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입니다
딕 호이트.던 예거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물고기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에 한 어린이 신문에서 마라토너 이봉주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달리기로 자신의 인생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높은 자부심을 안겨주는 한편,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과 겸허함으로 귀감이 된 그의 삶은 그가 이룬 수많은 기록 못지않게 감동을 전해준다. 100m 달리기에 21초란 기록을 가진 내게는 아무리 달리기를 하기에 좋은 환경과 튼튼한 신체를 가졌다 하더라도 42.195km를 달리고 또 달리는 그의 모습이 놀라울 뿐이었다.

그런데, 목에 탯줄이 감긴 채 태어나 뇌성마비와 경련성 전신마비를 가진 아들과 아버지가 정상인조차 도전하기 힘든 각종 마라톤과 철인 경기에 참여해 세계인을 감동시킨 이야기를 만났을 땐 그저 ‘경이롭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말이 없었다.

멀쩡한 자식도 키우기 힘들다고 포기하는 일이 심심찮게 각종 매체를 장식하는 요즘, 의사마저 아이를 포기하라 권고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그 품에 안은 것, 그리고 그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조금이라도 평탄하길 바라는 마음에 전사와 같은 의지를 가지고 세상과 맞서서 비웃고 걱정하던 무리를 감동하게 만든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을 때 가슴이 뜨거워지는 한편, 이 일이 우리나라가 아니어서 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함도 조금 생겼다.

우리는 노희경 작가가 추선사에 쓴 ‘세상엔 중요한 일이 정말 많지만 아들 하나 잘 키우는 일 역시 그에 못지않다’는 말이 무진장 공감되는 세상을 살고 있다. 때문에 단순히 장애의 그늘을 벗어나 주어진 삶을 아름답게 사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의 모습을 인터넷으로 보고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동기부여를 받고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아졌다는 사실이 더더욱 가슴 벅차다.

지난 1월 22일, 막내 동생 딸아이의 돌잔치에서 우리 딸아이가 사촌동생을 축복해주는 카드를 쓰는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썼다. 혼자만 잘나고 행복해지고자 하는 게 아니라 나로 인해 세상이 조금 더 밝아지고 살 맛 나는 곳이 된다면 그것으로 더 충만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세뇌시키듯 딸아이에게 했던 말을 기억했던가 보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그 삶의 자취가 자신의 삶은 물론 타인의 삶까지도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성공한 삶’이 아닐까? 아버지가 있었기에, 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이들의 감동 실화에서 혹자는 아버지의 헌신에 더 큰 감동을 받았을지 모르나, 아버지의 인생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는 데 키 역할을 한 아들 역시 아버지 못지않은 역할을 감당했다고 본다. 그래서 “아버지가 없었다면 저는 할 수 없었어요.”, “아들아, 네가 없었다면 나는 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아버지와 아들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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