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그중 하나인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은 그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충격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초조한 마음에 불과하며, 함께 고통을 나누는 대신 남의 고통으로부터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방어한다.
진정한 연민이란감상적이지 않은 창조적인 연민으로, 이것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알고, 힘이 닿는 한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견디며 모든 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연민을 말한다. - P17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그녀는 그날빵집에서 나의 시선을 알아차렸었는지, 마치 오랜 지인이라도 된 듯 나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의 눈은 마치 커피콩 같았고 그녀가웃으면 콩 볶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풍성한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조그맣고 깜찍한 귀가 보일락 말락 드러났다. 습지 한가운데에 핀 분홍빛시클라멘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 P29
이렇게 어여쁜 아가씨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기분 좋은 일인데, 노래를 흥얼거리는 듯한 그녀의 헝가리식 억양을 듣게 되자 나는 금방이라도 사랑에 빠질 것만 같았다. - P30
그러나 온실 속에서 자라는 꽃이 더 무성하게 잘 자라는 것처럼 어둠 속에서 자라는 망상도 그러했다.
망상은 불을 뿜어내는덩굴식물이 되어 축축한 바닥에서 솟아올라 내 목을 졸랐고, 열에 들뜬머릿속에서는 터무니없는 공포스러운 장면들이 꿈속에서나 있음 직한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 P39
시선이 오른쪽을 향했다 왼쪽을 향했다. 몸이빳빳하게 긴장했다 지친 듯이 뒤로 기댔다를 반복했다. 이와 같은 신경질적인 몸짓은 말투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에디트는 언제나 신경이 곤두선채 스타카토로 짧게 끊어서 이야기했다. - P51
방 안의 공기가 우리 두 사람 사이에서 얼어붙은 듯했다. 그는 몇 분이 지난 후에야 몸을 돌리더니 마치 미끄러운 얼음판 위를 걷듯 불안한발걸음으로 조용히 내게 다가왔다. - P55
우리에 갇힌 짐승이 평상시에는조련사에게 재롱을 떨다가도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를 공격하는 것처럼, 에디트도 이따금씩 발톱을 세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갈기갈기 찢어놓곤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게 아닌 갈기갈기...이런 디테일이 다르다. 약간의 차이인데 진부하지 않아. 어떤 상황인지 촉각으로 느껴지는 듯해 ㅋㅋ)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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