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비룡소 클래식 16
루이스 캐롤 지음, 존 테니엘 그림,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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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같기도 하고, 고운 찹쌀가루 같기도 한 눈이 내린다. 서너 시간 전, 눈이 내리는 폼을 보아하니 금세 그치고 언제 눈이 내렸는가 싶을 정도로 깨끗이 녹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을 뒤엎고 어디가 하늘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눈 때문에 온 천지가 하얗게 흰 눈으로 덮여 꼭 안개가 낀 것처럼 모든 게 뿌옇게 보인다.

학교 도서실에서 운동장을 바라보니 운동장 너머 아름드리나무 뒤편에서, 새로 단장한 놀이터의 터널 미끄럼틀 속에서 작은 토끼 한 마리가 뛰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금방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서일까? 어릴 적 TV 만화영화로 보았던 앨리스를 보고 성년이 지난 나이에 처음 책으로 앨리스를 만났었다. 두 번째로는 재작년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로, 그리고 요즘 말만 무수히 들었던 화제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주인공들이 들고 읽었다던 비룡소의 앨리스를 다시 만났다.

스무 살 초반에 만났던 앨리스는 마냥 우습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여겼고, 인디고의 책으로 만났을 땐 이미 알고 있는 내용보다는 순정만화 같은 예쁜 그림과 색채에 반해 한 장 한 장을 아껴가며 읽듯 했는데, 지금은 워낙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한 소설 작품이 범람하는 시대를 살고 있어서 그런지 150여 년 전에 쓰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말장난 같이 여겨진다.

회중시계를 들고 부산떨며 가는 토끼도, 커졌다 작아졌다 수시로 변하는 앨리스의 몸도, 눈물로 이루어진 웅덩이에 빠지는 것도, 터무니없는 명령만 내리며 제멋대로인 여왕과 대결하는 것도 모두 엉뚱해 말이 안 되지만, 이 이야기를 따라 읽어가며 유쾌해지는 기분은 무얼까? 각자 하고 싶은 말은 있으나 타인의 음성에 귀 기울이지 않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것도 같은 희한한 캐릭터들의 말과 행동은 익살스럽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답답해하는 앨리스의 심정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해 쉽게 책 속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같은 작품을 각기 다른 출판사의 책으로 여러 번 읽다보니 아이는 전에 읽었던 책을 가져오며 어떤 부분이 서로 다른지 비교해보고 싶어 한다. 목차만 보아도 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에 번역하는 사람의 몫이 얼마나 큰지 스스로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비룡소의 앨리스에 ‘바닷가재의 카드리유’라 쓰인 목차가 다른 책에서는 ‘바닷가재의 춤’으로 나오는데, 카드리유란 단어를 보며 이게 뭘까 궁금해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해당 부분을 찾아 읽으며 더 정확히 알고 싶어 하게 된다.

온통 다이아몬드를 엮어 만든 드레스 한 벌로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맹랑한 생각이나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통째로 과거 50년 전으로 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자주 하는 딸아이와 앨리스를 한 자리에 만나게 한다면 스스럼없이 공감하며 함께 대화하며 즐길 것 같다는 생각에 혼자 ‘픽’하고 웃었다.

어느새 뿌연 하늘에 햇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두침침하니 안개가 낀 것 같던 운동장도 시야에 모두 들어오니 금방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제 꿈에서 깰 시간인가? 다음에 또 어떻게 앨리스를 만나게 될지 모르나 요즘 만난 앨리스로 인해 수다쟁이 딸아이를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 고맙다. 이 약발이 며칠이나 갈런지는 모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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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 - 스물여덟 명의 아이들과 함께 쓴 희망교육에세이
고정원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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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참 바쁘게 살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의 흐름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던 어른들 말씀을 실감하며 사는 요즘, 크리스마스와 2010년의 마지막 날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얼떨떨한 기분이다. 잠시 올 한해를 되돌아보며 스스로 칭찬받을 수 있을 만큼 잘 한 일이 있었나 생각해 보았다. 다행히 금방 생각나는 게 있다. 바로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1년 간 수업시작 전에 책읽기 봉사를 한 일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배치된 학급을 찾아가 15분에서 20분간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 책과 함께 아이들과 만나는 게 얼마나 즐겁고 보람된 일인지 아마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처음엔 아이들이 내가 읽어주는 것을 싫어하지 않을까, 많은 아이들이 읽은 책이면 어쩌나, 학년별로 어떤 책을 선정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아이들은 정말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또한 책을 읽어주는 사람에게도 많은 애정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내 경험과는 별도로 독서에 관한 어느 조사에서 저학년 때 정말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5%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고학년이 되었을 때 책을 정말 좋아하는 아이들이 5%정도에 그친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경쟁위주의 지나친 학습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무런 부담 없이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책 속 주인공이 되는데 걸림돌이 없던 아이들에게 책이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 책이라면 만화책도 싫다고 외치는 아이로 만드는 요즘의 교육 현실은 전문가가 아닌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도 문제 있어 보인다.

