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달 동안 필요한 신선한 공기 전부를 마시려고 산책하기를 열망하면서도, 입고 나갈 외투나 우리가 부를 마부를 고르면서는 망설이고,그런 후 합승 마차에 오르면 하루가 당신 앞에 온전히 놓인 듯보이지만, 여자 친구를 맞이하려고 때맞춰 집에 돌아가기를바라기에 하루가 짧다고 느끼고 다음 날에도 날씨가 좋기를바라곤 한다. 

그리하여 다른 쪽에서 당신을 향해 걸어오던 죽음이, 무대에 등장하기 위해 바로 그날 몇 분 후 마차가 거의샹젤리제에 도착할 바로 그 순간을 선택하리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못한다. 

어쩌면 보통 때는 죽음 특유의 기이함 때문에그 공포에 시달리던 이들은 이런 종류의 죽음에서 ㅡ처음으로 맞이하는 죽음과의 접촉에서 ㅡ그것이 우리가 아는 일상의 친숙한 모습을 띤다는 사실에 오히려 어떤 안도감 같은 걸느낄지도 모른다

죽음은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난 후에 찾아오기도 하고, 건강한 사람의 외출길에 찾아오기도 한다.  - P12

병자는 낯선 자와 대면하고 낯선 자가 자기 머릿속을 왔다 갔다 하는 소리를 듣는다. 물론 그자의 모습을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그자가 규칙적으로 내는 소리를 들으며, 또 그 습관을 짐작한다. 강도일까? 어느 아침 낯선 자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자가 떠났다. 아! 영원히 떠난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저녁이 되자 그자가 다시 돌아왔다. 도대체 그자의 계획은 무엇일까?

진찰하는 의사에게 물어본다. 그러나 의사는 이런 질문에 마치 사랑하는 여인처럼 어떤 날은 내가 믿을, 어떤 날은 내가믿지 못할 약속으로 응답한다. 하기야 의사란 애인 역할보다는 질문받는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법이니. 그들은 제삼자에불과하다. 우리를 배신하는 중이라고 의심하며 압박하는 것은 우리 삶 그 자체이다. 이 삶이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는걸 느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이 삶을 믿고, 삶이 마침내 우리를 버리는 날까지 어쨌든 의혹 속에서 살아간다.
- P15

베르고트는 거의 아무것도 읽지 않았다. 그의 상념은 대부분 이미 머리에서 책으로 옮겨졌다. 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사람처럼 이제 그는 야위어 갔다. 생각한 것을 거의 모두 밖으로 분출한 지금, 그의 재현 본능은 그를 어떤 활동으로도 인도하지 못했다. 

그는 회복 중인 환자나 산모처럼 식물 같은 삶을 살았다. 그의 아름다운 눈은 움직이지 않고 희미하게만 반짝거려, 마치 바닷가에 드러누워 아련한 몽상에 잠긴 채로 작은 물결만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 같았다.  - P33

어리석은 자들은 광범위한 사회 현상이 인간의 영혼 깊숙이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한 개인의 내면 깊숙이까지 내려감으로써만 이런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깨달아야 한다.  - P37

깨어남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가장 큰 변화는 우리를 명료한 의식의 삶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지성이 쉬던 곳, 마치 유백색 바다 밑과도 같은 곳에 새어든 빛에 대한 온갖 기억을 잊게 하는 것이다.  - P45

"내 관점에서는 그게 최선의 방법인 것 같아요. 가장 나은해결책이며 가장 멋진 해결책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도 명백한 새로운 암시가 예전에는 그녀에게 미지로남아 있던 지대에 대한 변덕스러운 탐색을 짐작케 했으므로,
그녀가 ‘내 관점에서는 이라고 말하자 나는 그녀를 끌어당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을 때는 침대에 앉혔다.
(?? 그리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다지 교양을 갖추지 못한 여인들이 지극히 박학한 남자와 결혼해서 남편이 가져오는 지참금의 일부로 이런저런 표현...... - P78

* 테이레시아스(Teiresia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장님 예언자로 그리스 비극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타키투스(Tacitus)는 로마의 역사가이자 재무관으로 『역사』와 『게르마니아』, 『연대기』를 저술했다.
- P84

"내가 두려운 게 뭔지 알아요?" 하고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이렇게 계속하다간 당신에게 키스할 수밖에 없을까 봐두려워요."
"뭐 그까짓 걸 가지고."
- P86

 삶에대한 지나친 지식은 (내가 처음 상상했던 것보다 한결같지도 단순하지도 않은 삶에 대한 지식은) 잠정적으로나마 나를 불가지론(不可知論)으로 이끌었다. 처음에 믿었던 것은 가짜이며 세 번째 것이 진짜로 드러나는 현실 앞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단언할 수 있단 말인가? - P87

한편 알베르틴은 내게 특별히 소중한 일련의 바다 인상을그녀 주위에 모두 묶어 놓았다. 나는 소녀의 두 볼에 입을 맞춤으로써 발베크의 바닷가 전부에 키스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말 내게 키스를 허락한다면 나중에 내가 택할 순간으로미루고 싶어요. 단, 당신이 허락했다는 사실을 그때 가서 잊지않도록 ‘키스 교환권‘이 필요해요."
"서명해야 하나요?"
- P89

마치 베르사유 궁의 높은 테라스에올라가서, 전망대 주위에 반 데르 모일렌화풍의 푸른 하늘에구름이 쌓여 있는, 그토록 자연 밖의 높은 곳으로부터 밑을 내려다보면, 자연이 다시 시작되는 대운하의 저 끝, 바다처럼 눈부신 지평선에서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마을들이 자취를 드러내면서 플뢰뤼스 또는 네이메헌 이라고 불린다는 걸알게 되어도 놀라지 않는 것처럼.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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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6-05 1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미미 2021-06-05 17:44   좋아요 2 | URL
날씨가 넘 좋아요! 서니데이님도 주말 잘 보내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