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천재를 만드는 두뇌 트레이닝 2
가레스 무어 지음, 윤지영 옮김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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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같은 나이 또래의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기억력과 집중력은 뒤지지 않는다며 스스로 자부했던 게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요즘 총기를 잃어가는 내 머리에 인공지능을 이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주 잊어버리고 집중력도 떨어져서 수도 없이 하루 일정을 확인하고, 혹시나 사소한 약속이라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신경쓰다보니 스트레스가 여간 쌓이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남편과 아이한테도 핀잔을 듣는 일이 많은데, 당장 서운한 것을 넘어서 아직 한창 젊은 나이에 심각한 뇌질환이 생긴다면 큰일이지 싶어 나 스스로 긴장하는 일이 많다.

작년 여름, 관내 교육청에서 부모교육을 실시할 때 뇌 전문가인 모 대학 교수님의 말씀을 들을 때만 해도 꾸준히 뇌 훈련을 한다면 뇌의 능력이 향상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서도 들었을 때만 잠깐 관심 갖고 있다 잊고 살았는데 「수학 천재를 만드는 두뇌 트레이닝」을 만나게 되면서 이 책의 저자나 부모교육에서 만난 대학 교수의 말이 일치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끼며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책을 쓴 저자는 두뇌 훈련을 하는 데에는 특별히 격렬한 움직임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특수한 기계도 필요치 않다고 한다. 자신이 쓴 책과 연필 한 자루, 그리고 하루 10여분의 시간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책이 수학 천재를 만드는 두뇌 트레이닝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어 모두 수학 문제일거라 생각했는데, 연산과 갖가지 도형, 퍼즐, 많은 보기 중에 다른 한 가지 찾기, 주어진 단어를 암기하기 등 다양한 문제 유형으로 되어있어 숫자만 나열되어 있을 때의 엄청난 압박감을 좀 덜어주고 있다. 레벨 1의 혼합 퍼즐 문제를 보면 나열된 국가 중 특징이 다른 하나를 고르고 그 이유를 말하라는데 총 6개의 나라가 제시된다. 내가 문제를 푸는 과정을 보면, ‘얼추 유럽 국가들의 나열이라는 것을 알겠는데, 이 중 한 나라가 아니라는 결론이다. 혹시 모로코? 아님 그리스? 답을 볼까? 에고, 모로코가 답이네.’ 하는 식이다. 5대륙에 대한 기본 지식이 바탕에 깔려있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문제라 처음부터 좌절감을 살짝 맛보는데, 다음의 3〜4 문제는 아주 쉽다. 이렇게 같은 레벨에서도 난이도가 살짝 차이나면서 몇 장 풀다보니 이거 중독성이 있다.

10년 가까운 세월을 쓰면서 정도 들고, 아깝기도 해 새로운 프린터로 교체하지 못하고 그냥저냥 아쉬운 대로 사용했던 레이저프린터를 얼마 전에 교체했다. 그것도 컬러 레이저 복합기로. 평소에 소원하던 장난감을 선물로 받은 아이마냥 들떠서 필요하지도 않은 문서를 출력해보며 한껏 들떠 있다가 복사도 된다는 설명에 한 번 해봤더니 이거 정말 환상이다. 기계치가 인쇄와 복사를 성공했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복사가 되니 무엇을 한 번 복사해볼까 하다 책에다 직접 문제를 풀기엔 너무 아까운 생각에 건드리지 못하고 있던 「수학 천재를 만드는 두뇌 트레이닝」의 한 면을 우리 가족 수대로 뽑았다.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레벨 2단계의 숫자 피라미드를 풀자며 아이와 함께 식탁에 둘러앉게 했다. 스도쿠를 비롯한 퍼즐 게임에 강한 남편이 1등, 스스로 풀 생각은 안하고 아빠 것을 몰래몰래 훔쳐봐 퍼즐을 완성한 딸아이가 2등, 쉽게 생각하고 덤벙거리며 문제를 푼 나는 중간에 꼬여 다시 푸느라 3등을 했다. 즉 꼴찌란 얘기지... 겨우 5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가족이 모두 참여했다는 것과 그냥 쭉 훑어만 보다 책이 아까워 책꽂이에 꽂힐 운명에 처할 책을 구제(?)했다는 것에 마냥 흡족했다. 더불어 꾸준히 하면서 딸아이의 학습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지 모른다는 기대까지. 초등 중학년 이상의 자녀가 있다면 부모가 함께 즐기기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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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아 극장
엔도 슈사쿠 지음, 김석중 옮김 / 서커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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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와 아베 코보, 가와바다 야스나리, 하시다 스가코, 미우라 아야코... 이들은 마음의 거리가 있는 일본 작가들의 책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던 내가 그나마 학창 시절에 접했던 작가들의 이름이다. 드라마 같은 오싱과 빙점, 2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 읽어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책이라 해서 호기심을 갖고 읽었으나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설국, 짙은 색 양장에 엔도 슈사쿠와 아베 코보의 작품이 한 권에 실려 읽게 되었던 ‘침묵’과 ‘불타버린 지도’는 다른 무수한 책들과 마찬가지로 제목만 겨우 기억날 뿐, 내용은 거의 잊었다. 그나마 작년에 우연한 기회로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를 읽으면서 내 학창시절을 잠시 스쳐 지나갔던 일본 작가들의 이름을 선연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는 데 대해 아직은 나의 총기가 어느 정도 살아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 혼자 웃었던 기억이 있다.