위와 같은 이유로 책과 친하지 않은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나 중학생 아이들에게 책을 매개로 해서 다가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이는 많지만 독서 수준은 형편없이 낮고, 그런 자신들의 처지를 받아들이기 힘든 아이들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쉽게 보이는 그림책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책을 보여주며 반감이나 선입견을 심어주기보다는 책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단계별로 적용해가는 것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나 역시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로 활동하는 고정원 선생님이 책과 함께 만난 아이들과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긴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는 어리지만 어른들보다 더한 고통과 삶의 무게로 허덕이는 청소년들이 고정원 선생님을 통해 책과 소통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책을 읽다보면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좀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주려고 노력하는 선생님의 모습과 아이들에게 다가서는데 좋은 책을 찾고자 무척 애를 썼다는 게 느껴지는 책 이야기, 그 책들을 주제로 아이들과 함께 북아트로, 연극으로, 사진 작품집 등으로 만들어내며 성취감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성공’이라는 게 저마다 정한 크기와 정도가 다르기에 ‘요만큼’ 이루면 성공했다라고 단정 지을 수 없고, 그 성공에 꼭 ‘책’이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통해 우리가 얻는 위안과 지식이 저마다 다르게 측량하는 ‘성공’에 한 몫을 담당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

요리사라는 꿈을 찾게 된 성훈이에게도, 왕따를 당하며 위축되었다가 작은 무대에 서면서 자신감을 찾는 승희에게도, 길고 진한 외로움 때문에 단짝 친구와 하루 종일 같이 있고 싶어 했던 유진이에게도 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선생님이 만난 아이들 중 일부는 과거의 반항기나 어두운 모습을 버리고 자랑스럽게 홀로서기에 성공한 아이들도 있고, 선생님과의 만남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안타까움만을 자아내게 하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과의 만남 속에서 선생님이 느꼈을 기쁨이나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책에서 묻어나 여러 번 눈시울을 젖게 만들었다.

나 역시 책과 함께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노력하고 있지만 마음처럼 쉬이 아이들에게 다가서지 못해 늘 만족하지 못한다. 책을 한 권씩 선정할 때마다 즐겁게 책 속 이야기에 빠지기보다는 이해의 정도나 삶과 접목했을 때 문제 해결력에 더 큰 비중을 두었을 뿐이라는 자괴감에 빠졌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어설프게 알고 있는 독서지도 방법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해가 되는 건 아닐까 하고 나를 점검해보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과 함께 하는 인생의 즐거움을 이미 맛본 나이기에 이러한 기쁨을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나와 함께 책으로 만나는 아이들은 공부의 연장선보다는 삶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고정원 선생님과 아이들이 ‘매그넘 코리아’ 전시회를 보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사진 찍기로 사진집을 만든 것처럼 나도 아홉 살인 딸아이와 열 살 조카를 데리고 늘 보아왔던 ‘우리 동네’를 사진 찍어 책을 만들어 보았다. 아이들이 자라 자신들이 살았던 곳을 떠올릴 때 지금 만들어본 책이 소중한 기억이 되고 즐거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다행히 딸도 조카도 무척 재미있어하며 앞으로 2권, 3권을 계속 만들겠다고 한다. 1권은 우리가 살고 있는 빌라 단지 내에서 보이는 것만을 찍었지만, 2권과 3권에서는 ‘학교 가는 길’과 ‘교회 가는 길’, 계속해서 한다면 계절별로도 한 권씩 만들어 보기로 했다. 직접 책을 만들며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동네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어린 시절(물론 지금도 어리지만 더 어린)을 떠올리는 딸아이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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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타면 안전해요 - 교통사고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Safe Child Self 안전동화 2
최승필 지음, 이경희 그림 / 소담주니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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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형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지선에 서 있다가 초록 불로 바뀌어 차를 출발시켰는데, 뒤에서 달려오던 차가 들이받아 사고가 난 것이다. 형부 몸에는 큰 이상이 없고 자동차 범퍼만 망가져서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받는 사이에 또다시 트럭이 와서 뒤차를 받고, 그 뒤로 두 대의 차가 더 받아 5중 충돌이라는 대형사고가 났다. 때문에 형부 차를 받은 운전자는 차와 차 사이에 끼어 다리를 다쳐 긴급 호송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한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사고란 게 나만 조심해서 방지되는 게 아니란 걸 형부의 사고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분명 보행자 신호가 되어 횡단보도를 걷다가 우회전을 하는 버스에 치일 뻔 하기도하고, 무심코 횡단보도 앞에 선 사람이 길을 건너기에 따라 가려다가 보행자 신호가 아닌 것을 알고 후닥닥 뒤로 물러섰던 경험도 있기에 찻길을 건널 땐 늘 긴장하면서 주위를 살펴보고는 한다.

