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이 시작된 뒤 월경이 전혀 불리한 조건이 아님을 입증하는 연구가 물밀듯이 나온 것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2차대전이 끝난 뒤, 1차대전 이후와 마찬가지로 여성들은 그동안맡았던 많은 유급 일자리에서 쫓겨났다. 이런 양상은 너무나도 분명해서 그렇게 오랫동안 간과됐을 리 없을 것 같지만, 우리가 알다시피2차대전 이후 (1차대전이 끝난 뒤에 그러했던 것처럼) 여성은 호르몬 때문에 실제로 무능력해진다는 월경 관련 연구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 P142
(앞서 ‘월경전증후군‘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분노를 질병이 아닌 축복으로 보려면, 여성들이 자신의 분노를 정당하다고 느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분노가 정당하다고 느끼려면 여성들이 사회에서 자신이 처한 구조적 위치를 이해할 필요가 있고, 이런 이해가 자리 잡으면 단지 성별 때문에 사회에서 온전한 시민권을 부정당하는 집단의 일원으로서 자신을 인식할 수 있게된다.
인종차별과 식민주의에서 기인하는 억압이 피억압자들에게 만연한 분노를 영속시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여성들이 월경 전우울감을 설명하면서 흔히 반란이나 저항, 심지어 ‘전쟁을 치르는‘ 것같은 느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 P154
글로리아 스타이넘 Gloria Steinem은 냉소적으로 묻는다. "어느 날 갑자기 마술과도 같이 남자가 월경을 하고 여자는 안 하게 된다면 무슨일이 벌어질까? 분명 월경은 누구나 부러워하고 자랑스러운, 사내다운 대대적인 행사가 될 것이다." - P155
남자들은 내가 오래 생리를 하니, 네가 많이 하니 하며 자랑스레떠벌릴 것이다. 소년들은 이제 쟤도 드디어 남자가 되었구나, 하는 시기심 어린 시선으로 생리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갖가지 선물에 종교 의식, 가족 만찬, 남자들끼리 여는 파티 등으로 초경을 축하할 것이다. 매달 건장한 사내들이 생리로 노동 손실을 일으키는 사태를막기 위해 의회는 기금을 지원해서 전국생리통연구소를 설립할 것이다. - P156
아마 우리는 이 목록에 하나를 더해야 할 것이다. 만약 남자들이생리를 한다면, 우리는 모두 하루, 일주일뿐만 아니라 한 달 주기로 활동을 변경하게 될 것이며, 월경 기간을 중심으로 발산되는 특별한 힘을 극대화하는 한편 불쾌감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시간과 공간을 조직하게 될 것이다. - P156
유엔 포럼에서 보건, 교육, 환경 보호, 사회 발전, 성평등 같은 기본적인 인간의 요구를 ‘인권의 틀 안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탄원하는 일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 10년 넘게 이어진 비정부기구와 풀뿌리 운동의 노력으로 유엔 논의에서 이러한 틀이 한층 더 정당성을 얻게 됐고, 따라서 오늘날 ‘인권‘이라는 말에는 터무니없는 국가 범죄(죄수 고문이나 종족말살genocide 등)보다 훨씬 광범위한 쟁점이 포함된다.
인권이 국가 범죄에만 국한되었던 과거에 비하면 진일보한 셈이다. 더욱이 불과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각국 정부 대표단과 교황청에서 언어·문화적으로 ‘낯설다‘고 과히 의문시했던 ‘젠더‘와 ‘성평등이라는 개념도 국제 사회에서 적어도 수사적 차원에서는 마지못해 수용된 것처럼 보인다. - P160
제13차 여성 건강을 위한 국제 행동의 날(2000년5월 28일)은 ‘바로 지금 여성에게 건강을, 만인에게 건강을!‘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알마티 선언의 구상을 부활시키는 데 주력한다.
이 캠페인은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뿐만 아니라 각국(북반구의 선진산업국들을 포함해) 내의 계급 사이에 또 남녀 사이에 존재하는 심각한 자원 불평등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으며, 수많은 빈민 · 노인 · 주변부 집단(특히 여성과 아동)이 보건의료에 접근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 수익자 부담 및 원가 회수 계획에 대한 새로운 강조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세계은행을 비롯한 보건 부문 개혁‘ 경제학자들이 특정대상 중심 접근법‘(공공 부문 지출 축소를 완곡하게 표현하는 말이다)을 지지하며 보편적 접근권(‘만인에게 건강을‘)이라는 알마티 선언의 원칙은저버렸다고 비난한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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