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목소리는 우리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고 풍요롭게 해주며 자기중심주의를 돌아보게 한다. 또한 모든 사람은 ‘다른 목소리‘의 잠재적 주인공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여성주의다. 여성주의는 양성 평등에 관한 주장이 아니라 사회 정의와 성찰적 지성을 위한 방법론이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도 여성주의를 공부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 - P17
특히, 논쟁이나 글쓰기, 말하기에 관심 있는 이라면 페미니즘을공부하길 권한다. 논쟁은 승부를 가르는 일이 아니라 참여하는 사람의 입장(지식)과 그러한 입장이 형성된 과정을 교환하는 것이다지식 형성 과정을 상호 교환하면 논쟁은 그 자체로 공부가 되지만,경험하다시피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부를 포기(?)하고논쟁에서 ‘이기고 싶다면, 상대방의 앎의 경로, 즉 상대방 논리의전제를 파악하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배 담론 내부에서 지식을 획득하기 때문에 자신이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를 모른다. 페미니즘은 지식의 형성 과정, 권력의 작동 지형과 역사를 파악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학문이자 실천이다. - P18
젠더를 인식론으로 접근하면, 젠더는 ‘여성 문제 (question)‘가 아니라 ‘남성 문제(problem)‘가 될 것이다. 이제까지 백인 남성이 써온 모든 역사는 학습과 숭배가 아니라 비판과 문제 제기의 대상이될 것이다. 모든 주류의 상징으로서 ‘남성‘은 인식 주체에서 인식대상으로 강등되고, 그들의 경험과 언어는 기원, 본질, 보편자의 지위를 잃고 특수화, 사소화, 타자화될 것이다.
여성보다 두 배 많은노동을 하면서도 2분의 1의 임금을 받을 것이며, 여성들의 섹스 상대로 사고 팔리며 죽임을 당할 것이다. 집에서 두들겨 맞고, 전시나평시에 수시로 집단 강간당할 것이다. 놀라지 말자, 이는 그 누구도바라는 세상이 아니고, 실현 불가능한 ‘공상 과학‘이다. 단지, 젠더가 이슈가 아니라 인식론으로 인식되어 혁명의 ‘이론적 지침‘이 될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를 잠시 상상해본 것이다. - P20
우리는 현실에서도피하거나 현실 반대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인정하고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다른(alternative) 현실을 살 수 있다. 혁명은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재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23
감사는 예절이나 긍정적 태도, 마인드 컨트롤이 아니라 세상에대한 접근 방식이다. 비판 의식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감사, 겸손한 마음에서 출발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 P27
어떤 사람에게 절절한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는 소설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 P29
가부장제(인종주의, 계급 차별……)는 일종의 색안경이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육안이 되어버린 그 색안경을 벗어야, 여성의 현실이 보인다. - P30
아직도 여성주의를 아는 것 자체로 비난받는 경우도 흔하다. 어떤 지식은 아는 것이 힘이지만, 어떤 지식은 모르는 게 약이다. 두 경우모두 지식이 특정한 사회의 가치 체계에 따라 위계화되어 있음을보여준다. - P31
머리 좋은 사람이 열심히 하는 사람을 따라갈 수 없고, 열심히 하는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즐기는 사람은 고민하는 사람을 능가하지 못하는 법이다. 여성주의는 우리를 고민하게 한다. - P32
남성의 경험과 기존 언어는 일치하지만, 여성의 삶과 기존 언어는불일치한다. 남성 중심적 언어는 갈등 없이 수용된다. 하지만 여성주의는 기존의 나와 충돌하기 때문에 세상에 대해 질문하지 않을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여성주의는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남성에게, 공동체에, 전 인류에게 새로운 상상력과 창조적 지성을제공한다. 남성이 자기를 알려면 ‘여성 문제(젠더)‘를 알아야 한다. 여성 문제는 곧 남성 문제다. 여성이라는 타자의 범주가 존재해야남성 주체도 성립하기 때문이다. - P32
모든 이항 대립 논리는 거의 필연적으로 성별적으로 작동한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듯이 낮과 밤은 순환하고 연결되며 상호 의존하는 것인데도, 가부장제 사유 체계는 그것을 대립으로 받아들인다. 낮과 밤의 구분이 모호한 해질녘 황혼과 동트는 여명이아름다운 것은 경계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혼란이 아니라 기존의 대립된 시각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른 세계로이동하는 상상력과 가능성을 뜻한다. 대립은 서로를 소멸시킬 뿐이다. - P33
모든 물음은 질문하는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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