성석제도 웃게 만들었다는 「유모아 극장」이란 제목으로 엔도 슈사쿠가 쓴 12편의 단편을 만나면서, 꽤 진지한 소재로 글을 썼던 걸로 알고 있던 작가가 의외로 유머러스한 작품을 썼다는 게 많이 낯설게 느껴졌다. (엔도 슈사쿠의 ‘침묵’은 일본에 온 선교사들의 이야기라는 것과 그들이 볕이 따스한 바위 언저리에서 이를 잡아 죽이는 장면만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이러한 낯설음으로 70-80년대의 만화와 같은 촌스럽고 웃긴 표지 디자인의「유모아 극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달리 한 작가를 친근하게 느꼈다는 건, 시대가 달라도 사람들의 감성은 그리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책을 통해 느꼈다는 것 외에도 20세기 중반에 중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상상은 물론, 그때까지 대외적으로 알려진 진중한 이미지를 애써 지키려 하지 않고 오히려 가벼운 사람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했던 건강하고 유쾌한 정신의 소유자였다는 점이다. (요즘 공인들이 매체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기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자신은 물론 팬들로부터 외면을 당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는 일이 다반사이기에)

사실여부를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사물을 축소하는 마이크로 감마광선을 이용해 의사들이 잠수정을 타고 주사액과 함께 환자의 몸속에 들어가 인체를 직접 절개하지 않고도 체내 수술이 가능하다는 설정 아래, 짝사랑하는 여인의 몸속에 들어간 젊은 의학도와 동료들이 되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려 항문으로 탈출한다는 포복절도할 이야기(실제로 친구들 모임과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을 때 모두들 배꼽을 잡고 웃었다)로 문을 여는 「유모아 극장」은 정말 웃겨서 웃는 웃음과 뒷맛이 씁쓸해서 짓는 웃음, 이 두 가지를 선사해준다. 매체가 급격히 발달하기 전에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하고, 배꼽 잡게도 만들었던 만담가가 이 책 이야기를 해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떠오르게 하는 1960년대 판 유머를 읽고 잠시 일상의 복잡다단함 속에서 탈출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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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 1 - 막아라! 나운의 명사 공격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 1
어필 프로젝트 그림 / 사회평론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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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양한 종류의 학습만화가 선보이고 있다. 영어도 예외는 아닌데, 정감 있는 캐릭터와 유머가 곁들여져 만화가 지니고 있는 단점을 극복하고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아이들도 부담 없이 책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2006년에 초판 1쇄를 펴낸 이후 만 3년 만에 25쇄를 기록한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도 학습만화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의 열풍이 시작된 이후 발간된 영어 학습만화였다. 최근에 지인의 집에서 열권이 넘는 세트로 구성된 이 책을 보면서 딱딱한 교과서로만 영어를 배웠던 나의 학창시절과 비교되어 요즘 아이들이 참 부럽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보자면 손오공을 닮은 건(Gun), 피터 팬을 닮은 피오(Pio), 요술공주 밍키를 닮은 빛나(Bitna), 포켓몬을 닮은 그램펫 모모(Momo) 등 주인공 아이들을 비롯한 등장인물들 모두가 아이들이 쉽게 따라 그리기 쉬울 만큼 간결하고 굵직해서 눈이 피로하지 않다.

