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만약에 - 에세이를 위한 에세이
이광호 지음 / 난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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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비밀을둘러싼 옆길들삶이 정연하게 요약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삶은 개념들로 압축될 수 없는 무의미하고 사소한 디테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디테일을 이루는 구성은 신체·시간·공간·물질 같은 요소들이다. 삶이 비밀스럽다면, 어떤 결정적인것을 감추는 세계라는 의미가 아니다. 단 하나의 진실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비밀이란 말로 표현되고 정리되기 힘든 것들,
‘언‘되기 힘든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비밀secret의 어원은 라틴어 ‘secretus‘, ‘분리된, 떨어진‘의 의미이다.
비밀은 감춰진 정보가 아니라, 언어의 그물망에서 빠져나간것, 의미화의 체계로부터 ‘분리된 것들이다. 비밀은 감춰진 것이 아니라 드러날 수 없는 것이다. 빛이 닿으면 드러나는 깊고 어두운 세계의 진실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빛 자체가 의미가 없는 삶 안에 견고하게 자리잡은 미시적인 비밀들


삶의 비밀이 어느 순간 드러나는 것은, 구체적인 감각의 회복이다. 그 사람을 사랑했는가‘라는 질문이 있다고 해보자. 사랑이라는 개념에 대한 완벽한 정의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질문은 사실 무기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해야 한다면, 가령, 그때 그런 ‘시간·공간·신체를 둘러싼 함께 있음‘의감각이 존재했다고 말할 수는 있다.

 더 많이 사랑할수록더 많이 알수록,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나는 그 사람에 대해 더 모르게 된다‘와 동의어이다.
고유한 그 사람의 타자성을 인정하는 사랑의 방식. 사랑은 ‘그사람‘을 더욱 비밀스러운 존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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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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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불안한 시대를 버티는 단단한 문장들
모옌 지음, 허유영 옮김 / 필로틱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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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었다. 그래도 서 있었다.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을 때 비로소 더 나아갈 결심을 할 수 있으니까요.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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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슴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ㅣ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4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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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그의 이름이 생각날까.
그의 손을 잡고 걸었던 서울의 저녁 골목들이 아슴아슴 그녀의눈앞을 스쳐갔다. 그의 손아귀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이따금 그가 그녀의 방에 와 묵을 때, 그녀가 그의 옥탑방에 가 잠들었을 때, 그녀는 종종 나쁜 꿈을 꾸고 소리를 치며 잠에서 깨어나곤 했었다. 그때마다 그는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하고그녀의 등을 뒤에서 끌어안아주었었다.
괜찮지, 이제 괜찮지?
혼곤한 잠에 취한 음성으로 그는 그녀를 달래곤 하였다.
그녀는 지금 그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서울을 떠나거쳐온 수많은 기차역들과 크고 작은 대합실들, 스쳐지나간 사람들, 춥고 먼 산길과 바람, 하늘과 땅과 몸부림치는 진눈깨비들이그녀의 몸속에서 거친 회오리를 그렸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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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한 스님이 쓴 책을 읽다가 불교의 팔정도설명하면서 ‘바를 정을 흔히 해석하듯이 ‘올바르게‘나 ‘똑바르게‘가아니라 능숙하게‘로 해석하는 걸 보고 동감했다. 예를 들어, 정견을
‘올바르게 보기‘라고 옮기면 그러지 못한 사람은 ‘그릇되게 보는 게 된다.
반면에 이를 ‘능숙하게 보기‘로 옮긴다면, 그러지 못한 이는 ‘서투르게본다‘는 의미다.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그릇되게 보는 사람보다는서투르게 보는 사람이 낫겠다.  - P-1

대개의 경우 내게 독서는 12시간 동안의 비행과 같은 지루한시간을 이겨내는 좋은 취미 생활이지만, 때로는 오히려 나를 자유롭게해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자유는 남들이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이해에서 비롯한다. 더 많은 사람의 관점에서 이 세상을 바라볼 수있을 때, 나는 더욱더 자유로워진다. 그런 점에서 나는 모든 사람이되고 싶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래서 세상에는 이토록 많은 책이있는 게 아닐까? 원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라도 될 수 있다. 이 자유를만끽하고 싶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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