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 혹은 책선을 제대로 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명나라 철학자 왕양명이 쓴 <전습록에 이런 내용이 있다. 왕양명에게는 쉽게 화를 내고 남을•잘 나무라는 친구 하나가 있었다. 그를 지켜보던 왕양명이 친구에게주의를 주며 말한다. "배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는 걸세그저 남을 책망하기만 하면 남이 잘못한 부분만 보고 자기가 그르다는 점은 못 보게 되지. 만약 자네를 돌이켜볼 수 있다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허다하게 많이 보일 테니, 남을 책망할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앞으로는 남의 시시비비를 논하려 들지 말게. 남을 책망하거나 비판해야 할 때를 만나면, 그것을 자신의 커다란 사사로움으로 간주해서 없애도록 하게." 충고와 책선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다. 내가 스스로 반성하면서 올바르게 살려고 애쓰다 보면 친구도 감화되기 마련이다. 친구니까 솔직하게 충고한다면서 자신이 항상 옳고 늘 제대로 살고 있는양 거침없이 비판하는 이들이 있는데, 친구란 함께 밥을 먹고 재미있는 일을 하기 이전에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친구를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이라 하는지도 모르겠다. - P-1
한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이 들어간다. 세상 쉽게자란다는 식물도 며칠만 햇볕을 못 쬐면 금방 시들시들해진다. 좋은가치는 가뜩이나 싹 틔우기 어려운데, 어쩌다 한번 미루고 미루다가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한번 시도해보는 걸로 그친다면 결과를 얻을수 없는 건 너무도 자명하다. 맹자는 무언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그 노력은 반드시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선생님은 환경이 갖추어진 다음에 의미가 있다. 좋은 선생님이 전체일 수는 없다. 전체가 망가졌다면 더 이상 손을 대기 힘들지만, 전체적인 여건이 갖춰졌다면 최고의 성과를 얻을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설거주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우리의 계획이자꾸 실패로 돌아가는 까닭은 많은 경우 설거주 한 명으로 쉽게 뭔가를 해보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 P-1
여러 인문학 강의에서 젊은 수강생들이 인생의 비전이나 삶의 방향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분명 한국 사회는 더 이상 예전의 가치관으로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동안의 성장 방식, 지금까지 성공한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래서 불안해지고, 그래서 더 빨리 명확한 답을 들으려 한다. 하지만 지극히 특별한 한 개인의 인생의 답이 자신과는 다른 삶을살아온 다른 한 사람에게서 그렇게 쉽고 분명하게 얻어질 리 없다. 그가 아무리 뛰어나고 훌륭해도 그 역시 자신의 신체와 삶에 갇힌개인일 뿐이다. 정말 달라지고 싶고 변화하고 싶다면, 보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인레이스를 각오해야 하지 않을까? 내 손으로 책을 찾아 읽고, 내 힘으로 생각의 범위를 넓히고 요약해야 한다. 설거주는 재미있고 웃긴 사람이 아니다. 그와 나누는 대화는 분명 수다가 아니다. 삶의 방향을정하는 눈을 틔워줄 책이 저절로 읽힐 리 없다. 그래도 길을 찾아야겠거든 나 스스로 나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과감히 집에 두고, 책과 공책을 들고 카페든 도서관이든 가서 일정 시간 자기 자신과 씨름해야 한다. 쉽게 얻은 것은 내 것이 아니기에 쉽게 사라진다. - P-1
"배움을 그쳐서는 안 된다. 청색은 쪽에서 얻지만 쪽보다 푸르고, 얼음은 물로 만들지만 물보다 차다. (...) 높은 산에 오르지 않으면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감을 잡지 못하고, 깊은 계곡에 가보지 않으면 땅이 얼마나두터운지 감을 잡지 못한다." 取之於藍而爲之而於. (…)山, 不知天之高也; 不臨深谿, 不知地之厚也,
순자의 권학편
청출어람이 나온 구절. 청출어람의 두 가지 뜻 1. 학문과 배움을 멈추지않으면 자신의 스승을 뛰어넘게 된다. 2. 본래 타고난 능력을 뛰어넘는 깊이와 넓이를 가진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 P-1
