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끝났다. 아이다는 캘리포니아양귀비 향이 나는 손수건에어렵사리 마지막 눈물 한 방울을 짜냈다. 그녀는 장례식을 좋아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유령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두려워하면서 좋아하는 식이었다. 그녀에게 죽음은 충격적인 것이고, 삶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었다. - P72
"앉으세요, 크로 영감님, 오늘은 종일 뭐 하고 지냈어요?" "27번지에서 장례식이 있었어. 인도 학생이었지." "나도 장례식에 갔었어요. 영감님이 간 장례식은 괜찮았나요?" "요즘 괜찮은 장례식이 어디 있나. 깃털 장식도 볼 수 없으니, 원."
(둘다 장례식 좋아함;;) - P86
그녀는 숨이 막힌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핑키, 당신 설마.." 그 말에 소년은 "장난이었어" 하고 태연히 거짓말을했다. "이건 황산이 아니고 그냥 술이야. 너에게 경고를 해 주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뿐이야. 너와 난 친구가 될 건데, 나는피부가 타 버린 친구를 두는 걸 원치 않으니까. 너한테 뭘 물어보는 사람이 있으면 내게 알려 줘, 누구든, 알았지? 곧장 프랭크네 집에 전화해서 날 바꿔 달라고 해, 666번이야. 이건 기억할 수 있겠지." - P99
"나도 열일곱이야." 소년이 말했다. 젊었던 적이 없는 소년의 눈이 회색빛 경멸을 담아 이제 겨우 한두 가지 것들을 배우기 시작한 소녀의 눈을 응시했다. - P102
사람들은 탁자 뒤에 대여섯 줄을 이룬 채 부동자세를 취한모습으로 서 있었다(플로어에는 공간이 충분치 않아서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무척 조용했다. 마치 휴전 기념일에 국왕이 헌화하고 모자를 벗을 때 국가國歌가 울리면서군대가 돌처럼 굳어지는 상황과도 비슷했다. 그들이 귀 기울여 듣고 있는 것은 그렇고 그런 사랑, 그렇고 그런 음악, 그렇고 그런 진리였다.
(그렇고 그런...) - P104
"너, 사랑해 본 적 있어?" 소년이 다소 어색하게 쏘아붙이듯 물었다. "아, 있어요." 로즈가 말했다. 소년이 갑자기 표독스럽게 말을 받았다. "그렇겠지. 넌 햇병아리야. 넌 사람들이 어떤 짓을 하는지 몰라." 그 순간 음악이끝났고, 그는 정적 속에서 크게 웃었다. "넌 순진해." 사람들이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한 여자애가 키득거렸다. 그가 손가락으로 로즈의 손목을 꼬집었다. "넌햇병아리야." 그가 다시 말했다. 그는 공립 초등학교 시절에 얌전한 아이들에게 했던 것처럼 약간의 쾌감이 깃든 분노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었다. "넌 아무것도 몰라." 그가 손톱으로 경멸감을 드러내며 말했다. - P105
"그렇지 않아요." 그녀가 항의했다. "나도 아는 게 많아요." 소년이 그녀를 보고 히죽 웃었다. "아무것도 몰라." 그는 두손톱의 끝이 거의 마주칠 정도가 될 때까지 소녀의 손목 살갗을 꼬집었다. "내가 네 남자 친구라면 좋겠지? 우리 사귈까?" "어머." 그녀가 말했다. "좋아요." 자부심과 아픔의 눈물이그녀의 눈시울을 얼얼하게 했다. " - P105
"맞아, 핑키. 콜레오니는 일을 크게 벌이고 있어." 크게 벌이고 있어. 그 말은 비난처럼 들렸다. 프랭크네 집 자신의 방 황동 침대 틀을 떠올리게 하고 매트리스에 떨어져 있던 소시지롤 부스러기를 생각나게 했다. "내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거야?" 소년이 말했다. - P117
"놈은 우리를 놀릴 생각인 거야." 그는 세면대 위에 약간삐딱하게 걸린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면도를 해 본 적이 없는 매끄러운 뺨과 부드러운 머리와 노인의 눈을 가진 거울 속 얼굴에서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런 데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자존심이 무척 강해서외모 따위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 P125
그는 자신의 영광의 구름을 직접 끌며 나아가고 있었다. 미성년인 그의 주위에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더 많은 살인을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 P138
"괜찮습니다. 콜레오니 씨. 그렇게 하겠습니다, 콜레오니씨" 하고 말한 다음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당신, 블랙도그라고 썼어요." 아이다가 말했다. 노인이 아이다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잠시 후에야 그는말뜻을 이해했다. "블랙도그."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웃었다. 쉰 목소리의 공허한 웃음이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블랙도그라니, 나 원 참."
"그건 ‘우울‘이라는 뜻이에요." 아이다가 말했다. "하긴, 노인이 어울리지 않는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늘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있게 마련이니까." - P144
"나라면 그런 일에 말려들지 않을 거야, 아이다. 그 사람은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이는 그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어. 그게 문제야." 아이다가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자리 잡은 기억과 본능과 희망의 심층까지 파고 내려가, 그것들에서 자신이 지침으로 삼고 살아가는 유일한 인생철학을 꺼냈다. "나는 정정당당한 것을 좋아해." 아이다가 말했다. 그녀는 그 말을 하고 나자 기분이 좋아져서 무척 쾌활한 어조로 덧붙였다. 눈에는 눈이야, 필, 당신, 곁에서 날 지켜 줄 거지?" - P155
"이봐, 스파이서, 내가 너희 패거리를 겁낸다고? 조만간에넌 나한테 선생님‘ 하고 불러야 할 거야. 나는 콜레오니의 오른팔이니까."
"나도 콜레오니가 왼손잡이라는 건 늘 들어서 알고 있다." 스파이서가 말했다.
(왼손..ㅋㅋㅋㅋ어떡해) - P168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여자애가 하려던 얘기는 전화통에 갇혀 숨이 끊어졌다. 핑키를 찾아 달라고? - P173
텔이 있었다. 그랜드퍼레이드 거리에서 올드스타인 거리까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먼지 낀 나무들 위로 파빌리온‘의 연녹색 돔이 보였다. 사람이 거의 없는 이 무더운 주중週中 오후에는 누군가가 수족관 아래로 내려간다면 그는 그걸 볼 수 있을것이다. 춤출 수 있게 준비해 놓은 하얀 덱에서부터 막대 사탕인 브라이턴 록을 파는 싸구려 가게들이 바다와 돌담 사이에늘어서 있는 지붕 덮인 조그만 아케이드까지를 그는 한눈에볼 수 있을 것이다. - P175
"난 겁 안 나요. 핑키. 당신이 곁에 있으면." 그는 화가 나서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힘껏 주먹을 쥐었다. 그녀는 잊어야 할 것은 다 기억하고 기억해야 할것은 다 잊어버렸다. 황산이 든 병도 잊어버리고…… 그때는자신의 말에 겁을 집어먹곤 했었다. 그 뒤로 자기가 그녀를 너무 부드럽게 대해 준 모양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그녀를 좋아한다고 정말로 믿고 있었다. 그래, 이건 야외 나들이‘ 니까, 소년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스파이서의 농담을 다시 떠올렸다. - P183
"집은 어디야?" "넬슨플레이스, 그 동네 알아요?" "아, 여러 번 지나가 봤어." 그는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으나, 그 지역의 지도를 잔디밭 위에 그려 보라고 했다면 측량사만큼이나 정확하게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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