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날의 파도와 바다의 짙푸른 산맥, 빙하와 폭포, 그 상승과 무심한 당당함을 보았으며,오랜만에 처음으로 손을 씻으면서 그랜드 호텔의 지나치게향이 진한 비누의 특이한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그 냄새가동시에 현재의 순간과 과거 체류 시의 순간에 속하는 듯 보여,넥타이를 바꾸기 위해서만 방으로 돌아가는 그런 특별한 삶의 실제 매력처럼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표류했다. 

침대 시트가 너무 섬세하고 가볍고 넓어서 침대를 제대로 두르거나 가만히 있지 못하고, 움직이는 소용돌이처럼 담요 주위에서 부풀어 오르는 모습도 예전 같았다면 슬프게 느껴졌으리라. 그러나 지금 그것은 둥글게 부푼 불편한 돛 위에서 첫날 아침의 영광스럽고도 희망에 찬 태양을 잠재울 뿐이었다. - P294

그 포도주가 ‘샤토 라피트‘가 아니라는 것도 미리 말씀드립니다. 거의 ‘모호한 (대등한) 가치를 가진 것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소화가 잘되니 작은 가자미 한 마리를 튀겨 드리죠." 나는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가자미 (sole)란 생선 이름이 그토록 수없이 주문을많이 한 남자의 입에서 버드나무(saule)라고 발음되는 걸 듣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ㅡ(발베크의 그랜드호텔 지배인은 말할때 문법도 잘 맞지 않고 단어도 곧잘 틀리게 말한다. ) - P295

우리가 사랑하는 이의 고통을 재현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믿을 때에도 연민은 고통을 과장하기 마련이다. 어쩌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고통에 대해 가진 인식보다연민이 더 진실한지도 모른다. 그런 고통 속에는 그 삶의 슬픔이 감춰져 있지만, 연민에는 고통을 보고 절망하는 감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 P312

나는 다시 방에 올라갔고, 그러나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슈만의 곡을 감미롭게 연주하고 있었다. 물론 사람들은,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조차도 우리로부터 발산되는 슬픔이나 짜증에 질릴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힘을 가진,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것이 바로 피아노다.
- P334

모차르트와 바그너도 구별하지 못하는 아브랑슈의 어느 귀족 부인이 캉브르메르 부인 앞에서 "우리가 파리에 머무는 동안 새로 관심을 끌 만한 것은 아무것도없었어요.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공연하는 오페라코미크에 한 번 갔지만 아주 끔찍했어요."라고 말하자, 캉브르메르부인은 혼란에 빠졌을 뿐만 아니라 소리 높여 ‘토론하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오히려 그 반대죠. 그 작품은 작은 걸작이에요." 그것은 어쩌면 콩브레에서 ‘대의를 위해 투쟁하다‘라고 일컫는 우리 할머니 자매들로부터 배운 습관으로, 그들은소위 ‘속물들에 맞서 매주 자신들의 신을 방어해야 한다는사실을 아는 그런 저녁 식사를 좋아했다. 

이처럼 캉브르메르부인은 다른 사람들이 정치 얘기를 하듯이 예술에 관해 "싸우면서 "피를 끓어오르게 하기를 좋아했다. 사람들이 친구의 처신을 비난할 때 친구 편을 들듯 그녀는 드뷔시 편을 들었다.  - P371

음악은 진보할 뿐만 아니라 이 진보는 단 하나의방향에서 이루어지며, 드뷔시는 바그너보다 조금 더 진보한,어떻게 보면 바그너를 뛰어넘은 자라고 상상했다. 

우리가 일시적으로 정복한 자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그 정복한 자의 무기를 사용해야 하므로, 그녀 자신도 몇 년 후에는 믿게될 테지만 드뷔시가 바그너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는 못했다해도, 그럼에도 모든 것이 표현된 지나치게 완벽한 작품에 대해 사람들이 싫증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반대되는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 P377

때로는 거장이, 이전 시대의 몇몇 예술가가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과 매우 유사한 것을 지극히 단순한곡에서 실현했음을 점차적으로 인식한 때문이기도 했다. 그때 거장은 이런 과거의 인물에게서 자신의 선구자를 발견한다. 과거의 인물에게서 다른 형태이기는 하지만, 일시적이고부분적으로는 자신에게 우호적인 그런 노력을 좋아한다. 

푸생의 작품에는 터너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으며, 몽테스키외의 작품에는 플로베르의 문장이 하나 들어 있다. 또 거장이좋아하는 작품에 대한 그 소문이, 출처는 모르지만 거장이 속한 유파에 잘못 퍼진 소문의 결과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인용된 이름은 때맞춰 들어간 유파의 보호 아래 그 유파에 붙은 상호의 혜택을 누리게 되는데, 왜냐하면 거장의 선택에는어떤 자유나 진정한 취향이 담겨 있지만, 유파란 이론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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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6-04 13: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책을 다 읽을 자신이 없어서 어제 오디오북으로 찾았는데 없더라고요. 첫 권이라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저는 한 권으로 압축한 책으로 예전에 읽었죠.

미미 2021-06-04 14:08   좋아요 2 | URL
아 오디오 북으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페크님 댓글 보자마자 찾아봤는데 오디오클립에 영국인의 요약본 읽기는 있네요. 9시간 45분이고요. 한 권 압축은 김창석 시인의 책을 말씀하신거겠죠? 길기도 하고 난해한 면도 있지만 ‘장미의이름‘처럼 주석이 잘 되어있고 잃을 수록 빠져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