순자는 이어서 말한다. "높은 산에 오르지 않으면 하늘이 얼마나높은지 감도 잡지 못하고, 깊은 계곡에 가보지 않으면 땅이 얼마나두터운지 감도 잡지 못한다." 우리는 세상과 삶에 대해 종종 ‘좌정관천坐井觀天‘, 즉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오류를 범한다. 그 깊이와 넓이를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 상상조차 하지 못하면서, 저것도 대단한게 아니라 내가 보는 딱 그 정도의 크기일 뿐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하늘이 높고 넓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신의 알을 깬 사람에게만주어지는 축복이다. 높이 올라가본 사람만이 하늘은 결코 우리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면서도 재미있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이 하늘이 높다는 사실을 더 잘 알 것 같은데 높이 올라가본 사람이 하늘을 더 아득하게 느낀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무지할 때는 자신이 얼마나무지한지 알지 못한다. 수치로만 따지면 무식한 사람보다 유식한사람이 아는 지식이 더 많겠지만 자신의 무지를 인지한다는 건 본인이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유식한 사람이 자신의 무지를 더 잘 안다는 건 세상의 역설 중 하나다. 선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의 악함을 더 많이 느낀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자신의 부족함을 더 잘 알고, 재주를 연마하는 사람이 자기의 한계를 더 잘 안다. 따뜻한 사람이 자신의 차가운면을 더 잘 알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 자신의 옹졸함을 더 쉽게 깨닫는다. - P-1
생각을 하는 이유는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미래를 미리 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얼마나많은가? 물론 정답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최선의 답은 찾을 수 있다. 바로 책을 통해서다. 책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전 인류의 지혜가 가득 담겨 있다. 넘쳐나는 지혜를 습득하면서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시선, 즉 가치관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이 가치관은내가 세상에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길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존재로 만들어준다. 이것이 후회를 줄여준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무도 모르는 미래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사람과 미래에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가는 사람은, 시간이 흐른 뒤에후회하는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 P-1
아이들이 산만하면 어른들은 보통 "너는 누굴 닮아 이렇게 산만하니?",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네. 얌전히 있어!", "넌 왜 이렇게 정신이 없니?"라고 야단을 치지만 원래 인간은 산만하다. 인간은 동물이라는 종의 관점에서 볼 때 포식자가 아니라 피식자이기 때문이다. 피식자인 동물 중에 경계가 느슨한 동물이 있던가? 참새도, 토끼도사슴도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고 흠칫흠칫 놀란다. 살기 위해서다. 집중한다는 것은 피식자에게는 죽음을 의미한다. 집중이 뭔가 ‘누가 잡아가도 모르게‘가 아닌가? 피식자인 인간은 뭔가에 집중하면 곧 먹히는 존재다. 이런 인간이 군집 생활을 하게 되고 유난히 큰 뇌로 유난히 활발하고 치열하게 생각이란 걸 하게 되면서 어느새 생태계에서 최상위포식자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집중‘은 그러니까 인간이 특유의 전투능력으로 획득한 전리품이다. 집중해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뢴가에 몰두한다는 건 인간이 생존이라는 전투에서 승리한 대가로 누리게 된 최고의 사치품인 셈이다. - P-1
