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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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실패하고 다시 도전한 책.
단번에 읽었다. 그만큼 책에 빠져들었다. 토니에게 베로니카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에 대해. 그들이 겪은 젊은 시절에 대한 진실에 대해 알고 싶었다.
재밌었고, 후반부에서는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처럼 주인공은 묵직한 삶에 대한 진리를 깨닫는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만큼 좋았는데 이 책이 맨부커상에서 하나의 이견없이 선정되었을만큼 좋은가에 대한 답은 명확히 할 수 없었다. 나의 언어의 한계로 인해.
그렇지만 친절하게도 책은 옮긴이 최세희 번역가님의 언어로 왜 이 책이 대단한지를 짚어준다. 아직 스스로 사유할 힘은 부족한 독자를 위한 가이드. 감사했다.

해설 중

우리의 기억은, 아니 우리가 기억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은 얼마나 자주 우리를 기만하고 농락하는가. 그런 기억에 의존해 진리를 만들어가는 우리의 이성이란 얼마나 얄팍하고 안이한가.

성이었다. 어느새 나는 내 인생과 에이드리언의 인생을 비교하고 있었다. 윤리적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에 대해, 자살을 감행한 정신적, 육체적 용기에 대해 한 구절로 표현하자면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에이드리언은 자신의 삶을 책임졌고, 그것을 지휘했으며, 온전히 포착했다. 그리고 놓아주었다. 우리─살아남은 우리중에 그와같은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는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리는 살면서 좌충우돌하고, 대책없이 삶과 맞닥뜨리면서 서서히 기억의 창고를 지어간다. 축적의 문제가 있지만, 에이드리언이 의미한 것과는 무관하게 다만 인생의 토대에 더하고또 더할 뿐이다. 그리고 한 시인이 지적했듯, 더하는 것과 늘어나는 것은 다른 것이다.
나의 삶엔 늘어남이 있었을까, 아니면 단순한 더하기만 있었을까. 그것이 에이드리언의 글이 내 안에서 촉발시킨 의문이었다. 나의 삶에 더해진 것-과 뺀 것-은 있었지만 곱해진 것은? 그 생각에 이르자 나는 심란하고 불안해졌다. - P-1

그러나 시간이란... 처음에는 멍석을 깔아줬다가 다음 순간 우리의 무릎을 꺾는다.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저 무탈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책임감 있다고 느꼈을때 우리는 다만 비겁했을 뿐이었다. 우리가 현실주의라 칭한것은 결국 삶에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는 법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란..... 우리에게 넉넉한 시간이 주어지면, 결국 최대한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던 우리의 결정은 갈피를 못 잡게 되고,
확실했던 것들은 종잡을 수 없어지고 만다. - P-1

누구나 그렇게 간단히 짐작하면서 살아가지 않는가. 예를들면, 기억이란 사건과 시간을 합친 것과 동등하다고. 그러나그것은 그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하다. 기억은 우리가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또한 시간이 정착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용해제에 가깝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백히 알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렇게 믿는다 한들 뭔가가 편리해지지도 않고, 뭔가에 소용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인생을 순탄하게 살아가는 데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실을 무시해버린다. - P-1

어쩌면 이것이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미래를 꾸며내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의 과거를 꾸며내는 것. - P-1

인생에 대해 내가 알았던 것은 무엇인가, 신중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았던 내가 이긴 적도, 패배한 적도 없이, 다만 인생이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았던가. 흔한 야심을 품었지만, 야심의 실체를 깨닫지도 못한 채 그것을 위해 섣불리 정착해버리지 않았던가. 상처받는 게 두려웠으면서도 생존력이라는 말로둘러대지 않았던가. 고지서 납부를 하고, 가능한 한 모든 사람들과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았을 뿐, 환희와 절망이라는 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설에서나 구경한 게 전부인 인간으로 살아오지 않았던가. 자책을 해도 마음속 깊이 아파한 적은 한 번도 없지 않았던가. 이 모든 일이 따져봐야 할 일이었고, 그러는 동안 나는 흔치 않은 회한에 시달렸다. 그것은 상처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쳤던 인간이 비로소 느끼게 된 고통, 그리고 바로 그랬기 때문에 느끼게 된 고통이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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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위화 작가 등단 4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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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위화 작가를 대단하게 부르는지 알았다. 아주 오래전에 나온 소설인데 나는 왜 이제서야 읽었을까.

작가가 쓴 작품도 좋았지만, 작가가 작품 서두에 쓴 서문이 더 인상깊다. 작가의 사명?을 쓴 글인데 멋지다.

진정한 작가는 언제까지나 마음을 향해 글을 쓴다. 마음의 소리만이 그의 이기심과 고상함이 얼마나 두드러지는지를 그에게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다. 마음의 소리는 작가가 진실로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자신을 이해하면, 곧 세계를 이해한 것이다.˝
...
작가의 사명은 발설이나 고발 혹은 폭로가 아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고상함을 보여줘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상함이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일체의 사물을 이해한 뒤에 오는 초연함, 선과 악을 차별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동정의 눈으로 세상을 대하는 태도다.
그 마음으로 쓴 책이 <인생>이다.
...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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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두고 왔나 봐
전성진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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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서도 글을 쓰는 사람을 아니 쓰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랍다. 덕분에 나 또한 생각해보지 않은 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내 몸을 사랑하고 아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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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는 육개장이 없어서
전성진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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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참 잘 쓰는 작가. 잘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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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실의 사계절
김효선 지음 / 낮은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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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나와 엄마가 겹쳐졌다.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면 우리 엄마 이야기도 책 한 권으로 써볼 수 있겠다는 생각과 물을 무서워하는 나지만 나도 엄마랑 수영 한 번 배워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장 나는 글을 쓰는 대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 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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