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이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한다
ㅡ라로슈푸코 - P199

어떤 종류의 욕망은, 그것이 말에 한정된 것이라 할지라도 그냥 커지도록 내버려 두면, 결과야 어떻든 반드시 충족되기를 바라는 법이다.  - P207

벌거벗은 어깨를 너무 오래 바라보다 보면 키스하고 싶은 유혹에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우리의 입술은 뱀이 새를 덮치듯 어깨 위로 떨어지기 마련이며, 심한 허기나 갈증에 사로잡히면 과자를 이로 씹어 먹거나, 뭔가 예기치 못한 말을 함으로써 상대의 영혼에 놀라움이나 혼미와 고통 또는 기쁨을 유발하고야 만다.  - P207

놀라움을 가장하며 동시에 수치심도 감추어야했으므로, 그는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을 연이어 연주할 때보다 얼굴이 더 붉어지고 땀이 났으며, 또 눈에는 본의 거장(베토벤)도그로부터 끌어내지 못했을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 P209

"뭐라고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라고 샤를리는, 지금 막 지독한 아픔을 준 치과 의사에게 아픈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말하는,
혹은 하찮은 말다툼 때문에 "당신은 이런 모욕을 참을 수 없을걸요."라고 결투를 강요하는 몹시 잔인한 입회인에게 말하는어조로 얘기했다.  - P212

" 샤를리는 자신의 조각난자존심을 감추기 위해 다른 데서 빌려 온 자존심으로 대체하려고 애썼고, 어디서 읽었는지, 아니면 말하는 걸 들었는지 기억 속에서 이런 구절을 찾아내어 곧 공표했다. "저는 그런 빵을 먹기 위해 키워진 게 아닙니다. 오늘 저녁부터 샤를뤼스 씨와 절교하겠습니다.  - P212

샤를뤼스 씨가 모렐에게 그의 출신 배경을 결코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후 얼마 안 가서 베르뒤랭 부인에게 "녀석은 하인의 아들이오."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욕구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온 이상, 여전히 그와 유사한 욕구가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그 말을 돌아다니게 했고, 사람들은여전히 비밀을 봉인한다는 약속을 받고 비밀을 털어놓지만,그들 자신이 했던 것처럼 비밀은 지켜지지 않는다. 

그 말들은결국 고리 찾기 놀이에서처럼 베르뒤랭 부인에게로 다시 돌아왔고, 그리하여 마침내 그것을 알게 된 당사자와 베르뒤랭부인 사이를 틀어지게 했다.  - P216

우리는 미래를 텅 빈 공간에 투사된 현재의 반영으로 그려 보는데, 그것은 대부분 우리로부터 빠져나가는 원인들의 아주 가까운 결과이다.  - P226

그는 라파엘 대천사에게 어린 토비야를 데려다주었듯이 모렐을 데려다 달라고 애원했다. 그리고 거기에 보다 인간적인 방법을 끼워 넣어(병든 교황이 미사를 올리면서도 의사를 부르는 걸 잊지 않듯이), 만약 브리쇼가 그의 어린 토비야를 빨리 자기 곁으로 데려다준다면, 라파엘 대천사가 신에게 바칠 제물을 씻는 벳자타 못에서 토비야 아버지의 시력을 회복시켜 주었듯이, 브리쇼에게 시력을 돌려 주는 데도 동의할지 모른다고 방문한 손님들에게 넌지시 비추었다. - P233

그 사실을 알았다면, 인간을 결코 원망해서는 안 되며, 어떤 사악한 행위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인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보다 빨리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들의 영혼이 다른 순간에 진심으로 원하고 실행했던 그 모든 착한 일들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순히 앞일을 예측한다는 관점에서도 우리는 오류를 범한다. 

우리가 관찰했던 악한 모습은 틀림없이 결정적인 방식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영혼은 이런 악한 모습보다 더 풍요롭고, 다른 많은 모습들을 갖고 있으며, 동일한 인간에게서 그 다른 모습들이 다시 돌아올 테지만, 우리는 그가 과거에 저질렀던 악행으로 인해 그 다른 모습이 주는 기쁨을 거부한다.  - P237

우리는 타자가 보는 우리의 몸은 보지못하며, 또 우리 앞에 있지만 타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대상인 우리 생각을 쫓아간다. (때로는 예술가가 이 보이지 않는 대상을 작품 속에서 보게 해 주는데, 이렇게 해서 작품을 찬미하는 사람이 작가를 만나면 작가의 얼굴에 내적 아름다움이 그토록 불완전하게 반영된 것처럼 보여 자주 환멸을 느낀다.) 일단 이런 점에 주목하면 우리는 ‘더 이상 되는대로 살지‘ 않는다. - P268

베르뒤랭네에서 느꼈던 두려움, 알베르틴이 나를 떠날지도모른다는 그 어렴풋한 두려움이 처음 순간에는 사라졌다. 집에 들어갔을 때, 나는 갇힌 여자를 만난다는 느낌 대신 나 자신이 갇힌 남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 P272

