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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머 랜드 - 학교에서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 영문법
M. L. 네즈빗 지음, 하정임 옮김, 조현정 그림 / 다른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영어의 필요성이나 중요도에 대해서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고, 영어에 열심을 내지 않으면 뒤떨어진 사람이거나 아이들의 앞날을 앞장서서 망친다는 식으로 어둡게 이야기하고 이로 인해 불안함을 느끼는 세상을 살고 있으니 새삼스럽게 더 강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단지 나 자신은 영어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특별하게 어려움을 겪은 일이 없고, 영어로 인해 어쩌다 겪는 어려움이란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맞닥트리는 여타의 어려움과 별반 다를 게 없기에 특수하다고 할 만큼 영어에 목매고 사는 모습이 오히려 좋아 보이지 않다. 그럼에도 작년에 초등 3학년에 올라간 딸아이를 영어학원에 보내는 이유는 알파벳도 모르는 상태에서 학교 교과에 포함된 영어를 배우며 아이가 느끼는 스트레스가 컸기 때문이다.
이왕 배우는 것이니 아이가 거부감 없이 즐겁게 영어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큰데, 아이 스스로 자신은 영어 울렁증이 있고, 영어를 못한다고 위축되었던 모습이 안타까워 진도를 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 흥미를 잃지 않게 지도하는데 초점을 맞춰달라는 요구를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 참 고마운 마음이다. 요즘은 아이에게서 영어가 싫다는 말이 나오지 않아 정말 다행스러운데, 겨울 방학 특강으로 문법을 배운다고 해서 또다시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내심 염려가 되었다. 다행히 문법이라는 말만 듣고는 굉장히 어려운 건가 보다, 특별한 것인가 보다 하고 바짝 긴장했던 아이들이 평상시 해왔던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걸 알고는 표정이 풀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쉽고 재미있는 문법책을 찾게 되었다.
이렇게 만난 ‘그래머 랜드’는 구품사인 명사, 대명사, 관사, 형용사, 동사, 부사, 전치사, 접속사, 감탄사가 상대 품사들이 자신보다 더 많은 단어를 가지게 된 데 불만을 갖고 싸움을 벌이다 구문 박사와 구문분석 변호사, 그래머 판사가 저마다 가진 권리와 단어들을 확인하고 이들 사이의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이야기이다.
영단어가 많이 나오는 책이지만, 스토리 위주로만 따라가며 읽는 데 재미가 덜하지도 않고, 읽는 동안 이야기 속에서 평상시 애매하게 알고 있던 것들의 개념을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진행되어 영어에 대해 젬병인 내가 읽어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걸 보니 문법을 시작해야 하는 아이들에겐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명사가 보통의 사물을 부르는 이름일 뿐만 아니라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지는 모든 것 뿐만 아니라,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들을 수도 없는 사랑이나 행복과 같은 단어 역시 명사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품사 이름만 들으면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관사마저도 명사가 나타날 것을 알려주는 존재이며 a(an), the 단 둘 뿐으로 매우 가난한 품사임을 알 수 있다. h가 소리 나지 않는 h묵음 앞과 모음 a, e, I, o, u 앞에 an을 사용하고, 그 나머지엔 a를, 유일한 존재나 이미 언급되어 쉽게 알 수 있는 사람이나 사물 앞에 the를 붙인다.
이렇게 9품사의 정의와 각각 무슨 역할을 하는지 현명한 그래머 판사의 판결로 소란함은 잠재워지고 각각의 품사들은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갖는다.
재미있게 읽기는 했어도 어떤 방법으로 이 책을 이용해 아이와 함께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생각 끝에 내가 가장 이해하기 쉬웠던 꼬마관사로 보드판과 낱말을 코팅해 제시된 단어 앞에 어떤 관사가 붙는지 맞춰보는 게임을 했다. 알파벳에서 모음의 개념을 모르고 있다가 아, 에, 이, 오, 우에 해당하는 것을 찾아보라고 하니 파닉스를 배운 덕분인지 쉽게 찾아내어 그 앞에 'an'이 붙는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h묵음 이외의 단어에 'a'가 붙는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간단한 활용으로도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재미도 있고, 자신감도 생겼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엄마부터 어렵다고 멀리하는 모습이 아이에게 알게 모르게 전달되어 아이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도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무엇이든 안 된다고, 모른다고 물러서는 것보다는 한 번 해보자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