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생긴 일 비룡소의 그림동화 78
호세 아루에고.아리앤 듀이 그림, 미라 긴스버그 글, 조은수 옮김 / 비룡소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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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다. 세상을 모두 태워버릴 기세로 내리쬐는 햇살아래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날에는 시원한 빗줄기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러다 정작 비가 이틀만 연이어 내릴라치면 어느새 꿉꿉한 냄새와 끈적거림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에 뽀송뽀송한 햇살을 그리워하는 장마철.

새벽에 내린 비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촉촉하다. 젖은 길,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풀잎과 들꽃들, 그리고 물을 먹어 색이 진해진 나무 등걸까지. 간간히 뿌리는 비로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수시로 우산을 폈다 접었다 한다.

태양이 구름 뒤에 숨고 구름이 비를 뿌리는 그 시간,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비 오는 날 풍경이 펼쳐지는데, 우리가 미처 눈치 채지 못하고 사는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공터에서 놀던 개미가 갑자기 내리는 비에 조그만 버섯 아래로 몸을 피한다. 계속해서 퍼붓는 빗속에서 나비 한 마리가 개미에게 날아와 함께 비를 피할 것을 청한다. 워낙 작은 버섯이라 함께 있기 비좁다 말하지만, 갑갑한 게 비에 젖는 것보다 낫다며 버섯 아래로 들어온다. 잠시 후 비를 피하려던 쥐와 참새 한 마리, 그리고 여우에 쫓기던 토끼 한 마리까지 버섯 아래로 모여든다. 토끼를 쫓던 여우는 버섯 주위를 맴돌지만, 이렇게 좁은 버섯에 어떻게 토끼가 들어올 수 있겠냐는 핀잔에 콧방귀를 남기고 사라진다.

드디어 비가 그치고 기분 좋게 버섯의 그늘 아래에서 나온 우리 동물 친구들은 처음에 그리 작았던 버섯이 어떻게 자신들 모두를 품을 수 있었는지 궁금해 한다. 도대체 버섯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어리둥절해하는 동물 친구들에게 버섯 위에 앉아 있던 청개구리가 던지는 말, “쿠하하! 비를 맞으면 버섯이 어떻게 되는지 모른단 말야?”

아하, 비가 내리는 동안 버섯이 몰라보게 자랐구나!

비로 인해 짐을 하나 더 들어야하는 수고와 질척이는 땅위를 걸으며 어깨와 가방을 축축하게 적시는 바람에 짜증이 잔뜩 나서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비 오는 날 생긴 일」을 읽고 나면 비의 넉넉함에 고마운 마음 가득 안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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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의 비밀 정원 레인보우 북클럽 12
T. H. 화이트 지음, 김영선 옮김, 신윤화 그림 / 을파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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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재미난 옛이야기를 들려줄 때 마무리로 “끄〜읕”을 선언해도 “그래서?”, “그 다음엔 어떻게 되었는데?”하고 난감한 질문을 계속해대는 통에 난처했던 경험이 많다.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거기까지라고 아무리 말해도 막무가내로 “더, 더”를 외치는데 질린 엄마가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의 그러한 소망이 작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는지 요즘 출판계에서 명작의 뒷이야기나 페러디가 상당히 많이 눈에 띈다. 그렇게 세상에 선보인 책들을 읽으면서 어른인 나도 아이 못지않게 재미난 이야기의 뒷이야기를 꽤나 궁금해 했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풍자소설 ‘걸리버 여행기’를 패러디한「마리아의 비밀정원」은 ‘걸리버 여행기’의 마지막 장 이후로 독자들(특히 어린 독자들)이 궁금해 했을 만한 것을 작가의 번득이는 재치로 풀어낸 책이다. 우리가 사는 동시대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소인을 발견하게 된다면 어떨까? 300년 전, 걸리버가 다녀온 소인국의 위치가 선량하지 못한 사람(이 책에서는 걸리버를 구해준 선장)에 의해 발견되고, 그들을 단지 크기가 작을 뿐, 똑같은 인격을 지닌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고 큰돈이 될 만한 존재로 여겨 꼭두각시로 전락시켰으나 목숨을 건 탈출 이후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살고 있다면?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해 한동안 가슴의 통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겪고 있지 않을까?

책 속의 주인공 마리아는 으리으리한, 그러나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거의 다 쓰러져 가는 대 저택 ‘말플라크’를 물려받은 고아소녀다. 후견인인 고약한 목사와 그가 마리아의 가정교사로 임명한 역시나 고약한 브라운 양으로 인해 보통의 소녀들보다 더 불행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마리아지만 다행히 다정다감한 성격과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그 나이 또래의 소녀들과 별 차이가 없다.