처음에는 화를 낼 만큼 그렇게 중요한동기도 없었던 남자가, 갑자기 터져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에취해서는 상대에 대한 불만에서 유발된 분노가 아니라, 커져가는 분노 자체에 휩쓸리는 것처럼, 나는 이렇게 슬픔의 비탈길에서 점점 더 깊어져 가는 절망을 향해, 마치 추위를 느끼면서도 추위와 싸우려 하지 않고 오히려 떨리는 몸에서 일종의기쁨마저 느끼는 사람의 무기력한 태도로 점점 더 빨리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 P288

알베르틴처럼 그렇게 배신(perfidité)‘을 때리는 사람은 보지 못했으며, 또 연극을 정말 잘해서(프랑수아즈는 이 말을 ‘무언극을 연기할 줄 알아서‘라고 표현했는데, 일반적인 것과 개별적인것을 쉽게 혼동하고, 또 연극 장르의 구별에서도 막연한 개념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로부터 돈을 뺏을 줄도 안다고 말했다. 
(여기서 ‘배신 때린다‘가 나름의 의역인지 직역인지 궁금하다ㅋ) - P301

나는 살금살금 그녀의 방까지 가서 안으로 들어갔지만, 문지방에 그대로 서 있었다. 희미한 불빛 속에 시트는 반원형으로 부풀어 있었고, 몸을 구부린 채 발과 머리를 벽 쪽에대고 자는 모습으로 보아 알베르틴이 틀림없었다. 

침대 밖으로 나온 검고 풍성한 머리칼이, 그녀가 문을 열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그녀임을 알려 주었고, 나는 이 부동의 살아 있는 반원형 몸 안에 한 인간의 모든 삶이 담겼으며, 또 그것이내가 유일하게 소중히 여기는 것이며, 바로 저기 내 지배 아래, 내 소유물로 놓였다고 느꼈다.
- P302

마치재봉사가 당신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당신이 입은 옷감의값을 계산하고, 또 옷감을 손으로 만져 보지 않고는 못 배기듯이, 아니면 화가가 색채의 효과에 민감한 것처럼, 그와 동일한취향의 안내를 받으면서 내가 주는 것을 남몰래 보고는 즉각적으로 계산해 냈다.  - P304

사랑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극히 미미하게만 반영하는 사교 생활에서, 모든 사람들이 사귀고 싶어 하는 존재가 되는 최선의 방법은 초대를 거절하는 것이다.  - P309

한 남자가 여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자신이 내세울 만한 모든 찬란한 특성들을 계산해 본다. 끊임없이 옷을 바꿔 입고 용모에 신경을 써도 여인은 단 한 번도그가 다른 여인으로부터 받는 관심을 보여 주지 않는다. 이에반해 그가 배신을 한 그 다른 여인은, 그녀 앞에 더러운 옷차림으로 나타나도, 마음에 들려고 술수를 쓰지 않아도 언제까지나 그에게 집착한다. 

마찬가지로 한 남자가 사교계에서 충분한 인기를 누리지 못한다고 한탄한다면, 나는 그에게 더 많은 방문을 하고, 더 아름다운 마차를 사라고 말하는 대신, 어떤 초대에도 응하지 말고 자신의 방에 칩거하면서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사람들이 집 문 앞에 줄을 서게 되리라고 조언한다. - P309

뱅퇴유의 악절은 내게 소악절을 떠올리게 했고, 그래서 나는 알베르틴에게 그 악절이 이를테면 스완과 오데트에게서사랑의 국가와도 같았다고 말했다. " - P319

도스토옙스키의 여인은(렘브란트의 여인만큼이나 그렇게 독특한) 마치 그때까지 선의의 연극을 했다는 듯, 상냥한아름다움이 돌연 무서운 오만함으로 변하는 신비스러운 얼굴과 더불어, 항상 같은 여인이 아닌가요? 

아글라야에게 사랑의 편지를 쓰면서도 아글라야를 미워한다고 고백하는 나스타샤 필리포브나, 이와 정확히 같은 방문 장면에서 ㅡ나스타샤필리포브나가 가냐의 부모를 모욕하는 장면 ㅡ자신을 끔찍한 여자로 여기는 카테리나 이바노브나 집에서 상냥하게 굴다가 느닷없이 심술궂은 모습을 드러내면서 카테리나를 모욕하는 그루센카(실제는 마음이 착한데도)는 같은 여인이 아닌가요? 

