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한 학생은 운동 중에
‘봄방학 때 어디에 갈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적었다. 아마도 수영장에서 햇볕을 쬐며 모히토를 한잔 즐기는 상상이 무거운 아령을 들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가 운동을 하면서도 운동 그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은 의식과 행위 사이에 연결 고리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 P54

우리는 사람마다 자신의 삶을 습관에 맡긴 정도가 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하고 먹고 사람을 만나고 운동을 하는 하루의 일과가상대적으로 더 체계적인 습관으로 정착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덜 체계적으로 자유롭게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건 단지 경험에서 우러나온 게 아니다. 널리 확립된 문화적 믿음이자 고전 소설의 토대이기도 하다. 쥘 베른Jules Verne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에등장하는 주인공 포그는 발자국 단위로 하루의 일정을 정확히 짜는인물인 반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오하라는 계획 따위 없이 즉흥적인 재치로 재앙을 간신히 벗어나곤 한다. 우리는 포그와 오하라 같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을 찾게 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은 틀렸다. 
참가자들의 삶에서 습관이 차지하는 비중에는 개인차가 발견되지 않았다. 

개인적인 성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삶이 습관에 의존하는 수준은 모두가 똑같았다.
- P55

두 차례에 걸친 실험을 통해 우리는 사람의 성격과 연령이 습관에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추가 연구로부터 몇가지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정기적으로 출퇴근하는 직업을 가진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간 더 체계적인 하루를 보냈다. 그들의 행동 대부분은 말 그대로 습관적이었다. 이와는 달리 어린아이와함께 사는 사람은 습관의 가짓수가 약간 더 적었다. 타인의 영향으로인해 상대적으로 더 유동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우리 삶에서 타인의 존재는 혼란을 증폭한다.
- P56

습관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은 아주 가끔 일어날 뿐이다. 보통은 원하지 않는 습관적 행동을 알아차릴 때 습관의 존재를더 잘 깨닫는다. 백화점에서 과소비할 때, 손톱을 깨물 때, 혹은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도 밤늦게까지 TV를 보고 있을 때…반대로 남들의 짜증나는 습관도 눈에 잘 띈다. 회의에 늘 지각하는동료, 큰 소리로 통화를 하고 함부로 소리 지르는 동료, 언제나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방치하는 동료, 이처럼 나쁜 습관은 좋은 습관보다훨씬 더 잘 드러난다.  - P59

우리는잠들기 전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행동이 사랑에서 비롯된 일이라고여긴다. 슈퍼마켓에 들어갈 때마다 특가 상품을 확인하는 이유가 돈을 아끼려는 욕구 때문이라고 믿는다. 차에 탈 때마다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신체를 보호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생각, 감정, 의도에 대한 인간의 과도한 신념을 가리켜 ‘내성 착각. Introspection Thusion‘이라고 부른다. 이런 인지적 편향성을 가진 인간은 자신의 모든 행동이 의식적 자아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과대평가한다.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다른 가능성, 즉습관이라는 비의식적 영향력을 인지할 능력을 마비시키고 만다. 

그결과 스스로의 의도와 욕구에 따라 행동한다고 과신하게 되고, 습관의 진정한 가치를 복원하는 일은 더욱 요원해진다. 어떤 일을 하는이유가 의지 때문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우리의 내면을 깊이 탐구할호기심을 가로막는 것이다. 기분도 좋고 힘도 되는 믿음이지만 이는그릇된 믿음이다.
- P60

이미 충분히 적응한 환경에서는 습관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그 순간 바깥 도로에서 벌어지는 일에 신경을 덜 쓰고, 오늘 벌어질 일이나 내일 계획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마트를 오가는 동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안전하게 차를 모는 일이 아니라, 당장 비어 있는 냉장고를 채우는 일이다. 습관은 양날의 검이다. 습관은 힘들고 까다로운 일을 쉽고 단순하게 여기도록 조작한다. 그러나차량 운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다. 누군가의 목숨을 해칠 수도 있는 일조차 습관은 무심하고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 P67

차를 모는 게 서툰 초보 운전자만이 의식적 자아에 의지하면서 순전히 운전에만 모든 주의를 집중한다. 오직 그들만이 도로에서 마땅히 경험해야 할 공포와 긴장을느낀다. 그리고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들은 이 놀랍도록 복잡한기계를 다루는 법을 터득하고선 습관에 핸들을 넘겨준다. 자신은 딴생각과 스마트폰의 뒤편으로 물러나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습관의양면성이다. 습관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의식적 자아의실행제어 기능은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습관을 제대로 활용하면가치를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이익을 얻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가공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 P68

더 중요한 발견은 ‘동기‘였다. 사람들은 배가 고플 때 종이와 우주선보다 스테이크와 쿠키라는 단어를 훨씬 더 잘 기억하고 주의를 기울였다.

심리학계에서 이것은 엄청난 발견이었다. 인지주의는 행동주의가부정했던 인간의 마음을 복권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1960년대에 태어나 개인의 힘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아이들이 직업을 가질 나이가 되면서 더욱 거세졌고, 1980년대가 되자 학계는 행동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의 행동이 마음에서 비롯한다는 인지주의 심리학을 정설로 받아들였다.  - P74

일상을 노력이 필요 없는 정신의 자동 활동 영역에 더 많이 넘겨줄수록,
마음은 ‘본래 처리해야 할 일 (Proper Work)‘에 더 많은 힘을 쏟을 수 있다.
ㅡ윌리엄 제임스<심리학의 원리> - P76

레버를 눌러야 먹이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배웠을때 쥐는 보상을 얻고자 레버를 누르는 것‘에 집중했다. 연구진은 쥐가 레버를 눌렀을 때 마음속에 보상에 대한 일종의 기대를 품고 목표지향적으로 행동했다고 결론지었다.

여기까지는 인지주의 심리학자들의 해석과 같다.따라서 만약 보상을 주지 않으면 쥐는 합리적으로판단해 레버 누르기를 멈출 것이다. 그러나 예측은 빗나갔다. 

쥐는습관적으로 레버를 눌렀다. 반복하는 뇌가 시작하는 뇌를 압도한것이다. 보상을 제거했음에도 쥐는 멈추지 않았다. 시야 안에 레버가들어오기만 하면 계속해서 눌러댔다.
- P79

무언가를 반복해 습관으로 정착되면 쥐는 그리고 매우 높은 확률로 인간 역시 보상에 거의 둔감해진다는 사실 - P80

목표에 집착하는 사람, 상황에 집중하는 사람 - P81

습관은 재빨리 우리의 마음을 장악한다. 의식적 자아가 뭔가 다른일을 꾸미고 있는 사이에 습관은 이미 신호를 받아 ‘행동‘을 향해 전력 질주할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습관은 은밀하고 빠르게 의식을 장악한다. 의식적 자아가 발동될 틈을 주지 않는다. 습관이 형성되는과정은 수학을 배우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2+2‘를 배울 때 우리는 ‘1+1+1+1‘을 연산함으로써 답을 얻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연산을반복하고 나면 더 이상 그런 계산을 하지 않고 뇌에 저장된 기억에서빠르고 즉각적으로 답을 추출해낸다. 그래서 ‘2+2‘가 곧 4처럼 보이는 것이다. 호수 옆의 산책로가 보이면 곧장 조경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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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1-02-17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은 다시 읽어야 하는 거 같습니다. 다시 읽어볼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아 2021-02-17 11:33   좋아요 0 | URL
저한테 어떻게 적용할지 정리하며 보고 있어요^^👍

고양이라디오 2021-02-21 12:24   좋아요 1 | URL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