마리아는 우연히 걸리버가 방문했던 릴리퍼트 제국에서 끌려온 소인들이 300년간 숨어 살아온 작은 섬을 발견하고, 어린 마리아에게 사실은 어마어마한 재산이 상속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목사와 브라운양은 그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마리아의 커다란 몸집, 어린 소녀다운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과 마음씨로 릴리퍼트의 소인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마리아의 정신적인 지주라 할 만한 괴짜 교수의 충고를 깊이 새겨 그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며 우정을 쌓아나간다.

목사와 브라운양이 릴리퍼트 인들을 발견해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마리아가 감금되기도 하지만 릴리퍼트 인들과 괴짜 교수 그리고 말플라크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인 요리사와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장면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마리아가 마냥 어리기만 한 소녀에서 생각이 깊은 소녀로 거듭나는 과정과 옛 이야기에 상상의 날개를 단 「마리아의 비밀정원」은 근래 쓰인 작품일거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에 쓰인 작품이었다. 60여 년 전에 쓰인 책에서 보여주는 놀라운 상상력은 또다시 내게 도전이 되었다. '걸리버 여행기‘란 책을 모르고 읽어도 큰 무리는 없지만(릴리퍼트의 교장 선생님이 마리아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로도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미리 읽어 사전 지식이 충분한 상태에서 읽는다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기에 순서가 뒤바뀌긴 했지만, 어린이용이 원작 ’걸리버 여행기‘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이에게만 상상을 권유할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도 상상연습이 필요함을 느끼게 됐다.

책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작다고 해서 그들을 폭력적으로 다룸으로써 자신을 위대한 존재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얘야, 너는 그냥 너 자체로 위대한 사람이야. 그러니 네가 위대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한테 주인 행세를 할 필요는 없어.” - 릴리퍼트 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싶어 하는 마리아에게 교수가 한 말. 42쪽.

“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뭔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진다는 데 있어. 그렇지만 너는 감정을 잘 조절해야 하고, 항상 심술궂은 행동을 자제해야 해.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야.” -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리아에게 교수가 한 말. 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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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레모네이드 클럽 삶과 사람이 아름다운 이야기 9
패트리샤 폴라코 지음, 김정희 옮김 / 베틀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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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선생님’과 ‘할머니의 조각보’로 친숙해진 작가 패트리샤 폴라코의 새책,「꿈꾸는 레모네이드 클럽」을 만났다. 초록 체크무늬 원피스 교복을 입고 머리에 빨간 두건과 노란 챙모자를 쓴 두 소녀가 서로의 손을 마주잡고 있는 표지그림과 레몬 빛깔의 둥글둥글한 글씨체로 쓰인 제목을 보면서 이번엔 어떤 내용일까, 어떤 감동이 살아 숨 쉬고 있을까 기대를 했다.

단짝친구 트레이시와 마릴린은 잠잘 때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붙어 지낼 정도로 다정한 사이다.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인데, 거기에 담임선생님인 위첼만 선생님이 보기 드문 좋은 선생님이기에 더더욱 행복하다. 교실을 집처럼 꾸며 아이들에게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수업할 수 있도록 해주신 선생님의 가장 큰 장점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아이들에게 심어주신 것이다.

상급생 언니들에게 뚱보라 놀림을 받던 마릴린이 갑자기 살이 빠지면서 기운 없어 하는 것을 보고 지나친 다이어트 탓이라 생각했는데 불행히도 암에 걸렸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 트레이시와 선생님은 항암치료로 괴로워하고 빠진 머리카락을 도로 머리에 붙이며 울부짖는 마릴린에게 반드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만약 세상이 오늘 너희에게 레몬을 하나나 두 개 내밀었다 치자. 레몬이 얼마나 신지 다들 알지? 그런데 거기에 물과 설탕을 더하면 뭐가 될까?” -16쪽

시고 쓰고 오래된 레몬으로도 맛있는 레모네이드를 만들 수 있듯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 역시 자신의 의지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함께 하면 거뜬하게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신 선생님의 가르침은 마릴린이 암이라는 힘겨운 상대와 싸워 다시 건강해지도록 하는데 큰 힘이 된다.

마릴린이 건강을 회복해 다시 수업을 받던 첫날, 자신의 머리를 감추기 위해 가장 좋은 스카프를 쓰고 교실에 들어서는데 같은 반 친구들과 선생님 모두 제각각 모자나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가 마릴린이 들어선 순간 일제히 벗어던지며 환영해준다. 세상에나... 선생님과 아이들의 머리는 마릴린처럼 모두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었다. 이 일을 계기로 선생님과 트레이시, 마릴린은 ‘레모네이드 클럽’을 만들게 된다.

