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에게 말 걸기 - 옆 사람과 대화하면서 세계를 바꾸는 방법
박동수 지음 / 민음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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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대화는 동료를 만든다는 사실.
그들도 우리처럼이 아니라 우리도 그들처럼

말의 계보를 추적하는 일은 상대를 더 깊이 이해하게해 준다. 이때 대화란 현재 순간에 일어나는 일로만 축소되지 않는다. 말은 언제나 타자의 것이며, 그것을 자기 방식대로 사용할 때조차 여전히 타자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매여있다. 순간의 말 속에 긴 역사와 감정의 연쇄가 들어 있다.
그 연쇄를 따라갈 수 있을 때, 대화 상대자와 더불어 더 나은 대화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 P-1

가까운 사이인 두 청년 남성 사이에서도 말은 끊임없이 어긋나고 질문은 공회전한다. 책도 뚜렷한 결론을 내놓진 못한다. 변명 들어주기로 끝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한 말 걸기의 기록은 거듭된 실패를 통해서만 다시 말하는 법을 간신히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기도 한다. 좋은 대화란 서로의 몰이해를 붙들고 끝내 상대를 포기하지 않는 지난한 노력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우진은 다시 살아 보기로 했다고 한다. 대화는 어긋났지만 끝나지는 않았다. - P-1

타인의 인생을 나의 언어로 다시 말하는일은 그 책임과 약속에 내가 얼마나 부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끝없는 시험이다. 그렇게 말의 어긋남과 오해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실패의 자리에 조용히 멈춰 서서 다시 말을 걸수 있는 길을 천천히 찾아 나가는 것이다. - P-1

한번 생각해 보자. 누군가 나에게 고함치고, 여러 사람앞에서 지적하며, 오류의 꼬리표를 붙였을 때 과연 내 생각이 바뀐 적이 있었을까? 아니면 나를 따로 불러 이야기하고, 나와의 관계를 존중하며, 자신도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있다고 고백할 때 비로소 내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올바른 비판을 위해서라도 지지와 돌봄이라는 기본 조건이 성립되어야 한다. 비판은 공통된 지반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가능하다. 서로 다른 행성에 사는 것 같은사람들 사이에서는 먼저 관심사의 공유가 필요하다. 전면적 거부도 완전한 동조도 아닌, 들쑥날쑥한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동료로서 중간 지대에서 타협과 비판의 전선을 함께그려 가야 한다. 그럴 때 지지자인 동시에 비판자가 될 수있다. - P-1

대화란 꼭 그 자리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대화는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좋은 대화가 되기도 한다. - P-1

동료들 덕분에 최근 깨닫게 된 한 가지 답은 이렇다. 우리는 사실보다 먼저 감정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논리와 증거가 아무리 견고하더라도, 그것이 내면 깊은 곳의 감정과공명하지 않으면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려면 이 감정의 지층으로 내려가 보아야 한다. 사실과 논리 이전에, 사람들이 왜 그렇게 느끼는지를 더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P-1

분명한 것은 ‘내가 맞고 너는 틀렸다‘, ‘내가 가르쳐 주겠다‘ 같은 태도로는 상대의 감정이나 존재양식을 바꿀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여러 척도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우리가 지닌 깊은이야기가 현실을 단순화하는 편리한 거대서사임을 직시할수 있다면 타협과 협상은 언제든 가능하다. 결국 라투르가제시하는 탐구의 길은 대화 상대방에게 잘 말하는 기술을습득하는 일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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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세계 -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이해하는 심리학의 지혜
홍순범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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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때에 적절한 책.
오늘의 나를 구한 책.

물론 당신의 세계는 당신 안에 있다. 나에게는 나의 세계가 있다. 모든 것은 항상 각자의 마음 안에 존재한다.
따라서 한 인간의 죽음은 한 세계의 소멸이다. 한 생명을살리는 일은 온 우주를 살리는 일이고, 한 생명을 죽이는 일은 온 우주를 죽이는 일이다.
세상은 광활한 물질의 바다인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런 유물론의 바다 끝에서 만나는 것은, 이 모든 것을 경험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여기에 이르니 데카르트의 명제에 다시금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내가 하는 경험이라면, 철학적 사유도 그곳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나는 경험한다. 고로 존재한다." - P-1

이 모든 경험을 겪는 자, 즉 ‘나‘는 존재하지만 그 경험하는 자가 대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내가 경험하는 모든것은 경험의 내용일 뿐, 경험하는 주체를 엿볼 순 없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그 어떤 주장이나 이론을 떠올리더라도 그것은 내 머릿속 표상에 불과하다. 즉 경험의 일종이지, 경험하는 자는 아니다. 경험하는 주체를 경험할 순 없을 것이다.
경험하는 주체는 항상 비어 있다. 채워지는 것은 오로지형형색색의 경험일 뿐이다. 하지만 그 경험을 하고 있다는말은, 그 경험을 가능케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비어있지만 존재하는 무엇, 자신은 비어 있으면서 다른 모든 것을 경험하게 하는, 그래서 형형색색으로 이 세상을 채우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말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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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하는 눈동자 - 양장
이슬아 지음, 이훤 시.사진 / 먼곳프레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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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지나간 나와 앞으로 올 나를 동시에 데리고 가면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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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명상 - 마음은 기어코 단단해진다 아무튼 시리즈 81
이은경 지음 / 위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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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이자 작가, 오랜 불교 수행자인 잭 콘필드(Jack Kornfield)는 스즈키 선사의 말을 빌려 이렇게 적었다. "엄밀히 말해서, 깨달은 사람은 없다. 오직 깨달음의 행위만이 있다." 깨달음은 완성되거나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매 순간의 행위였고, 매 순간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일 뿐이었다. 구루들이 깨달음을 통해 한때 깊은 통찰을 가졌을지라도 그것이 영원불멸한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 P-1

