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보는 세계문화사전 - 청소년을 위한 세계 교양 시리즈 2
피오나 맥도널드.앤서니 메이슨 지음, 장석봉 옮김 / 글담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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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화’에 대한 인식이 과거엔 훌륭한 유물이나, 세계가 공감하는 예술작품 정도로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이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마도 세계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들보다 더 멋있어 보이거나 더 실용적으로 보이는 것을 찬미하고 급하게 받아들이던 과정에서 생겼던 부작용이 아닌가 싶다.

「한권으로 보는 세계문화사전」에서 문화를 정의하는 말을 보면 태어나고 자람, 먹고 마시고 놀고 자고 믿고 의지하는 모든 것들이 문화다. 전통적인 생활양식부터 음악과 디자인, 공연예술, 신화와 전설, 미술, 문학, 종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문화에 대해 과거와 현대를 아울러 중요한 문화사적 의미가 있는 것들을 청소년들이 알기 쉽게 만든 책이다.

각종 매체와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옆집에서 생기는 일보다 더 잘 알 수 있고, 오갈 수 있는 세상을 살다보니 ‘세계화’, ‘지구화’라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 때문에 지금 한참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고 그만큼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지만,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때에 세계의 문화에 대해 부담 없이 대면할 수 있는 책은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아쉬운 점은 각각의 영역마다, 또 그 영역속의 한 대목만으로도 충분히 책 한권의 분량이 나올 만큼 광범위한 문화가 한권의 책으로 나오다보니 깊이 있게 다루지 못했다는 점은 차지하고 저자가 우리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는 지극히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는 점이다. 더불어 ‘세계 속에 우리나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한 결과가 이렇게 나오는구나 하는 점이다. 핵심 키워드 755가지 중에서 우리나라가 구체적으로 나오는 대목이 하나도 없다. 소속감을 나타내는 여러 키워드 중 깃발에 아이아의 국기들이 걸려있는 사진 속에 태극기가 살짝 보이는 것과 인쇄술 혁명에서 목판인쇄의 뜻을 작게 주석으로 달아놓은 곳에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굴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8세기 중엽에 인쇄된 것으로 목판 인쇄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라는 설명뿐이다. 세계의 청소년들이 모두 볼 책인데 경주가 어느 나라에 속한 도시인지도 명시되지 않았을 뿐더러 그나마도 일본에서 1850년에 인쇄되었다는 이미지가 실려 있다. 또한 일본의 종이 집과 귀족출신의 여류시인, 현악기 고토, 스포츠 스모, 전통극 가부키, 신화 속 폭풍의 신 수사노, 판화가 안도 히로시게, 에도시대의 도자기 인물상, 연극 노 등등 일본에 대한 수많은 이미지와 글들을 통해 일본의 문화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순수한 앎에의 기쁨과 더불어 그들이 세계 속에 ‘일본’을 심기위한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나를 알게 해준다.