바른지성인의 한결같은 태도를 말할 때 ‘맺을 결‘을 써서 결여라고 한다. 이것저것 건드리는 건 많은데 아무것도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사람에게 우리는 "너는 왜 맺힌 데가 없니?"라고 말한다. 스스로 매듭을 짓고, 쉽게 매듭을 풀지 않는 단단함이 있어야 뭐든 이룰 수 있는 진짜 지성인이 된다. 아이의 재능을찾아주겠다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이것저것 시켜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가지를 파고들어 일정 시간 집중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더 중요하다. 유명한 대학을 졸업한 똑똑한 선생님이 필요한것이 아니라 아이가 한 군데에 맺힐 수 있도록, 뭔가를 할 때 마음을모으고 스스로 마무리 짓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그래서 언젠가는스스로 끝맺을 주제를 자기 힘으로 찾을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기쁨은 정말로 크다. 아이들이 이 기쁨을 느낄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일이든 스스로 마침표를 찍어보는 경험은 참 짜릿하다. 아이들이 그 짜릿함을 빼앗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배운다는 것, 성장한다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다. - P-1
"산을 쌓는 일을 한번 생각해볼까요? 한 무더기만 더 쌓으면 산이 완성돼요. 그런데 그걸 못하고 그만두잖아요? 산은 완성되지 못하고 끝난거예요. ‘다 끝낼 수 있었는데‘ 같은 건 의미가 없어요. 완성하지 못한건 결국 내 탓이죠. 하지만 반대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어요. 땅을 고르겠다고 흙이라도 한 무더기 퍼다 날랐다면 이미 시작한 거예요. 흙 한무더기만큼 땅이 골라진 거고, 그만큼 나는 전진한 거죠." 如山一簧,吾也如地覆一簧,進吾往也 논어 자한편 - P-1
《고문진보》에 당나라 문인인 한유가 쓴 <잡설>이라는 글이실려 있다. 이 글에는 천리마도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천리마로 성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천리를 가는 말은 한 번 먹을때 많이 먹어 심지어 곡식 한 섬을 먹어치우기도 한다. 그런데 말을잘 알아보는 백락만 그 말이 천리마여서 그렇게 많이 먹는다는 것을 눈치 챘을 뿐, 아무것도 몰랐던 다른 사람들은 천리마가 많이 먹는다고 타박만 할 뿐 제대로 먹이지 않아서 말이 제 기량을 발휘할수 없었다. 천리마로 자랄 수 있게 훈련시키지도 않고, 재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충분히 먹이지도 않고, 말이 울어도 그 소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채찍질이나 하면서 ‘천하에 좋은 말이 없다‘고 한탄하면 그게 옳으냐고 한유는 되묻는다. "세상에 백락이 있은 연후에 천리마도 있는 것이니, 천리마는 항상 있는 것이지만 백락은 항상 있지 않다." 世有伯樂然後,有里馬, 天里馬常有, 而伯樂不常有,
자신의 가능성을 전혀 모르는 아이들의 내면에 있는 천리마의 기상을 발견해줘야 하는 사람이 선생님! - P-1
"그건 유명해지는 거지 통달하는 게 아니네. 통달한다는 건 말이야, 마음이 순수하고 곧으며 정의를 따르고,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잘 따져볼 줄 알며, 상대방의 표정을 주의 깊게 관찰할 줄 알고, 사려 깊게 남보다 자기를 낮출 줄 아는 걸 말하네. 이렇게 하면 사회에서건 조직에서건 반드시 신뢰를 얻어서 뭘 해도 이루어지게 되지. 이게 통달이야. 유명해진다는 건 말이야, 겉으로는 내가 훌륭한 인격자인 양 표정 짓지만 행동은 전혀 딴판이지. 그런데 그렇게 지내면서 자기도 자신에게 속아넘어가는 것이네. 그럼 사람들도 속아넘어가 나라에서도 가문에서도 반드시 유명해지지. 이게 유명해지는 거야." 是聞也非達也。夫達也者,質直而好義, 察言而觀色, 慮以下人, 在邦必達, 也者,色取仁而行之不在必在家必통달은 기준을 외부에 두지 않는다. 그러나 유명세는 기준을 외부에 둔다.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상대를 관찰하며 스스로 따져보고자기를 낮출 줄 알아야 그 분야의 대가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주변으로부터 자연스레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이것이 통달이다. 그러나유명해지고 알려지는 것은 외부로부터 인정만 받으면 된다. 내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든 남들이 잘한다, 대단하다고 말해주면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 칭찬에 속아 나중에는 실력을 쌓는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싸해 보이도록 자신을 포장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다 쏟게 된다. - P-1