책 속의 주인공과 이야기는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패트리샤 폴라코의 딸 트레이시, 트레이시의 단짝친구 마릴린, 그리고 그들의 선생님 위첼만. 마릴린이 암에 걸렸을 때 위첼만 선생님 역시 암에 걸려 힘겨운 싸움을 하고 계셨는데, 자신이 믿음의 힘을 심어준 제자들에게 도움 받고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야기와 사진을 보며 이런 소설 같은 이야기가 실화였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실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과 레몬을 통한 위첼만 선생님의 훌륭한 가르침에 충만함도 가득 느낄 수 있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도서실의 사서 선생님께서 새로 들어온 책인데 감동적이라며 권해주신 책인데, 이해하기 쉬운 문체와 이야기 전개, 큼직한 글씨와 얇은 두께로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아 나 역시 내 아이를 비롯해 이웃의 많은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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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개구리 - 아동용
이와무라 카즈오 글.그림, 김창원 옮김 / 진선아이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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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 마음을 생각한다. 풀과 함께 생각한다.

정신을 가다듬고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풀의 마음이 느껴질까? 바람에 흔들리는 강아지풀에 매달려 있으면 나도 강아지풀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느낄 수 있을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연한 연두색 배경에 생각하는 청개구리 한 마리. 뭐든지 반대로만 해서 죽어가던 엄마가 양지바른 곳에 묻히길 바라는 마음에 냇가에 묻어 달라 유언을 남겼을 때 마지막 소원이라도 들어 드린다며 냇가에 엄마를 묻고 비가 올 때마다 슬피 우는 그 청개구리가 아니다.

그리고 청개구리의 몸집보다 조금 더 큰 작은 쥐 한 마리. 생각하는 개구리 옆에 있다 보니 덩달아 생각하는 쥐가 된다.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똑같이 있는 것, 내겐 없지만 상대에게 있는 것을 생각하고 다른 동물들의 얼굴을 살핀다. 매미, 나비, 잠자리, 벌, 달팽이, 지렁이, 두꺼비 등등. 그리곤 서로 다른 모습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천진한 개구리와 쥐가 자신들을 지칭할 때 쓰는 ‘나’는 독수리도 멧돼지도 나비도 ‘나’라고 쓴다. 왜 너는 ‘너’인데 ‘나’라고 하니? 정말 재밌다. 여기서 뒤집어지는 건 자벌레의 대답. “저라고 해요.”

한번쯤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하면서도 별 것 아닌 거라고, 물어보면 창피당할 거라고, 그 정도는 누군가에게 물어보지 않고도 스스로 알아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꽁꽁 감춰두거나 궁금하지 않은 척 했던 것들을 생각나게 하는 「생각하는 개구리」

책을 좋아해서 밥을 먹으면서, 버스 안에서, 길을 걸으면서, 아이가 잠들기를 기다리면서, 화장실에서, 바쁜 일과 속에서 볼일을 보는 사이사이 자투리 시간이 남았을 때도 책을 읽는다. 그러다 아이가 엄마 따라 밥상 앞에서 밥은 본체만체 책만 보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책을 보다 멀미가 나면, 한낮의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책 속의 활자가 종이 위로 쑥 튀어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퍼뜩 정신이 든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며 책을 덮고 눈을 비비며 내가 책 속의 내용보다 문자 자체에 집중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책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글자만 열심히 따라다니느라 내 생각이 들어설 틈을 주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이럴 때 「생각하는 개구리」는 글이 많지 않아도, 정교한 그림이 아니어도 편안하게 보면서 내게서 더 많은 생각을 유도해내며 웃게 만든다. 내 마음이 쉬고 싶을 때, 머리가 너무 복잡해 좀 쉬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할 때 곁에 두면 좋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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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잔의 차
그레그 모텐슨.데이비드 올리비에 렐린 지음, 권영주 옮김 / 이레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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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입학한 초등학교 도서실에 새 책들이 들어왔다. 쭉 살펴보니 그동안 신문이나 인터넷에 꾸준하게 오르내려 관심을 가지고 있던 책 제목들이 많아 무척 기뻤다. 그 책들의 성찬 중에 「세 잔의 차」를 고른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작년에 존 우드가 히말라야의 아이들에게 도서관을 지어주는 이야기가 담긴 ‘히말라야 도서관’을 읽을 때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진한 감동에 울음을 참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또다시 눈물지을 수밖에 없는 아픈 현실과 그 아픔에 동참하고 희망을 품게 만드는 한 사람의 이야기에 가슴이 뛴다.