인간 세계의 무분별한 언어 사용으로 ‘그램우즈’에 악의 기운이 미쳐 사악한 리버스 마왕이 나타났고, 마왕은 그램우즈로 쳐들어와 문법을 다스리는 그램팻들을 데리고 사라져버린다. 이 때 그램우즈의 왕은 행방불명되고, 울랄라 여왕마저 마력이 약해져 수시로 잠에 빠지고 만다. 이에 여왕은 하나 남은 그램펫 모모에게 그램우즈의 위기를 벗어나게 해줄 영문법 원정대를 인간 세계에서 데려오도록 한다. 이러한 연유로 부지불식간에 그램우즈로 끌려온 주인공 건과 피오와 빛나는 각각 불, 물, 바람의 힘을 얻어 리버스 마왕의 휘하에 있는 그램펫 나운과 퍼프나운과 맞서 싸운다.

울랄라 여왕의 미션을 따라가면 우리말과 다른 영어의 어순을 인지하고, 모든 것의 이름인 명사와 명사의 수, 관사, 사람을 지칭하는 인칭대명사에 대해 알게 되고, 이런 방식으로 권수를 더할 때마다 동사, 형용사, 시제 등을 다루어준다. 현재 중앙대학교에서 영문학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자신의 아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 좋은 교재가 없는 데 답답함을 느껴 직접 책을 쓰게 되었다는 책날개의 저자 소개 글을 보면서 자식을 위하는 일로 시작되었으니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을까 하는 생각에 더 믿음이 가게 되었다. 특히나 영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들에게는 일반 교재보다 훨씬 수월하게 다가설 수 있는 학습만화라 생각된다.

또한 요즘 우리말도 무분별하게 사용되어 정체를 알 수 없는 말들이 무수히 떠돌고 있는데,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주된 테마로 다루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점과 만신창이가 된 말들을 원래의 형태로 되돌리게 만들려는 주인공들의 활약이 이 책을 읽는 아이들로 하여금 말의 소중함을 조금이나마 인식할 수 있게 해줄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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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눈동자
알렉스 쿠소 지음, 노영란 옮김, 여서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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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올해, 동네에서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 워낙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사셔서 명절 때마다 주차난을 겪는 곳이니만큼 어르신들이 노환으로도, 그냥 주무시다가도 세상을 달리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참 신기하게도 그분들이 사는 곳을 지나가게 되면 생전의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나와는 오며가며 인사나 나누는 정도였기에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그 가족들은 어떨까?  

나의 둘째 동생은 세 살 때 죽었는데, 그 때 내 나이 겨우 일곱이었는데도 살면서 무수한 순간마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동생을 떠올린다. 고만한 나이의 청년들이 군대를 갈 때, 공원에서 땀 흘리며 운동할 때, 터울이 많이 지는 막내 동생이 결혼할 때, 그 동생이 애기아빠가 될 때 등등... 살아있으면 지금 이러이러한 일을 했겠구나, 맑고 예쁜 심성을 가진 아내를 맞이했을 거야, 애기 아빠가 되었겠지 하는 생각들은 일부러 생각하지 않아도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만약 돌아가신 분이 오랜 세월을 사시면서 수많은 기억들을 남기고 떠나셨다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분을 잃은 상실감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노래하는 눈동자」에서는 열 세 살 난 소년 윌리엄과 여섯 살배기 여동생 비올렛이 어느 날 아침,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함께 지내는 동안 늘 노래하는 눈동자로 세상의 진귀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고 소소한 일상을 특별한 일로 바꾸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할머니가 하루아침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어린 비올렛은 실감하지 못한다.

우연히 날아든 말벌 한 마리에 위협을 느낀 윌리엄이 그 벌을 죽이자 할머니가 죽으면 벌이 된다고 했다며 오빠가 할머니를 죽였다는 비올렛. 함께 벌을 묻어줄 곳을 찾아 나서면서 윌리엄은 비올렛이 굳게 믿고 있는 할머니의 말이 사실과 다른 게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한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거짓임을 알게 되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한 속 깊은 윌리엄, 그리고 어린 비올렛은 할머니가 떠났어도 앞으로 벌을 보게 되면 할머니를 떠올릴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평생을 고무줄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을 멈출 수 없었던 할머니, 직접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상상 속에서 그려내 들려주셨던 할머니는 거짓말쟁이일까? 윌리엄은 할머니가 직접 경험할 수 없어 꿈이 되어버린 일들을 이야기한 것으로 인해 자신의 할머니가 진짜 할머니가 아니라 생각하지 않을 만큼 생각이 많이 자랐다. 윌리엄은 살아가는 동안 종종 할머니의 꿈을 꾸는 듯한, 노래하는 듯한 눈동자를 떠올리며 할머니와 나눈 그 모든 것을 떠올릴 것이다. 