그 어떤 성인도 처음부터 나쁜 의도로 개념을 만들고 시스템을 만들고 도덕을 논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혼란한 세상을 가슴 아파하며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으로개인의 인생은 완전히 포기해가면서 법과 제도를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교조화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원래의 의도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되어버리는 것이다. 유가에 이런 관용어가 있다. "성인은 다시 태어나도 나의 이 말을옳다 할 것이다." 자신의 말과 주장을 확신하고 또 확신할 때 쓰는 표현이다. 그러나 성인은 이미 죽었고, ‘다시 태어나도‘라는 가정은 증명되지 못한다. 서로 전혀 다른 주장을 하면서 성인의 이름을 들먹인다 해도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성인은 그 주장을 확인해줄 수 없다. 장자가 비관적이었던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어떤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시스템도 시간이 흐르면 나쁜 사람들이 제멋대로 세상을 쥐고 흔드는 데 쓰일 뿐이다.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결과다. 하지만 나는 장자에게 말하고 싶다. 그래도 그 시스템과 도덕이 꼭필요하다고, 그것들이 다시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소수에 불과하지만 세상에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남을 이롭게 하고 세상을이롭게 하며 불의에 절대 타협하지 않는 사람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 P-1
나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영화를 참 좋아한다. 다단계선행이라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게는 참 의미가 깊다. 한 사람이 세 사람에게 자잘한 도움이 아닌 그의 인생을 바꿀 만한 도움을주고 도움을 받은 사람이 그 덕분에 정말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면, 삶이 달라진 그 사람이 또 다른 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식으로선행이 확산될 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워지겠냐는 것이 영화의 메시지다. 영화의 원래 제목은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다. ‘다음사람에게 갚으세요‘ 정도 되겠다. 이렇게 하면 정말 세상이 바뀔 수 있겠구나! 나는 영화에 단단히 설득됐고 결국 이 주장을 믿게 되었다. 이 말을 마음에 담고 지금까지도 가끔 곱씹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 P-1
그날 밤 꿈에 이 거대한 상수리나무가 목공을 찾아와 꾸짖는다. 한마디로 ‘네가 뭔데 나를 평가해?‘인데, 모든 쓸모 있는 나무는 그 쓸모 때문에 사람들에게 잡아 뜯기고 베어진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쓸모 있는 나무들은 그 잘난 능력 때문에 자신의 삶이 고통당하게 되는 것이네. 그래서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중도에 요절하지. 스스로세상 사람들의 공격을 불러들인 셈이라네. 모든 사물이 대개 이렇지. 나는 쓸모없어지기를 추구한 지 오래되었다네. 죽을 고비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지금은 목숨을 잘 보존하고 있으니 이것이 나에게는 큰쓸모라네. 내가 만약 쓸모가 있었다면 이렇게 큰 나무가 될 수 있었겠는가?" 나무는 ‘스스로 쓸모없어지기를 추구했다‘고 말한다.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누리는 삶과 타인에게 인정받고 타인의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삶 사이에서 고민한 끝에 전자를 선택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타인에게 인정받아 힘 있는 누군가에게 발탁되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자는 이두 가지는 별개라고 말한다. 타인에게 발탁되어 타인의 요구대로 나의 쓸모를 사용하게 되면 나를 위한 나의 삶이 아니라 타인에게 부림을 당하는 삶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쓸모‘에 관한 발상의 전환이다. - P-1
맹자는 늘 작은 것이 작지 않다고 말한다. 작은 것에 큰 것의 씨앗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맹자는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아주 중요하게 다룬다. 그는 <양혜왕상> 편에서 이렇게 말한다. "생명의 감수성을 배우고 체득한 자들은 짐승이 살아 있는 것을 고그것이 죽은 것을 차마 보지 못하고 그 울음소리를 듣고는 그 고기를차마 먹지 못하죠. 그래서 지도자들이나 지식인들은 생명을 잡는 것이일상이 되어버리는 푸줏간을 멀리하는 것입니다." 君子之於禽獸也,見其生,不忍見其死;聞其聲,不忍食其肉,是以君子遠庖廚也.
