에 다치지 않으려고, 누구나 자신의 성격 속에 내 모난 성격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오목한 부분을, 반대로 내 오목한 부분에는 내 결점을 이용해 볼록한 부분을 파 놓았다. 그런데 나는 내 결점도, 그들이 그 사이에 파 놓은 볼록한 부분도 알지 못했는데, 바로 그것이 내 결점이었기 때문이다. - P105
프랑수아즈는 내게 진실 폭로에는 말이 필요치 않으며, 말에 기대지 않고, 더 나아가 말을 참조하지 않고도 수많은 외부 기호들에서진실을 포착할 수 있다는, 물리적 자연에서의 대기 변화와 유사한 그런 성격 세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은 몇몇 현상에서조차, 진실을 보다 확실히 포착할 수 있는 사례를 보여 준 최초의 인간이었다. - P107
프랑수아즈는, 인간이란 내가 생각했듯이 장점이나 결점과 계획, 우리에 대한 견해를 가진 명료한 부동의 존재가 아니라(울타리 너머로 온 화단이 내려다보이는 정원처럼) 우리가 결코 꿰뚫고 들어갈 수 없고 직접적으로 인식할 수도 없는 그림자이며, 이런 주제에 대해 말과 행위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 내는 믿음은 각각 서로에게 불충분한 데다가 모순투성이 지식만을 제공할 뿐이며, 우리는 이런 증오와 사랑이 번득이는 그림자를 마치 진실인 양번갈아 상상한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 준 최초의 인간이었다. - P109
** 안나 드 노아유 (Anna de Noailles, 1876~1933)브랑코반 백작인 아버지와 루마니아 태생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많은 시작품을 남긴 프랑스의 여류 시인이다. 프루스트는 그녀를 빅토르 위고나 샤토브리앙보다 더 높이 평가하면서, 젊은 페르시아의 시인‘, ‘카르타고의 여신‘으로 비유하기를 좋아했다고 한다.(『게르망트, 폴리오 672쪽 참조.) - P171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 존재에 대한 감정에, 그 존재가 일깨우지만 그 존재와는 무관한, 이미 예전에 다른 여인에 대해 느꼈던 많은 감정들을 집어넣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런 특별한감정을 뭔가 우리 마음속에서 보다 일반적인 진리에 이르게하려고 애쓰며, 다시 말해 인류 전체에 공통된 보편적 감정에포함시키려 한다. 이 보편적 감정과 더불어 개인과 개인이 우리에게 야기하는 아픔은 과거의 우리와 소통하게 하는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게 된다. - P192
** 탈레랑(Charles-Maurice de Talleyrand, 1754~1838)은 귀족 출신 성직자이자 정치가다. 나폴레옹을 정계에 진출시키는 데 많은 공헌을 했지만, 1806년대륙 봉쇄를 계기로 러시아 황제인 알렉산더 1세와 내동하는 등 나폴레옹의 몰락을 재촉하기도 한, 뛰어난 지략가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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