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여우의 사랑해도 될까요?
임영란 지음 / 한솜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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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했다. 내 옆에 그 사람을 두고... 운명 같은 그 사랑으로 그렇게나 행복했으면서 나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했다. 과거에 집착하다 현재를 놓쳐 버리는, 그 어리석은 악순환을 결코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건만,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건만. 악순환은 이미 내게 습관이 되어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짝사랑에, 채팅으로 만난 운명 같은 사랑에 상처받은 여린 스무 살의 여심은 또다시 사랑으로 인해 아픈 마음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사랑’ 따윈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한 늪에서 허우적대며 ‘살고 싶다. 이 늪에서 살아나가고 싶다.’라고 아프게 말한다.

대학 졸업반 때 우연히 교수님의 심부름으로 불량감자같이 생긴 그를 만난다. 몇 시간이고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지 않으면 지루한 말로 설득을 하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불량감자. 그저 처음엔 교수님의 지인이라, 몇 살인지 몰라도 꽤 나이 들어 보이기에 예의를 차리느라 한두 번 만나던 게 어쩌다 보니 ‘계약연애’에 ‘동거’를 하기에 이른다. 혹여나 이들이 세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동거를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불량감자의 의도와 마음은 짐작하는 바대로 ‘사랑’이지만,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가진 것 하나 없어도 ‘젊음’하나로 충분히 빛나는 존재이니, 어쩌다 거주지에 직장까지 불량감자에게 도움을 받는 처지에 있다 하더라도 그를 사랑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결국 밝히기 싫어하던 불량감자의 나이가 그녀보다 21살 연상이란 것과 엄마보다 고작 한 살 어릴 뿐인 나이라는 어마어마한 현실 앞에 드는 좌절감을 극복하기도 전에 해가 바뀌고 생각지도 못한 상견례(?)를 통해 21살의 나이를 인정하고 사위로 인정하는 엄마와 이모로 인해 23살의 그녀는 21살 연상인 불량감자와 짝지어진다.

21살이란 엄청난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진심’이란 놈 때문이다. 언제든 기회만 있으면 튀어나갈 준비를 하던 그녀였지만, 불량감자의 진심이 통했던 것. 사랑이 아니고 그저 정이라 우겨댔어도 그만큼 그녀를 지극히 사랑할 남자가 없다는 사실과 그의 정성과 성실함은 그녀의 ‘사랑에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했고, 앞으로 더 행복한 나날을 꿈꾸게 만든다.

산문시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한 야릇한 장르의 책, 「핑크빛 여우의 사랑해도 될까요?」는 소설임에도 소설 같지 않은 구성이 낯설다. 그래도 한 번 붙잡은 손을 내려놓지 못하는 묘한 맛이 있다. 작가 자신이 21살 연상의 연인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을 했다고 하니 아마도 자전적인 소설인가보다. 아니, 좀 헷갈린다. ‘프롤로그’라고 하는 것이 본래 소설의 본 내용에 앞선 머리 이야기에 속할 것인데, 따로 ‘작가의 말’이 없고, 소설의 내용과 꼭 맞는 21살 연상남과의 결혼이 왠지 내게는 작가의 실제 이야기로 생각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이 첫 작품이라니 습작에 꽤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였을 것 같다. 나 역시도 ‘글을 한 번 써볼까?’ 라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하는데, 그 생각이 하도 짧아 언감생심 꿈으로 이어져본 일이 없다. 임영란 씨의 아름다운 경험이 녹아있을 차기작을 기대해보며, 꿈으로 이어지지 못한 나의 작은 소망을 위해 ‘나도 한번...?’ 하는 생각이 살며시 들어와 혼자 웃음 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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