어른들의 사정도 이러할 진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아무리 보행자 신호가 되었다 하더라도 꼭 차가 멈추었는지 확인해라, 횡단보다 끝부분에서는 우회전 하는 차가 무심코 달려오다 사고 날 수 있으니 천천히 걸어라 하고 버릇처럼 이야기해도 번번이 잊어버리고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을 뒷자리에 태우지 않고 앞에 혼자 앉히거나 엄마가 아이를 안고 앞자리에 앉는 지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불안한데, 방송에서는 수시로 어른들의 부주의한 행동 때문에 아이들의 목숨이 위태롭게 되는 현장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자신만은 괜찮을 거라는 근거도 없고, 이해도 안 되는 자신감을 가진 어른들을 보면 정말 답답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전을 위한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본다. 교통사고로부터 나를 지키고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늘 숙지하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야 하는 것은 어른들의 당연한 몫이라 할 수 있겠다.

알고 타면 안전해요는 사고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아주 사소한 안전 수칙만 제대로 지켜도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보행할 때, 지하철을 탈 때, 버스를 탈 때, 자동차를 탈 때, 인라인 스케이트와 킥보드, 자전거를 탈 때 등 교통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쉽게 이야기로 접하고, 사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하고 숙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딸과 함께 품앗이 수업으로 모이는 아이들과 교통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것은 역시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거의 대부분의 사고나 위험 상황이 사소한 부주의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둔 것 같다.

수업의 마무리로 간단한 책 만들기 활동을 했다. 책의 41쪽에 있는 ‘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교통 표지판’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그림만 보면서 어떤 표지판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 직접 그려보면서 지금까지 관심 갖지 않고 지나쳤던 교통 표지판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어른이든 아이든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의 유형과 대처 방법을 알아 두고 안전을 생활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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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선플특공대 소중한 가치 학교 1
고정욱 지음, 한재홍 그림 / 북스토리아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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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것이 ‘악플’이다.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에 대한 글이라 할지라도 기분 내키는 대로 감정을 상하게 하고 저질 언어를 사용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글을 읽는 사람들 모두를 기분 나쁘게 만드는 악플은 단순히 감정적인 상처에 머무르지 않고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할 때가 빈번하기에 의도적으로 ‘착하고 아름다운 댓글’달기 운동을 벌여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옛말에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으니, 말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수천 년 전부터 고민해 온 것을 알 수 있는데 여전히 안 좋은 것을 대물림하는 현상을 볼 때 마음이 참 착잡하다. 언젠가 막말 하는 어린 아이들을 보며 우려하는 말을 하니, 아이 때 그렇게 험한 말 쓰다가도 어른 되면 다들 제대로 된 언어를 사용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부모도 보았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한 번 잘 못 들여진 습관은 좀체 고치기 어려운데 그것을 간과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정말 안타까웠다. 

지금은 대화하는 상대를 앞에 두지 않고도 대화가 가능한 디지털 시대다. 상대의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하며 이야기할 때도 실수하기 쉬운데, 상대의 성별이나 나이에 대해 알 수 없는 인터넷 상에서 대화를 하거나 댓글을 달 때 그 정도와 빈도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대상이 점점 내려가 이제는 유치원생들도 자유롭게 컴퓨터를 온오프 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컨텐츠를 자유자재로 선택해 사용하면서 댓글 문화에도 빠르게 젖어들고 있다. 이러한 때에 늘 아이 곁을 지키면서 댓글이나 대화 글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기에 인터넷 악플로 인한 위력은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고정욱 선생님의 신간 「우리 반 선플 특공대」는 이러한 인터넷 악플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건전한 비판과 상대를 인식하며 예의를 지킬 수 있는 인터넷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글이다. 3학년인 유성이가 전국학생발명대회에서 ‘심 절약 연필’을 출품해 대상을 받아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 담임선생님이 유성이에 대한 기사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악플에 시달리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유성이의 미니홈피와 학교 홈페이지에도 유성이를 비난하는 글과 고물상을 운영하는 유성이 부모님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하기에 이른다. 