맹자. 양혜왕 상 편 - P-1
아하! 일단 무릎을 치게 된다. 나의 최선이 너에게도 최선은 아니구나! 새를 사랑한다면 새가 새처럼 살게 해주어야 하듯 나를 사랑•한다면 너와 다른 나를 인정하고, 너를 사랑한다면 나와 다른 너를인정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구나 깨닫게 된다. 나는 나답게너는 너답게를 잊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질식시키는 공기가 되는구나……………. 어쩌면 이런 현상이 모둠살이의 아이러니인지도 모르겠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개개인으로 보면 힘도 세지않고 덩치도 크지 않다. 다른 동물에 비해 가진 능력이 특출난 것도아니다. 아니, 아예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그럼에도인간이 최상위 포식자가 된 것은 ‘관계‘를 맺어 ‘사회‘를 형성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관계가 생존 자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우•리가 서로 같아지려고 휩쓸려 다녔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채워주는 모둠살이를 하면서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커졌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함께하는 삶이 강하면서도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지닐 수 있게 된 것이다. - P-1
그런데 재미있게도, 더불어 살면서 권력 관계와 위계가 만들어지다 보니 평등한 다채로움보다는 힘 있는 자에게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인간에게만 있는 보편이라는 특성도 이러한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일단 쏠림 현상이 생기니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나타나고, 이런 사람에게 휘둘리는 사람도 등장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름은 틀림이 되고, 함께는 경쟁이 되며, 포용은 배제가된다. - P-1
임금 입장에서는 무척 서운할 수 있다. 말하라고, 대체 뭐가 불만이냐고 외치고 싶은마음을 이해한다. 다만 새는 스스로에게 ‘새란 무엇인가?‘를 물어야했고, 임금 역시 ‘새란 무엇인가?‘ 자문했어야 했다. 아무리 편안해도내 것이 아닌 인생은 결국 나를 망가뜨리고, 아무리 많은 것을 주어도 그의 것이 아닌 인생은 결국 그를 망가뜨리니까. "나는 누굴까?", "너는 누구니?" 이 단순한 질문을 우리는 의외로잘 던지지 못하고, 한번 던졌다가도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그러나이 질문을 멈추는 순간 관계의 균형이 깨진다. 나를 잃고 너를 잃으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고통이 된다. 나와 너의 불행을 끊을 해답은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 이 단순한 질문에서 다시 시작해보면 어떨까? "나는 누굴까?", "너는 누구니?" - P-1
"성군의 상징인 순임금은 농부로 살다가 발탁되었고, 상나라 때 훌륭한정승으로 이름이 높았던 부열은 노가다판에서 등용되었습니다. 은나라 말엽 충신으로 유명한 교격은 어시장에서, 제나라 환공을 춘추시대일인자로 만든 관중은 감옥에서, 초나라의 이름난 정승 손숙오는 어느바닷가 구석에서, 진나라 목공이 위세를 떨치게 해준 백리해는 숨어 살던 저잣거리에서 각각 등용되었지요. 하늘이 이 사람들에게 앞으로 크게 쓰기로 마음 먹고, 먼저 마음을 고달프게 하고 육체를 괴롭히며, 굶주림을 겪게 하고 가난을 견디게 하며, 시도하는 일마다 안 되고 어그러지는 사태를 경험하게 합니다. 이건 마음을 분발시키고 참을성을 길러 그가 해내지 못했던 것들을 더 많이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려는 것입니다. 사람은 항상 잘못을 저지른 뒤에야 제대로 고치기 때문입니다. 마음에괴로움을 느끼고 생각이 한계에 부딪힌 뒤에야 분발해서 확장을 이뤄냅니다. 자신의 부족함으로 일이 어그러져서 상대가 자신을 질책하는얼굴과 목소리를 확인한 뒤에야 깨닫게 되지요. (...) 이런 경우를 보고-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걱정과 근심이 사람을 살게 하고, 안일과 즐거움이 사람을 죽게 한다는 것을요."