지금 있는 자리에서 배우고 실천하며 깨어 있을수 있다면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내가 있는 모든 곳은수행처가 될 수 있었다. 수행은 삶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바꾸는 일이었다. 아이에게 묶여 어딘가로 떠날 수 없는 처지는 같았지만아이와 함께 있는 작은 집이 더는 감옥처럼 느껴지지않았다. 마음의 방향이 바뀌자 내 안에서는 서서히자유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 P-1

‘나답게 살라‘는 말을 들으면 늘 마음이 답답했다. 나다운 게 뭐지? 나는 구린 사람인데? 하는 의문이 솟아올랐다. 지금은 안다. 나답다는 건 그저 변하는 흐름 속에서 그때그때의 나로 존재하는 일이었다.
내 안에 일어나는 마음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다면 일관된 모습이 아니더라도 그게 나답게 사는 것이었다.
위빠사나로부터 얻은 통찰은 나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 P-1

"명상을 하면서 자꾸 과거에 했던 잘못들, 사람들한테 상처 주고 못되게 군 모습들이 생각나는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정하기엔 너무 못된 모습들이고, 그때와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끊어내기엔 여전히 같은 사람인것 같아요."
한참 후, 선생님에게서 긴 답이 도착했다.
"그때의 나는 그게 최선이었을 거예요. 내가 지금 의식이 성장한 만큼 내가 나에게 주는 것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것도 달라졌겠지만 그땐 그게 나의 최선이었을 거예요. 그들을 상처 주기 위해그랬던 것이 아니고, 무의식중에 일어난 습관적인 반응이자 반복이었을 거예요. 그러니 나를 먼저 용서해주세요." - P-1

자애 명상은 사마타와 위빠사나와 함께 불교 명상을 이루는 주요한 수행의 축이다. 눈을 감고 온마음을 다해 "내가 행복하기를, 내가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내가 안전하기를. 내가 사랑받기를"이라는 문구를 반복한다. 이 문장의 주어는 점차 넓어진다. "그가 행복하기를"에서 "그들이 행복하기를"로,
그리고 "온 존재가 행복하기를"로 번져나간다. 자애명상이 익숙해진 후엔 미워했던 사람, 불편했던 사람을 향해서도 자애의 마음을 보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자애가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수행 방법을 전하고 있는 경전 『청정도론』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마음으로 모든 방향을 통과하면서, 그는 자신보다 더 소중한 곳이 없음을 안다. 마찬가지로 각자는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 그러므로 자신을 사랑하는사람은 타인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
- P-1

그렇게 사랑을 이해하게 되었다. 사랑의 시작은나였다. 나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에서 모든 사랑이 비롯되었다. 그렇게 내 안에 피어난사랑이 타인을 향해, 세상을 향해 조금씩 번져갔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로 되돌아왔다. 명상은 나를 사랑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을 알려주었다. - P-1

때려치고 도망치고 싶고, 그런 마음이 드는 나를 비난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수행에는 완성이 없으니 이런 마음도 저런 마음도 계속 마주해야 하는 것을 상기한다. 이 시간이 지나갈 것임을, 내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나의 마음 하나뿐임을 떠올린다. 오늘의 나, 오늘의 마음은 매번 새롭다. 고통을 끝내는 고통의 반복 속에서야 마음은 기어코 조금씩 단단해진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언젠가찾아올 완벽한 상황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저 오늘의마음을 바라본다. - P-1

잘 다스려진 마음은 행복의 근원이다.
ㅡ법구경 중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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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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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실감은 이미 무의식의 바다에 녹아 사라졌다. 남은 것은 조각들뿐. 어쩌면 말도 전부 조각일 뿐일지도 모른다. 실감이 동반되지 않으면 온갖 소설과 논문도 그저 잉크 자국일 뿐이다. - P-1

"지금도 우리는 노아의 시대와 같은 무지개를 보고 있어.
그저 거기서 더 많은 이름을 읽어낼 수 있을 뿐이지."
"아빠 때는 색깔이 있었어?"
노리카가 키득거리며 물었다.
"있었지. 그런데 지금이 더 많은 것 같아"라고 도이치가 대답했다.
"너무 반짝거려서 질릴 때도 있지." 아키코가 말했다.
"그렇구나. 좀 믿기 힘든데." 노리카는 부모의 호흡이 척척맞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
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자는 복되도다."
도이치는 이 순간 지극히 자연스럽게 성서를 인용할 수 있 - P-1

결국 나한텐 기도밖에 없더라고. 즉 지금 내가 말하는 한계를 지닌 언어를, 성령께서 번역해 신께 전해주는 거야. 그렇게 함으로써 뭐가 어찌 됐든 모든게 곧 좋아지리라고 믿는 것. 어쩌면 모든 말은 어떤 형태로든기도가 되려 한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몰라. 난 그렇게 생각하네... - P-1

네 노력은 사랑 속에 있어야 하고, 네 생활은 실천 속에 있어야 한다 - P-1

도이치는 자신의 말을 결코 끝까지 믿지 못하는 남자가 하는 말을 들으며, 그 말을 믿어줄 수 있었다. 그 말은 진짜였기때문이다. 설령 좋은 말은 모두 연기라 해도 그 안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연습하며 입에 붙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움을 획득하면 마침내 그 의미가 드러날 것이다. 그렇게믿는다면, 말은 전부 미래로 던져진 기도다.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자신이 스승에게 건네받은 화두에 대한 해석의 한계다.
도이치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거나 아키코가 이렇게 말했으니 모든 게 좋다.
"파우스트 재밌더라."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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