유성이는 악플로 인한 충격에 학교에 나오지 못할 만큼 큰 상처를 받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임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선플 달기 숙제를 내주고 모두가 ‘선플 특공대’가 되어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을 만들어 가도록 이끌어 주신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선플운동본부’가 있고 매년 11월 첫째 주 금요일을 ‘선플의 날’로 정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 있듯 생각 없이 단 댓글에 상처받아 크게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 어른들과 아이들이 모두 알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작은 힘을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나 역시도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지만,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힘이 되는 댓글을 하나씩 써야겠다고 다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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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 사진과 카메라 개화기 조선에 몰아닥친 신문물 이야기 1
서지원 지음, 조현숙 그림 / 꿈꾸는사람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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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예술이고 삶이다. 이 말은 이 시대의 뛰어난 사진가들의 말이 아닌 내 생각일 뿐이다. 사진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사진 찍기가 취미도 아닌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내 손에 카메라를 쥐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 근 10여 년 동안 사진으로 인해 나와 주변인 그리고 일상의 모든 것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지나온 시간 속에 이렇게 존재하고 있었음을 상기시켜주고 그로 인해 힘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이 꽂힐 때에도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그의 아름다움을 나만 볼 수 있기 때문이듯, 사진 역시 찍는 사람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나 철학을 발견할 수 있기에 그 찰나의 시간을 사진으로 저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겐 아이와 남편이 첫 번째 대상이 되었고 이들로 인해 내 삶이 더 빛을 발하기에 이들 사진은 나만의 예술이 된다. 시시때때로 내 눈에 비친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간을 사진에 담고, 그 사진을 다시 찾아보며 충만함을 느끼니 사진으로 인해 얻는 기쁨이 정말 크다.

이제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었다 해도 무리가 없는 카메라는 그 종류와 기능도 다양하다.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그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우리나라의 카메라가 당당히 그 자태를 뽐내는데 의외로 우리나라 사진의 역사는 짧다. 쇄국정책으로 인해 서양 문물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이 막히고 어렵게 들여온 문물도 사람을 잡아먹고 집안을 망하게 한다며 미신처럼 무지한 백성들의 여린 마음을 불안으로 흔들어놓았다. 이 때 들어온 사진기에 얽힌 이야기는 ‘아이들을 삶아 가루로 빻아 마법 상자에 넣고, 마법 상자에 비치는 것은 뭐든지 일 년 안에 죽거나 망한다’며 일본인과 서양인이 자주 왕래하는 곳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통행을 금지하는 웃지 못 할 일이 생겼다.

「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는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병으로 잃고 어머니까지 노비로 끌려가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자 쌍둥이 여동생을 데리고 한성으로 올라와 시장을 돌며 구걸로 연명하는 삼식이의 아픈 가족사로 시작된다. 설상가상으로 아픈 여동생을 위해 먹을 것을 구해 왔으나 그 동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동생을 찾아 떠돌던 삼식이는 마법 상자에 들어갔을지도 모를 동생을 찾아달라며 우리나라 최초로 사진관을 만든 양반 황철의 집을 찾는다. 이를 계기로 신문물을 접한 삼식이는 황철을 주인이자 스승으로 모시며 사진술을 배우고, 황철이 왜 돈이 되는 초상사진보다 조선의 모습을 많이 담고자 했는가에 대해 알게 된다. 황철에게 사진은 역사이고 지켜야할 소중한 가치였던 것이다.

역사적 사실에 있을법한 이야기로 살을 붙여 글을 쓴 서지원 선생님이 머리글에서 쓰신 우려가 내게도 생겼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누구보다 먼저 사진기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무지한 사람들의 생각을 깨우쳐주고 싶었던 그 마음이 반역으로 몰려 고통을 당하기도 했던 황철 같은 선각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 역시도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선각자들을 몰라보고 지금 알고 있는 얕은 지식만으로 그들을 평가하거나 무시하지 않았던가 생각해 보았다.  

 

개화기 사진을 적절하게 이용해 사질적인 느낌과 익살맞게 그린 인물들이 조화롭게 그려진 그림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책 말미에 부록, “황철의 사진 학교”를 통해 사진의 역사와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사람과 산천이 일제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어 세계에 전해졌는지 알게 되면서 서글픔과 분노의 감정도 함께 인다. 일개 사물을 통해서도 망국의 한을 확인할 수 있으니 정말 착잡하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한 힘을 기르는 것, 다시 한 번 되새기고 노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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