맹자의 고자하편 우환 사상을 담은 글 어려움을 나의 부족한 점을 바라보는 기회로 삼으라 - P-1
당신은 ‘성실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혹 어른들이 좋아하는 회사가 선호하는 좋긴 한데 딱히 끌리지는 않는, 멋없는 지루한 재미없는, 숨 막히는, 우등생・・・・・・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올바르고 좋지만 인기는 없는 가치, 오늘날 성실은 이런 느낌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돼 있는 듯하다. 성실이란 개념이 이렇게 인기가 없어진 데는 잘못된 이미지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성실의 ‘성‘은 참됨, 진실됨, 정성스러움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진짜 성실과 "쟤는 참 성실해라고 할때의 성실은 어감에서 차이가 크다는 말이다. 원래 뜻은 진실되고 참되게 뭔가를 한다는 뜻이지만 우리가 성실이라는 말을 할 때는 시킨일, 주어진 일을 곧이곧대로 딴짓하지 않고 꾸준히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간극은 초점이 바뀌기 때문에 생긴다. 처음에는 일하는 사람의 내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어느새 외부 관찰자의 시선으로 초점이 옮겨가면서 의미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원래 의미대로라면 성실은 참 매력적인 개념이다. 성실이 나의 것이 될 때 이 개념은 내 인생의 길을 열어주는 위대한 가치가 된다. 나에게 다가온 그 어떤 것도 참된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대하다 보면, 그 태도가 쌓이고 쌓여 나를 어디까지 성장시킬지 쉽게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 P-1
<중용>은 거대한 하늘도, 거대한 땅도, 거대한 산도, 거대한 바다도 아주 작은 것들이 모이면서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지극한 성실험이 거대함을 만들어냈고, 이 거대함은 또 다른 생명을 품고 길러•내는 포용의 덕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큰 것이 원래 컸고 대단한 것이 원래 대단했으면 작은 것과 대단하지 않은 것, 평범하거나 보잘것없는 것을 품어주지 못한다. 성실하게 지속하면서 넘어지고 부딪히고 상처받고, 그 시간을 통해 아픔과 함께의 가치를 배우는 와중에자신보다 작고 힘없는 것을 품어주는 덕이 쌓인다. 그래서일까? <중용> 26장은 이런 글로 시작된다. "지극한 성실은 쉼이 없다. 쉬지 않으면 오래가고 오래되면 결과가 드러난다. 결과가 밖으로 드러나면 세상에 오래 지속되고 오래 지속되면넓고 두터워지고 넓고 두터워지면 높고 밝아진다. 넓고 두텁기 때문에만물을 실어줄 수 있고 높고 밝기 때문에 만물을 덮어줄 수 있으며,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만물을 이루어줄 수 있다." 至,無息,不則久久則徵,徵則悠遠,悠遠則博厚,博厚則高明,博厚所以載物也,高明 所以覆物也,悠久所以成物也 - P-1
결여가 없는 사람은 없고 결여만 있는 사람도 없다. 한문을 번역하는 기관에서 한문 실력이 가장 크게 두드러지듯, 어떤 상황이나 장면앞에 서 있을 때 그 배경 때문에 특정 부분이 가장 부각되어 보이는건 사실이다. 많은 경우 우리는 그 부분 때문에 자신이 부족하다 느끼고, 결여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나에게는 한문이라는 결여의 공간에 남들에게는 없는 글을 쓰는 능력, 이해력, 논리력, 상황 파악 능력, 심리학 지식 등이 있었다. 특정 분야에 대한 결여의공간은 그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채워져 있다. 지금 너무나 힘들다면, 혹시 결여에만 너무 신경 쓰고 있는 것은아닐까? 반성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채우지 못하고 완수하지 못한 빈공간을 바라보며, 쫓아가기도 벅찬 세상이라고 실망하고 절망하고있는 건 아닐까? 그러나 어느 면에서 봐도 비어 있기만 한 공간은 없다. 인간의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어서 충분한 노력과 충분한 휴식, 그리고 충분한 성장을 동시에 해낼 수가 없다. 한 부분이 성장했다면다른 부분은 아무래도 소홀했을 것이고, 올해 좀 놀았다면 내년에 열-심히 달릴 수 있는 에너지가 쌓였을 것이다. 열심히 움직였다면 지금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분명 내공이 쌓였을 것이고, 눈에 보이는성과가 많았다면 당분간은 계획을 줄여도 좋을 것이다. 