언제든지 산으로 떠날 수 있는 여건을 허락해주기에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걸 자청하는 등반가 그레그 모텐슨. 장애로 인해 세상에서 많은 것을 누리고 살지 못한 여동생의 죽음을 애도하고자 험준한 K2를 오르다가 조난당했을 때, 그를 구조하고 돌봐준 작은 마을 코르페의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하고 촌장에게 학교를 구경시켜 달라고 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게 된다. 암벽 아래 자리한 평지에서 교사도 없이 땅을 공책삼고 나뭇가지를 연필 삼아 공부에 열중하는 아이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이 때 평생의 멘토가 되어 준 코르페의 촌장 하지 알리에게 이곳의 아이들에게 반드시 학교를 지어줄 것을 약속한다.

책 곳곳에 그레그 모텐슨이란 사람의 특징을 알 수 있는 부분이 나오는데, 가장 큰 특징이며 장점인 ‘수를 쓰지 않는 순박한’ 성격은 학교를 짓는데 일신의 안위를 모두 포기하는 것에서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집세 낼 돈도 아끼려고 낡은 자동차에서 쪽잠을 자고(키가 190cm나 되는 거한이니 차 안에서 잠을 자는 게 얼마나 불편할지는 상상이 된다.)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여전히 병원 야간응급실에서 근무하며 컴퓨터 사용 자체를 생각하지 못해 수동 타자기로 수백 명의 유명인사에게 기부를 부탁하는 편지를 쓴다. 나중에 컴퓨터로 얼마나 빨리 손쉽게 작업을 할 수 있었는지를 알게 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모텐슨의 선량한 의도는 꽤 오랜 시간 힘들게 돌아오기는 했으나, 장 회르니라는 절대적인 후원자를 만나면서 코르페에 첫 학교를 짓는데 성공한다. 돈을 마련하고도 학교를 짓는데 바로 착수하지 못하는 수많은 난관을 만날 때, 자신이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은 회의가 들 때마다 하지 알리와 코르페 아이들을 생각하며 기운을 차린 그는 학교 짓는 일에 착수하면서 일이 잘못될까봐 전전긍긍한다. 이 때 하지 알리는,

“발티 사람과 처음에 함께 차를 마실 때, 자네는 이방인일세. 두 번째로 차를 마실 때는 영예로운 손님이고, 세 번째로 차를 마시면 가족이 되지. 가족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네. 죽음도 마다하지 않아. 닥터 그레그, 세 잔의 차를 함께 마실 시간이 필요한 거야. 우리는 교육을 못 받았을지 몰라도 바보는 아니라네. 우리는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고 또 살아남은 사람들이야.” - 하지 알리는 나에게 세 잔의 차를 함께 마시라고, 서두르지 말고 학교를 짓는 것 못지않게 관계를 맺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219쪽)

이렇게 코르페에 학교를 지어주고 난 뒤, 자연스럽게 중앙아시아협회의 공동창립자겸 대표가 된 모텐슨이 파키스탄에서 학교를 지어주는 10여 년의 세월 속에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서는 끔찍한 살상이 자행된다. 9.11테러로 인해 모든 이슬람이 과격한 테러리스트로 매도되는 정세 속에서 온전한 교육만이 탈레반을 낳는 마드라사에 대항할 수 있으며 우리 모두가 안전해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굳은 신념으로 위험천만한 파키스탄을 오가며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하는 모텐슨과 그를 돕는 파키스탄 사람들의 모습에서 평화를 명분으로 더 큰 화를 부르는 총탄은 힘을 얻을 수 없음을 깨닫게 만든다.

하지 알리의 손녀 자한의 말에서 모텐슨과 그를 돕는 사람들이 해낸 일이 무엇인지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어렸을 때는 깨끗하고 좋은 옷을 입은 신사 숙녀를 보면 도망가서 얼굴을 가리곤 했어요. 하지만 코르페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제 인생이 크게 달라진 것 같았어요. 이제는 깨끗하고, 누구 앞에서나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이제 이렇게 스카르두에 와 있으니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는 그냥 의료 복지사 말고, 병원을 짓고 임원이 돼서 브랄두 계곡 모든 여자들의 건강을 돌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 지역에서 아주 유명한 여성이 되고 싶어요. 전...... ‘슈퍼 레이디’가 되고 싶어요.” (4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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