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해치고 괴롭히는 것을 목표로 삼는 좀 더 파괴적인 형태의 가학증은 권력욕과 동일하지 않지만, 권력욕은 가학증의 표현 가운데 가장 중요한 표현이다. - P170
파시즘의 등장과 함께 권력에 대한 욕망과 권력의 권리에 대한 확신은 사상 어느때보다도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수많은 사람들이 권력의 승리에 깊은인상을 받았고, 그것을 강함의 표시로 받아들였다. 확실히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은 순전히 물질적인 의미에서 우월한 힘의 표현이다.
내가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면, 나는 그보다 ‘강한것이다. 하지만 심리적 의미에서 보면 ‘권력욕은 강함이 아니라 오히려약함에 뿌리를 박고 있다. - P170
힘(power)‘ 이라는 낱말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는 어떤사람에 대한 영향력, 그 사람을 지배하는 능력을 갖는 것이다. 또 다른의미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잠재력을 갖는 것이다. 후자의 의미는 지배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 그것은 능력이라는 의미에서 무언가에 숙달하는 것을 나타낸다.
우리가 무력하다고 말할 때 염두에 두는것이 바로 이 의미다. 우리가 말하는 무력한 사람은 남을 지배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이렇게‘파워‘는 ‘지배‘나 ‘능력‘ 중 하나를 뜻할 수 있다. 이 두 성질은 같기는커녕 서로 배타적이다. - P171
개인이 유능하면, 즉 자신의 본래 모습과 자유를 바탕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으면, 그는 남을 지배할 필요가 없어지고, 따라서 권력에 대한 욕망도 없어진다. 성적 가학증이성애의 도착인 것과 마찬가지로, 지배라는 의미에서의 ‘파워‘는 능력의도착이다. - P171
권위는 당신에게 이것을 해야 한다고 말하거나 저것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나 제도일 필요는 없다. 이런 종류의 권위는 외적 권위라고 부를 수 있지만, 의무나 양심이나 초자아라는 이름의 내적 권위로도 나타날 수 있다.
사실 프로테스탄티즘에서 칸트의 철학에 이르는근대 사상의 발달을 특징짓는 것은 내면화한 권위가 외적 권위를 대신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 P175
이제는 외적 권위도 내적 권위도 개인의 삶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하지 않는 것같다. 타인의 정당한 요구를 방해하지만 않으면 모든 사람은 완전히자유롭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권위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공공연한 권위 대신 ‘익명의 권위가 지배한다. 그것은 상식과 과학, 정신 건강, 정상성, 여론 등으로 가장하고 있다. - P176
내면화한 권위에서는 비록 내적 명령이지만 명령이 여전히 눈에 보이는 반면, 익명의 권위에서는 명령 자체와 명령하는 사람이 둘 다 보이지 않게 된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의 사격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격하려 해도 맞서 싸울 상대와 대상이 없는 것이다. - P177
개인 안에서 발견되는 파괴성의 양은 삶의확장성이 축소되는 양에 비례하는 것 같다. 확장성의 축소라는 말은 이런저런 본능적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개인의 좌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의 좌절 — 인간의 감각적 감정적·지적 능력의 성장과 표현의 자발성이 방해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삶은 그 자체의 내적 활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성장과 표현과 생존을 추구한다. 이 경향이 방해를 받으면 삶을 향한 에너지는 분해 과정을 거쳐 파괴를 향한에너지로 바뀐다.
다시 말하면 삶에 대한 충동과 파괴에 대한 충동은서로 독립된 요소가 아니라 반비례적 상호의존 관계에 있다. 삶에 대한충동이 방해를 받을수록 파괴를 향한 충동은 강해지고, 삶이 더 많이실현될수록 파괴성의 정도는 줄어든다. - P192
‘파괴성은 실현되지 않은 삶의소산이다. 삶을 억압하는 개인적 ·사회적 조건은 파괴에 대한 열정을만들어내고, 그것이 축적되어 특별한 적대적 경향ㅡ타인에 대해서든자기 자신에 대해서든ㅡ을 키우는 원천을 이룬다. - P192
가짜 생각이 완벽하게 논리적이고합리적일 수도 있다. 그것의 허위성이 반드시 비논리적인 요소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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