지금은 시댁 부모님이나 친정 부모님이 모두 건강하게 살아계시지만, 이웃이나 동료, 친구들의 가족이 상을 당할 때면, 이 분들 중 어느 한분이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낀다. 태어나면 죽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도 ‘죽음’ 하면 겁부터 나는 걸 보면 난 아직 한 참 어린 사람이다. 

짧은 글인데도 좀 어렵게 느껴지는 「노래하는 눈동자」를 읽으며 죽음에 대해,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살아가는 것은 결국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라 하니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것, 그래서 내가 죽은 다음에 나를 떠올리는 이들이 웃음이 묻어나는 얼굴이나 늘 노래하듯 재잘대던 내 입과 목소리를 기억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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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 최인호 동화집 처음어린이 9
최인호 지음, 이상규 그림 / 처음주니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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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에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상중하로 쓰는 작가들은 참 힘들겠다 생각한 일은 있지만, 이미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은 분이 몇 페이지 되지 않는 분량의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쓰는 게 어렵다는 말은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겨울 나그네와 고래 사냥 등을 쓰신 작가 최인호님이 동화를 쓰기 싫어서가 아니라 어려워서 못썼다는 게 괜한 엄살처럼 보였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라는 동화집을 내셨다는 광고를 보고 관심 갖고 있었는데, 직접 읽어보니 그 말씀이 이해된다. 아이를 아이 입장에서 보지 않고 어른 입장에서 ‘작은 어른’으로 보기에 아이들로 하여금 쉽게 감동을 줄 수 없고, 때문에 동화를 많이 쓰지 못했다는 작가의 말씀은 지금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역시 다르지 않음을 알게 한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그 피곤하고 혼란스럽고 외로운 ‘어른’이 왜 되고 싶을까? 딸아이는 문방구 앞에 놓인 싸구려 뽑기를 하루에 백 번씩 하기 위해서, 불량 식품을 원 없이 사먹고 싶어서, 절대로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안자고 책 읽기 위해서, 아무 때나 늦잠자고 싶어서 등등의 이유로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동화집 안의 도단이도 엄마의 잔소리들 즉, 학교에 가지 않고, 공부도 안하며,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오락실도 맘껏 가는 등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해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어른이 되면 정말 이렇게 많은 것들을 내 맘대로 할 수 있을까? 우리 어른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는데, 그래서 아니라고 말하는데도 아이들은 어른들을 믿지 못한다. 지나간 것에 대한 향수로 아이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어른이 되어보니 부족한 것은 많았어도 어릴 때가 훨씬 즐거웠는데, 지금 딸아이를 비롯한 아이들도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것을 깨달을 테지...

동화집이라 서로 다른 이야기가 여러 편 실려 있을 줄 알았는데, 도단이라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하여 도단이가 겪는 여러 가지 일과 상상, 꿈들로 이루어져있다. 늘 피곤해 하는 아빠와 성적이야기 외엔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엄마에겐 도단이가 꽃을 가꾸고 노래를 불러도 관심 밖이다. 멈추어지지 않는 딸꾹질로 힘들어하던 도단이, 나쁜 마음을 먹어 말을 거꾸로 하는 도단이, 아빠 옷과 신발, 모자를 쓰고 어른 흉내를 내는 도단이, 어린 시절 한 번쯤 상상해보았을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왠지 모르게 어색한 느낌이 드는 건 작가 최인호 선생님이 전문 동화작가가 아니라는 선입견 때문일까?

어른들이 어떻게 해서 어른이 된 건지 모르듯, 지금 자라는 아이들도 어떻게 어른이 되가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책임져야 할 일이 있고, 가족이 있고, 지켜야 할 규율의 폭과 감당해야할 사회적 몫이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될 날이 곧 올 것이다. 이 아이들이 행복한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도록 좀 더 여유로운 마음을 지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현재를 맘껏 즐기며 밝게 웃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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