그루센카와 나스타샤는, 카르파초가 그린 매춘부뿐만 아니라 렘브란트가 그린 밧세바만큼이나 독창적이고 신비스러운 형상들이죠.  - P322

『죄와 벌』에 나오는 살인‘의 집은 문지기와 더불어, 도스토옙스키 작품 속 ‘살인‘의 집 중 걸작이라고 할 만한, 로고진이 나스타샤 필리포브나를 죽인 그 컴컴하고 기다랗고 천장이 높으며 광대한 집만큼이나 경이롭지 않나요? - P323

우리가 약속한 대로, 당신과 함께 베르사유에 가게 되면, 신사 중의 신사이며가장 훌륭한 남편이면서도 지독히 변태적인 책을 쓴 피에르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초상화와, 또 그 맞은편에 걸린, 가장도덕적인 이야기들을 썼으면서도 오를레앙 공작 부인을 속이는 데 만족하지 않고, 부인으로부터 아이들을 갈라놓으면서그토록 부인을 괴롭혔던 장리스 부인의 초상화도 보여 줄게요. - P326

도스토옙스키에게서 나는 지극히 심오한 원천을 발견하지만, 그것은 인간 영혼의 몇몇 고립된 지점에 한정되죠. 그러나 그는 위대한 창조자예요. 우선 그가 묘사하는 세계는 정말 그를 위해 창조된 세계처럼 보여요. 끊임없이 돌아오는 그모든 어릿광대들, 레베데프, 카라마조프, 이볼긴, 세그레프 같은 사람들, 그 믿기 어려운 행렬은 램브란트의 야경을 가득채우는 인간들보다도 더 환상적이죠.  - P327

그녀가 얘기하는 동안, 그리고 내가 뱅퇴유를 생각하는 동안, 또 다른 가설인 유물론적 가설, 무의 가설이 차례로 나타났다. * 나는 다시 의혹을 품기 시작했다. 어쨌든 뱅퇴유의 악절이 우리 영혼의 몇몇 상태에 대한 표현으로 보였다면 —— 마들렌 과자를 홍차에 적셔 먹었을 때 느꼈던 것과 유사한 — 그 모호한 상태가 심오함의 표시라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으며, 오히려 그 상태를 분석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따라서 이 상태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실재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만을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한 잔의 차를 마시거나, 샹젤리제에서 오래된 나무의 냄새를 맡았을 때 내가 느꼈던 행복이나, 그런 행복에 대한 확신의 감정은환상이 아니었다. 어쨌든 이 상태가 다른 상태보다 심오하며,
- P330

현실이란 가장 교묘한 적이다. 현실은 우리가 기대하지도 않고 방어할 준비도 하지 않았던 마음의 바로 그 지점에 대해 공격을 선포한다.  - P343

알베르틴이 가진 성격의 두 가지 특징, 나를 위로하는 동시에 나를 아프게 하는 특징이 그 순간 생각났다. 그 까닭은 기억 속에서는 모든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기억은 우리 손이 우연히 진정제나 위험한 독약에 가닿는 일종의 약국, 화학 실험실과도 같다. - P345

인간 삶에서의미지수는 자연의 미지수와 흡사해서,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그 미지수를 감소시킬 수는 있어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한다. 
(아 어떻게 이런 표현을!!) - P347

나는 그녀가 내게 키스하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이 모든 것이 잃어버린 시간이며, 키스를 하고 나서야 드디어 마음이 평온해지는 진정한 순간이 시작된다는 걸 깨닫고, 그녀에게 "잘 자요. 너무 늦었어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하면 그녀가 내게 입맞춤을 할 테고, 그러면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녀는 내게 "잘 자요, 자려고 노력해 봐요."라고 말한 뒤, 정확히 앞서 두 번과 마찬가지로 뺨에 키스를 하는 데에 그쳤다. 

이번에는 감히 그녀를 다시 부를 수도 없었다. 하지만 나의 가슴이 얼마나 세차게 뛰었는지, 다시 잠자리에 들 수도 없을 정도였다.  - P362

이렇게 해서 우리의 몇몇 정신 상태, 특히 불안한 마음은우리에게 양자택일의 상황만을 제시하면서, 단순한 신체적고통과 마찬가지로 뭔가 끔찍스럽게도 제한된 성격을 가진다. 

마치 병자가 통증을 초래하는 기관을 끊임없이 체내의 움직임에 따라 만지다가, 잠시 아픈 지점에서 멀어졌다 이내 다시 그 지점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그런 좁은 공간에서, 나는나의 불안이 옳다는 논지와 그것이 틀렸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안심시키는 논지를 끊임없이 펼치고 있었다. - P363

그녀는 언제나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된 그런 매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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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02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게 그 소문만 들은 거꾸로 읽는 책이네요^^ 거의 다 읽으신듯~미리 축하드려요~!

미미 2021-04-02 15:58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ㅋㅋㅋㅋㅋ저에겐 이 방법이 너무 잘 맞아요~미스테리가 추가된 느낌이거든요. 😄

새파랑 2021-04-02 17:13   좋아요 1 | URL
전 그럼 중간부터 읽어볼까?생각해봤는데 안되겠네요 ㅋ담주에 1권부터 따라가겠습니다^^

미미 2021-04-02 17:24   좋아요 1 | URL
읽어보시고 영 진도가 안나가심 10권 읽어보세요.신세계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