우리 것만을 고집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것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체를 부정하고 마는 것임을 잊지 말고 전통과 세계화의 멋진 조화를 위해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야할 때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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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의사 되기 프로젝트 명진 어린이 <꿈 찾기> 시리즈 3
김정희 그림, 윤지선 글 / 명진출판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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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로 동네 소아과를 찾아갔다. 의사선생님이 청진을 하시는데, 갑자기 아이가 윗옷을 살짝 끌어내리며 “유두는 건드리지 마세요!” 하고 소리쳤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부끄러워서 그렇단다. 평소 아이의 돌출행동이나 말을 자주 들어왔던 의사선생님은 웃기는 꼬맹이라며 껄껄껄 웃으신다. 청진기에 작고 귀여운 곰돌이 인형을 붙이고 다니시는 선생님은 인상도 좋으시지만, 늘 여유있는 태도와 자상한 설명으로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켜 주신다. 이 의사선생님을 보면 의사란 의학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고 경험도 풍부하며 실력도 좋아야겠지만, 환자나 환자의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말 한마디를 건네는 의사가 정말 좋은 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 의사되기 프로젝트」는 만화를 통해 아이들이 꿈꾸는 직업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장래희망이 의사인 아이들은 이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또 그 아이들의 부모도 의사란 직업을 선택한 아이를 위해 최대한의 지원을 할 테지만, 정작 의사가 되기 위해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다양한 의학 분야 중에서 어떤 분야를 선택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책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인 울랄라 병원 허의술 원장의 아들이면서 오로지 관심 있는 건 게임뿐인 영웅이와 단짝 친구 심청이가 나와서 재미있는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의학에 관한 상식과 역사, 의학의 분야, 의사로서의 마음가짐 등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챕터 사이사이에 ‘어린이 의학뉴스’룰 두어 의학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보는 알쏭달쏭 의학 돋보기가 있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무지가 사람을 잡던 시대부터 우연과 열정으로 발전한 의학기술, 그리고 그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교과서와도 연계가 되어 있어 학년별 해당 단원을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재미와 지식을 모두 채울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되어진다. 걱정스러운 건 요즘 아이들이 대한민국에 휘몰아친 ‘학습 만화’ 열풍에 너무 무방비하게 노출된 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도서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등학생 아이들의 독서 장면을 눈여겨보면 학습만화를 많이 읽긴 하지만, 정작 중요한 내용이 수록된 페이지는 거들떠보지 않고 만화그림과 말 주머니만 읽고 책장을 넘기기 때문이다. 독서습관이 바르게 형성된 아이 같으면 큰 문제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아이 혼자 학습 만화에 몰두해 있는 것보다는 엄마아빠가 함께 읽는다거나 적절한 시간을 안배해 주는 등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넌 커서 뭐가 될래?”라는 의사선생님의 질문에 “의사 선생님이요!”라고 대답하는 딸아이. 언제 선생님에서 의사로 꿈이 바뀌었는지 모를 딸아이의 답에 “축하한다. 고생문이 훤하네∼” 라고 웃으며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얼굴엔 이 자리에 오기까지 쉽지 않았던 지난날이 한 순간에 떠오른 듯하다. 그리고 그 얼굴에 인턴 과정에 있던 영웅이의 얼굴이 오버랩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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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여우의 사랑해도 될까요?
임영란 지음 / 한솜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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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했다. 내 옆에 그 사람을 두고... 운명 같은 그 사랑으로 그렇게나 행복했으면서 나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했다. 과거에 집착하다 현재를 놓쳐 버리는, 그 어리석은 악순환을 결코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건만,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건만. 악순환은 이미 내게 습관이 되어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짝사랑에, 채팅으로 만난 운명 같은 사랑에 상처받은 여린 스무 살의 여심은 또다시 사랑으로 인해 아픈 마음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사랑’ 따윈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한 늪에서 허우적대며 ‘살고 싶다. 이 늪에서 살아나가고 싶다.’라고 아프게 말한다.

대학 졸업반 때 우연히 교수님의 심부름으로 불량감자같이 생긴 그를 만난다. 몇 시간이고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지 않으면 지루한 말로 설득을 하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불량감자. 그저 처음엔 교수님의 지인이라, 몇 살인지 몰라도 꽤 나이 들어 보이기에 예의를 차리느라 한두 번 만나던 게 어쩌다 보니 ‘계약연애’에 ‘동거’를 하기에 이른다. 혹여나 이들이 세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동거를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불량감자의 의도와 마음은 짐작하는 바대로 ‘사랑’이지만,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가진 것 하나 없어도 ‘젊음’하나로 충분히 빛나는 존재이니, 어쩌다 거주지에 직장까지 불량감자에게 도움을 받는 처지에 있다 하더라도 그를 사랑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결국 밝히기 싫어하던 불량감자의 나이가 그녀보다 21살 연상이란 것과 엄마보다 고작 한 살 어릴 뿐인 나이라는 어마어마한 현실 앞에 드는 좌절감을 극복하기도 전에 해가 바뀌고 생각지도 못한 상견례(?)를 통해 21살의 나이를 인정하고 사위로 인정하는 엄마와 이모로 인해 23살의 그녀는 21살 연상인 불량감자와 짝지어진다.

