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너의 존재감 르네상스 청소년 소설
박수현 지음 / 르네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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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 겪는 고만고만한 문제나 고민, 시험 등을 앞두고 나는 주문을 외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내가 죽을상을 하고 무진장 고민을 해봤자 바뀌는 게 없다면,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흐르고, 시간이 흐르면 내 신경을 팽팽하게 당기는 그 일도 어떻게든 결론이 나기에 더 이상 내가 어쩌지 못할 때 속으로 수없이 되뇌는 말이다.

 

 

이 주문처럼 문제가 되었던 그 일은 반드시 끝이 있었고, 모든 일들은 내가 예상했던 최악보다는 늘 나은 상황에서 종결되었기에 나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매우 유용하고 건전한 마음 치유어가 되었다.

 

 

타인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기 전에는 나의 문제가 가장 큰 것 같고,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존재가 바로 나인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기 쉬운 청소년 시절. 왕성한 호르몬과 집과 학교, 학원, 사회 등 사방에서 옥죄는 굴레 속에서 여차하면 언제든지 튀어나갈 탁구공 같은 인자가 몸 속 어딘가에 숨어 있는 이 시기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고,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지 못해 방황하기 십상이다.

 

 

말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존재감이 넘치는 순정이도, 늘 주저리주저리 말 많고 쾌활한 이지도, 생각이 너무 많아 멍 때리는 예리도 세상을 살아가는 게 쉽지만은 않다. 이 아이들에게 선물처럼 안겨진 담임선생님, ‘쿨샘’

 

 

코 찔찔 흘리는 어린애도 정치인이라면 거짓말쟁이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제대로 ‘정치’를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쿨샘은 민주주의만 제대로 알아도 학교에서 바꿀 수 있는 일들이 산적해있다는 것을 참 쉽게도 가르쳐주신다. 민주주의 세상에서 당당한 99프로로 대접받으며 살 수 있도록. 그리고 세상 모든 일이 머무르지 않고 다 지나간다는 것도.

 

 

쿨샘은 스스로의 존재감이나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참 특별한 방법으로 다가선다. 바로 마음 일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나를 이해하고 다독여줄 그 누군가가 있다면 참 다행스런 일이지만, 그런 사람이 없어서 외롭고 괴롭다면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고 아프고 힘든 나의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세상에 나아가 살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마음 일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음으로써 한층 가벼워진 마음을 느끼게 된다.

 

 

멍했구나, 답답했구나, 두렵구나, 화가 났구나... 현재의 마음에 단 한마디의 호응만 곁들여도 마음의 빗장이 살며시 열리는 경험을 하는 쿨샘과 아이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학생 수가 과거에 비해 절반이 줄었어도 여전히 힘들다고 하는 선생님들이,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도 문제고, 아이들 역시 과거와 달리 다루기가 너무 힘들어졌고, 교과서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이 지식 전달에 그칠 뿐인 요즘, 아이들과 마음으로 이해하고 인정받으며 진정한 사제지간의 정을 나누고 싶다면 선생님들부터 마음에 대한 공부를 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막연히 버릇없는 아이들, 제멋대로인 아이들, 끊기 없는 아이들이라고 단정 짓고 단순히 가르치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는 교사가 아닌, 그저 좋은 성적을 유지해 좋은 학교와 좋은 직장을 얻는 도구만으로 학교와 선생님을 대하는 아이들이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서 만남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학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도 내 마음이 어떤지 생각해 보았다. 온전한 나, 가족과 함께일 때의 나, 교회 안에서의 나, 마을 안에서의 나, 각종 단체 안에서의 나의 마음은 모두 다르다. 즐거운 나도 있고, 부담스런 나도 있고, 뿌듯한 나도 있다. 좋은 마음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언짢은 마음은 관계 속에서 무리 없이 해결되기를 바라며 종합해보는 오늘 나의 마음은 평온하다. 또 나와 자주 만나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떤지 꼭 살펴볼 것을 다짐하며 이 책을 만만 내 마음은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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