저력을 쌓는 - P-1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저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여가 있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어 울겠다 결심할 수 있게 된건지도 모른다. 소리 내어 울었기 때문에 다음 걸음은 세상에 나를드러내 보이는 방향으로 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학은 항상 울고있진 않지만 울면 분명 소리가 난다. 그런데 사방으로 퍼지는 울음소리가 좋다고 내내 울다가는 목이 쉬고 만다. 잘되는 시기도 있고 안되는 시기도 있다.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 물고기도 물속 깊이 잠겨 있을 때가 있고 물가에서 헤엄칠 때가 있다. 결여와 풍요로움을 동시에 안고 있는 것이다. 높은 곳이 있으면 낮은 곳이 있고, 패인 곳이 있으면 쌓인 곳이 있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이 세상은 스스로에게 조금은 넉넉하고 후한 결산을 해줘도 괜찮을 만큼 다면적이다. 각자 충분한 부분을 조금씩 덜어내어 부족한 곳을 메울 때 사회가 유지된다. 인간은 개인으로 보면 별것 아닌 동물이지만 사회를 이룬 덕분에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타인을 모두 나의 라이벌이나 적으로 간주하면 세상에 결여된 곳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내가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하면 서로의 결여가만들어내는 풍요로움이 눈에 들어온다. 나로 인해 네가 너로 인해 내가 온전해진다. 모자라는 것도 넘치는 것도 없게 서로를 돌아보며 산다면, 우리의 결여는 상처와 절망이 아니라 사랑과 희망이 될 것이다. - P-1
"모모야.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어.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그러고는 한참 동안 묵묵히 앞을 바라보다가 말한다. "그러면 서두르게 되지. 그리고 점점 더 빨리 서두르는 거야. 허리를 펴고 앞을 보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지. 그러면 더욱 긴장되고 불안한 거야. 나중에는 숨이 탁탁 막혀서 더 이상 비질을 할 수가 없어. 앞에는 여전히 길이 아득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그러고는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또다시 말을 잇는다.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그러고는 다시 말을 멈추고 한참 생각한 다음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 거야. 그러면 일을 잘해낼 수 있어. 그래야하는 거야." 그러고는 또다시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연다.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긴 길을 다 쓸었다는 것을깨닫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고, 숨이 차지도 않아."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지막 말을 맺는다. "그게 중요한 거야." - P-1
"군자의 도는 비유하자면 먼 곳에 가는 것은 반드시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하고, 높은 데 오르는 것은 반드시 낮은 데로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다." 君子之道辟(譬)如行遠必自邇辟如登高必自卑《중용> 15장에 나오는 말이다. 아무리 원대하고 높은 계획도 가깝고 낮은 지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눈앞의 작고 낮은 단계에서 시작해 모든 길을 차근차근 걸어야 한다. 물론 머리로는 알지만 최종목표 지점을 올려다보면 너무 높고 멀어서 막막해질 때가 많다. 몇걸음 더 걸어봐도 막막하긴 매한가지일 뿐,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을 어떻게든 줄여보자는 마음만 든다. 그러나 길은 걸을 때 의미가있는 법이다. 길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살아가는 내내 동행해야 할 인생의 벗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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