21살이란 엄청난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진심’이란 놈 때문이다. 언제든 기회만 있으면 튀어나갈 준비를 하던 그녀였지만, 불량감자의 진심이 통했던 것. 사랑이 아니고 그저 정이라 우겨댔어도 그만큼 그녀를 지극히 사랑할 남자가 없다는 사실과 그의 정성과 성실함은 그녀의 ‘사랑에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했고, 앞으로 더 행복한 나날을 꿈꾸게 만든다.

산문시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한 야릇한 장르의 책, 「핑크빛 여우의 사랑해도 될까요?」는 소설임에도 소설 같지 않은 구성이 낯설다. 그래도 한 번 붙잡은 손을 내려놓지 못하는 묘한 맛이 있다. 작가 자신이 21살 연상의 연인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을 했다고 하니 아마도 자전적인 소설인가보다. 아니, 좀 헷갈린다. ‘프롤로그’라고 하는 것이 본래 소설의 본 내용에 앞선 머리 이야기에 속할 것인데, 따로 ‘작가의 말’이 없고, 소설의 내용과 꼭 맞는 21살 연상남과의 결혼이 왠지 내게는 작가의 실제 이야기로 생각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이 첫 작품이라니 습작에 꽤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였을 것 같다. 나 역시도 ‘글을 한 번 써볼까?’ 라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하는데, 그 생각이 하도 짧아 언감생심 꿈으로 이어져본 일이 없다. 임영란 씨의 아름다운 경험이 녹아있을 차기작을 기대해보며, 꿈으로 이어지지 못한 나의 작은 소망을 위해 ‘나도 한번...?’ 하는 생각이 살며시 들어와 혼자 웃음 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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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버스데이
아오키 가즈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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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해요, 언니”  


10여 년 전 내 생일에 가수 임창정의 CD와 함께 건네받은 작고 귀여운 생일카드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세 마디가 적혀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몇 년 안 되어 직장 동료로 만난 동생. 동생은 첫 직장이라 내게 의지하는 마음도 많았고 천성적으로 사람을 잘 따르고 배려해 주는 게 몸에 배인 아이여서 더욱 사랑스러운 아이였는데, 마침 그 아이는 언니가 없었고 나는 여동생이 없었기에 더더욱 서로에게 각별한 애정을 느꼈던 것 같았다. 많은 사람을 절망에 빠뜨렸던 IMF로 동생도 변변한 직장이 없을 때인데도, 좋은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미안해하면서 “나중에 돈 벌면 더 좋은 것 많이 사줄게요.”하며 웃던 동생이 생일카드의 내용이 깔끔한 것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인다.

“언니에게 주는 생일카드에 세상에 있는 모든 축복의 말을 다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생일 축하해’라는 말 안에는 이미 그 사람이 태어난 것을 축하하고,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을 축하하고, 앞으로도 좋은 일 가득하라는 바람이 모두 들어가 있는 것 같아서 다른 말들이 모두 거추장스럽게 느껴졌어요. 언니, 생일 축하해요.”

맞다. 임종을 앞둔 어머니가 자식을 보고 마지막으로 남기고 가는 말이 “밥 잘 챙겨먹어라”였다는, 그래서 더 서글프고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느꼈다는 어느 유명인사의 말처럼, “생일 축하해”라는 말 속에도 상대방을 향한 모든 축복의 언어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때문에 그 말을 들으면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게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고 대견하게 생각된다.

그런데 아스카는 감수성 예민한 열한 살 생일에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라는 잔인한 말을 듣는다. 그것도 자신을 낳아준 엄마에게서. 이로 인한 충격으로 아스카는 사람과 사람사이를 소통하게 해 주는 ‘말’을 잃게 된다. 아스카가 마음의 상처로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오빠 나오토와 담임인 하시모토 선생님의 도움으로 시골에 계신 외할아버지 댁에서 요양을 하게 된 아스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지극한 정성으로 다시 말을 찾게 되고, 거기에 강인한 심성까지 얻게 된다. 사람의 생명도 자연의 신비로움 가운데 하나라는 것, 마음과 마음이 만나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을 배운 아스카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지만, 더 이상 움츠러들기만 하는 과거의 아스카는 사라지고 느끼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고, 용기를 내어 친구를 도울 줄 아는 눈부신 아스카만 남는다.

