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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친구 관계의 기술 ㅣ 어린이 자기계발기술 2
정우진 지음, 김미연 그림, 이민식 콘텐츠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15년 전, 직장생활을 할 때 평상시엔 그다지 말이 없다가 한마디씩 할라치면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상당히 날카롭고 공격적인 말을 해 함께 이야기하던 동료들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게 했던 동료가 있었다. 그 동료에게 큰 맘 먹고 같은 의미를 담은 말이라도 이왕이면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대화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가 오히려 ‘사람 사이에 진심만 있으면 되지 무슨 기술이 필요하냐’면서 얼굴색까지 변해가며 반박하는 말에 더 상대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그 동료 말대로라면 나의 진심이 전해지지 않았는가보다 하며 넘어갔는데, 이 일 이후 사랑의 기술, 사람을 얻는 기술, 생각정리 기술, 논리의 기술 등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기술 앞에 질린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그러면서도 아이를 키우며, 사회생활을 하며 이러한 기술들 앞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보면 내가 넘어서지 못한 부분도 많고 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결여된 것 같아 씁쓸하다.
「어린이를 위한 친구관계의 기술」을 읽으면서 근심이 되었던 건, 딸아이가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기보다 관심이 없다는 점이었다. 1학기를 지내놓고도 길에서 같은 반 친구를 만나면 ‘얘가 누군가?’하는 멀뚱한 시선을 던질 때면 먼저 아는 척한 그 아이에게 미안하고 그 상황이 참 민망하다. 문제는 엄마만 애가 닳지 아이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거다. 작년까지야 저학년이니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3학년에 올라가면 서서히 친구들끼리 편을 가르고, 좀 다른 성향을 가진 아이들을 따돌린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 스스로 왕따가 되는 길을 자처하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하다.
오히려 이 책의 주인공인 ‘덕분’이는 소심하다지만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과 적극적으로 친구를 만들고자 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예뻐 보인다. 그러나 전학생이란 신분과 옛날 할머니들 이름처럼 촌스런(그 의미가 아주 좋다는 것은 차지하고)이름을 가진 덕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없는 사람은 없는 법,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아이, 부정적인 아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의 특성을 고루 지닌 이 책의 주인공들이 보건 선생님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고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게 되며 많은 갈등이 해소된다.
난 지금도 예전 직장 동료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진심으로 다가서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진심을 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특히나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배려함으로서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익혔으면 한다.
아이들의 소소한 이야기와 더불어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 손 내미는 방법, 잘 어울리는 방법,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 따돌림에 대처하는 방법, 맘 상하지 않게 감정을 표현하면서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까지 필요한 여러 기술과 실천 방법이 함께 기술되어 있어 앞으로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싶거나 친구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읽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고 타인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가졌으면, 그래서 좋은 친구들과 행복한 학교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