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 진출? 그렇다면, 여성이 생활하는가정은 사회가 아닌가? 가정과 사회를 상호 배타적인 공간으로 상정하는 이러한 논리 때문에 가정에서 여성이 폭력을 당해도 ‘사회의 질서인 인권이나 민주주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 P132

한국은 강력한 가족주의 사회지만, 당위적으로 가족의 가치를강요하고 신화화할 뿐이다. 가정폭력의 심각성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은 친밀성과 자발적인 상호 보살핌의 공간이 아니라 지나치게도구적이다. ‘기러기 아빠는 이 문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사례이다. 이는 남성이 희생하는 현상이라기보다는, 가족이 자녀 교육의성공, 즉 출세 지상주의와 경쟁 논리로 가득 찬 공적 영역에 얼마나 종속적인지를 보여준다.
- P136

 "너(여성)의 벗은 몸을 사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겠다." "내가(남성) 너를 성폭행한 것을 세상에 알리겠다."라는 말은, 여성의 인격과 존재성을 성/몸으로 환원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만 협박으로작동할 수 있다.
- P138

나는 20여 년간 여성에 대한 폭력 관련자들을 상담해 왔는데, 가해자들의 절실한 호소는 두 가지, 피해의식과 분노이다. "남들 다하는데 나만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라는 피해의식과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법 체계와 신고한 여성, 그리고 ‘여자들이 판치는세상‘에 대한 분노다. 

이러한 사고방식과 심리 상태의 근거는 ‘성범죄 불가피론‘이다. 남성에게 삽입 섹스는 소변과 같은 신체의자연스러운 배설 행위이므로 성폭력이나 성 구매를 불법화하는 것은
‘오줌을 못 싸게 하는 고통과 같다는 것이다.
"남자는 참을 수 없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참는(?) 남성, 혹은‘재수 좋아 안 걸린 대다수 남성들의 신체는 배뇨 통증으로 폭발직전일 것이다. 

가해자들의 이야기는 나이, 학력, 계층과는 무관하게 사전 회의라도 한 듯 똑같다. 이는 이들의 성 인식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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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6-05 02: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희진님의 책 중 이 책이 제일 좋았어요. 오래전에 읽었는데 미미님 밑줄 긋기 보니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하지만 저는 꾹 참고 새로운 책을 향해 오늘도 나아갑니다. ^^

미미 2021-06-05 05:58   좋아요 2 | URL
저도 그녀의 책 중 이 책이 제일 좋아지고 있어요^^* 처음 읽는데도 또 봐야할것 같은 느낌도 벌써 있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