할아버지와 중증 장애인 친구 메구미와 영원한 이별을 하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아스카, 엄마가 자신에게 매정하게 굴었던 이유가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이었음을 알고 용서하는 아스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할머니와 하시모토 선생님, 나오토 오빠와 계획했던 아스카의 열두 번째 생일파티에서 엄마아빠의 사랑을 확인하는 아스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한 카페에서 테마 책읽기의 주제로 선정한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책’에 「해피 버스데이」를 추천하는 댓글을 읽고 ‘꼭 한 번 읽어봐야지!’ 하며 다짐했던 「해피 버스데이」는 책장을 몇 장 들추지 않았는데도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며 마음을 사로잡는다. 자신들이 만든 틀 안에서만 상대방을 보고 이해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게 만든 아스카의 ‘마음의 풍부함’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나의 마음을 채워주었다. 

책 속에서...

“쏘일 때도 가끔 있긴 하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좋은 체험이 되지. 아스카야, 자신의 입장에서만 보면 사물의 본 모습을 보지 못한단다. 상대를 믿는 것, 용서하는 것은 자신을 소중히 하는 것이기도 해.” -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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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체력 2009-02-18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얼쑤님~ 축하드립니다.*^^*
잘 지내시지요? 늘 가온이와 함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래요~^^

얼쑤 2009-02-19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나.. 강철체력님...
고맙습니다. *^^*
강철체력님도 잘 지내시지요?
알라딘, 참 이쁘네요..
댓글 달렸다고 메일도 보내주고..
따뜻한 봄에 만나요, 우리.. ^^
 
나의 명원 화실 비룡소 창작그림책 35
이수지 글 그림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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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나의 명원화실」은 작가 이수지 씨의 자전적인 그림동화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하고, 스스로의 그림에 오만한(?) 자부심을 가진 주인공 소녀 ‘나’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림을 좋아해서 곧잘 그리지만 단 한번도 ‘진짜 화가’를 만나본 일이 없는데, 마침 살고 있는 동네에 ‘명원화실’이 들어선다. 진짜 화가에 대해 상상했던 모든 이미지가 그대로 들어맞는 ‘진짜 화가’와의 만남은 소녀로 하여금 새로운 그림의 세계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된다.

‘세상을 뚫어지도록 열심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나요. 그렇게 열심히 살펴본 것이 내 마음속에 옮겨지면, 그걸 조금씩 조금씩 그려 나가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 14쪽

이전에 갖가지 색깔을 써서 빽빽하게 도화지를 채웠던 그림은 진짜 화가의 가르침으로 사물을 진지하게 살펴보며 오로지 연필로만 그날의 느낌을 그려보는 가운데 정확히 감지하진 못하지만 깊이가 생긴 듯하다. 어찌 보면 지루하기만 한 작업을 소녀는 참 잘도 따라한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한다는 것은 지루하고 어려운 부분도 참아낼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다.

명원화실이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온통 잿더미가 되어 더 이상 진짜 화가도, 자신이 그린 바가지 그림도 모두 사라져버린 것을 보고 꿈인가 싶었지만, 그래서 명원화실도 진짜 화가도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만 소녀의 기억에는 오래도록 남는다. 언젠가 소녀의 생일에 진짜 화가가 직접 만들어 준 생일카드의 그림처럼 누군가에게 ‘따끔 따끔한 느낌을 주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며 진짜 화가를 그리워한다.

「나의 명원화실」은 서툰 아이의 그림 같은 삽화에 ‘진짜 화가’를 만나 화가의 길로 들어선 이수지 씨의 이야기가 그림처럼 ‘따끔 따끔한 느낌을 주는 글’과 함께 실려 있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녀의 이야기가 책장을 덮고 난 후에도 한참 동안 내 가슴을 따끔 따끔하게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자신이 무엇에 소질이 있는지, 그로 인해 행복을 느끼고 삶이 더욱 풍요로워진다면 그 사람은 정말 타고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안한 미래에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동안에 자신의 소질을 깨달은 사람들은 그것을 갈고 닦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수지 씨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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