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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눈동자
알렉스 쿠소 지음, 노영란 옮김, 여서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작년과 올해, 동네에서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 워낙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사셔서 명절 때마다 주차난을 겪는 곳이니만큼 어르신들이 노환으로도, 그냥 주무시다가도 세상을 달리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참 신기하게도 그분들이 사는 곳을 지나가게 되면 생전의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나와는 오며가며 인사나 나누는 정도였기에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그 가족들은 어떨까?
나의 둘째 동생은 세 살 때 죽었는데, 그 때 내 나이 겨우 일곱이었는데도 살면서 무수한 순간마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동생을 떠올린다. 고만한 나이의 청년들이 군대를 갈 때, 공원에서 땀 흘리며 운동할 때, 터울이 많이 지는 막내 동생이 결혼할 때, 그 동생이 애기아빠가 될 때 등등... 살아있으면 지금 이러이러한 일을 했겠구나, 맑고 예쁜 심성을 가진 아내를 맞이했을 거야, 애기 아빠가 되었겠지 하는 생각들은 일부러 생각하지 않아도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만약 돌아가신 분이 오랜 세월을 사시면서 수많은 기억들을 남기고 떠나셨다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분을 잃은 상실감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노래하는 눈동자」에서는 열 세 살 난 소년 윌리엄과 여섯 살배기 여동생 비올렛이 어느 날 아침,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함께 지내는 동안 늘 노래하는 눈동자로 세상의 진귀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고 소소한 일상을 특별한 일로 바꾸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할머니가 하루아침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어린 비올렛은 실감하지 못한다.
우연히 날아든 말벌 한 마리에 위협을 느낀 윌리엄이 그 벌을 죽이자 할머니가 죽으면 벌이 된다고 했다며 오빠가 할머니를 죽였다는 비올렛. 함께 벌을 묻어줄 곳을 찾아 나서면서 윌리엄은 비올렛이 굳게 믿고 있는 할머니의 말이 사실과 다른 게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한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거짓임을 알게 되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한 속 깊은 윌리엄, 그리고 어린 비올렛은 할머니가 떠났어도 앞으로 벌을 보게 되면 할머니를 떠올릴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평생을 고무줄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을 멈출 수 없었던 할머니, 직접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상상 속에서 그려내 들려주셨던 할머니는 거짓말쟁이일까? 윌리엄은 할머니가 직접 경험할 수 없어 꿈이 되어버린 일들을 이야기한 것으로 인해 자신의 할머니가 진짜 할머니가 아니라 생각하지 않을 만큼 생각이 많이 자랐다. 윌리엄은 살아가는 동안 종종 할머니의 꿈을 꾸는 듯한, 노래하는 듯한 눈동자를 떠올리며 할머니와 나눈 그 모든 것을 떠올릴 것이다.
지금은 시댁 부모님이나 친정 부모님이 모두 건강하게 살아계시지만, 이웃이나 동료, 친구들의 가족이 상을 당할 때면, 이 분들 중 어느 한분이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낀다. 태어나면 죽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도 ‘죽음’ 하면 겁부터 나는 걸 보면 난 아직 한 참 어린 사람이다.
짧은 글인데도 좀 어렵게 느껴지는 「노래하는 눈동자」를 읽으며 죽음에 대해,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살아가는 것은 결국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라 하니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것, 그래서 내가 죽은 다음에 나를 떠올리는 이들이 웃음이 묻어나는 얼굴이나 늘 노래하듯 재잘대던 내 입과 목소리를 기억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