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뒤랭 부인 댁에 도착하는 순간, 샤를뤼스 씨가 거대한몸을 휘저으면서 우리 쪽으로 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에는그가 원치 않는데도 깡패인지 거지인지 모를 녀석이 뒤따르고 있었다. 

지금은 그가 지나갈 때면 가장 한적해 보이는 길모퉁이에서도 꼭 그런 녀석이 나타나, 조금 떨어져 걷긴 했지만 마치 상어에 붙어 다니는 빨판상어처럼 그 힘센 괴물을 본의 아니게 언제나 호위했고, 그래서 샤를뤼스 씨는 내가 발베크에 체류한 첫해에 보았던, 근엄한 모습에 남성다움을 가장한 그런 오만한 낯선 존재와는 지극히 대조적인 모습을 하고있었다.

 마치 위성을 동반하고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공전(公轉) 주기에 들어가 최고조에 도달한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한 별자리나, 몇 년 전만 해도 가벼운 종기에 불과해 쉽게 감출 수 있었기에 그 심각성을 의심하지 못했던 병에 온몸이 잠식된 환자처럼 보였다.  - P20

물론 각각의 인간에게 있어 타자의 삶은, 우리가 의심해 보지 못한 오솔길을 어둠 속으로 이어지게 한다. 자주 기만적이며 또 모든 대화를 이루는 거짓말은, 반감이나 이해관계, 일부러 방문한 듯 보이고 싶지 않은 방문, 또는 아내에게 숨기고 싶은 정부와의 한나절 도피를, 훌륭한 평판이 악습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은폐하는 것보다 완벽하게 감추지는 못한다. 

악습은평생토록 알려지지 않을 수 있지만, 어느 날 저녁 선창가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그걸 폭로하며, 사실 이 우연도 그에 정통한제삼자로부터 우리 각자가 모르는 그 희귀한 말을 듣기까지는 흔히 잘못 이해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악습이 알려지는 건 두려운 일로, 이는 도덕성에 대한 우려보다는 거기서 광기가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 P21

정신과 의사의 연구 대상은 흔히 의사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전에 어떤 막연한 성향이, 어떤 매혹적인 공포가 그에게 이런 대상을 택하게 한 것은 아닐까?
- P25

실제로 남극이나 몽블랑 꼭대기에서의 유배 생활도 내적인 악덕, 즉 타인과 다른사고 속에 오래 머무르는 것만큼 우리를 타인에게서 멀어지게 하지는 못한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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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2-01 0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0권까지 다 읽으셨군요! ^^ 이제 두 권 남으셨어요. 민음사 판은 내년에 완간이라고 들었어요.

청아 2021-02-01 08:47   좋아요 2 | URL
앗! 그렇군요.저 거꾸로 읽는건데요!! 10권이 마지막인줄 알았어요!😳
귀한 정보 감사해요!
그래도 일단 읽어야겠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