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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점심시간 - 우리가 가장 열심이었던 날들
김선정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평점 :
멋진 선생님.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어린 아이를 대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과오를 드러내고 성찰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이렇게 글로 써낸 자체가 존경스러웠다. 읽는 내내 너 혼자만 이런 죄책감을 갖고 있지는 않았어 하며 내 어깨를 다독여주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가르치는 일에 지친 교사에게 추천!
그 아이를 만나면 골똘해진다. 이해하기 어려운 너의 행동과 말들에 동요하지 않고 오늘 하루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한 숱한 날들 중 제대로 성공한 적은 없었다. 성공 비슷하게 했다고 착각한 순간도 사실 내가 적당히 포기했거나 익숙해진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인간이 가진 알 수 없는 문제들과 씨름하며 고민했던 시간은 그 자체로 소중했다. 처음에는 내가편하자고 했던 고민들이 점점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으로바뀐 것도 나의 성장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내가 그토록 씨름했던 그 아이가 어엿한 6학년으로 잘 자라 있는 모습을 볼 때였다. 나만 고민하며 막막한 시간들을 보낸 것이 아니었다. 1학년, 2학년 3학년 4학년 5학년 6학년 선생님들 모두가 애를 썼다. 누구보다 그 아이가 가장 애를 썼다. 오늘도 교실에서 고군분투할 한 아이와 그의 부모님, 선생님, 같은 반에서 지내며 자기도 모르게 그 아이를 성장시키고 있는친구들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사람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회에 적응하며 자기 자신을 만들어나간다. 그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은 그 아이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폭도 넓힌다. 결코 헛되고 무용한 견딤이 아니다. 우리는함께 살아야 하고 함께 살 수 있다는 것, 교실은 그것을 배우는 곳이니까. - P-1
그땐 잘 몰랐다거나, 그래도 저항하려 애를 썼다거나, 다른누구보다는 나았다고 목놓아 변명하고 싶어질 때면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도 여전히 몰라서 짓고 있는 죄가 있을 것이니 더정신을 차리자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단정짓지 말고당연해 보이는 것들도 다시 들여다보자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소환되어 뒷담화를 당하고 있을 것 같아 억울한 마음, 쫓아가서 변명하고 싶은 마음, 그런 것들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나를 다독인다. 그때 나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다시 뻔뻔하게 살아갈 기운이 생긴다. 그리고 주위를 보며 또 한번 다짐한다. 지금 그렇게 실수하고 있을, 나중에 후회할 일을 저지르고 있을 다른 사람을 용서해주자고. 그도 나처럼 세월이 지나면 목놓아 소리치고 싶을 수도 있다. 과거의 나를 고칠 순 없으니 지금 내 옆의 서툰 사람에게 관대해지자, 그렇게 결심한다. 과거에 했던 말과 행동들을 떠올릴 때 떳떳하기만 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그런 면에서 교사는 유난히 후회가많은 직업이다. 나에게 반박하기 어려웠을 어린이들 앞에서 잘났다고 떠들어댄 말들이 그들의 기억 속에 계속 자리잡고 있을까봐, 그때는 몰랐던 선생님의 이중적인 모습을 어른이 된 뒤에깨닫고 배신감을 느낄까봐 두렵다. 그러니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겸손하고 뻔뻔하게 살아갈 수밖에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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