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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전쟁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0
서석영 지음, 이시정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무심코 길을 걷다가 들려오는 욕설에 어느 집 아이의 입이 저리도 거칠까 혀를 끌끌 차며 도대체 어찌 생겨먹은 아인가 싶어 보았더니 자신의 딸이어서 하늘이 노랗게 보이더라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집에서는 단 한 번도 욕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내 자식은 요즘 아이들과 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듯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오래 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막내 동생 역시 집에서는 늘 순한 양이었기에 몰랐는데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사용하는 언어는 마치 외국어인양 욕설이 가득해 가슴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해보았기에 그 마음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그냥, 모두가 사용하니까 생각 없이, 욕을 안 하면 왕따 당하니까, 아이들 무리에 낄 수가 없기 때문... 등등의 이유로 오히려 욕설 사용을 묵인해주는 사회 분위기에 갑갑증이 일고, 거리, 버스와 지하철 내, 음식점, 극장 등 어딜 가나 귀를 파고드는 욕설에 피곤키까지 하다.
때때로 창피 당할 각오를 하고 욕의 어원을 말해주면서 자신의 입을 시궁창으로 만들지 말라는 당부를 하기도 하는데, 항상 이렇게 신경을 곤두세우고는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꾹꾹 눌러 참는 게 참 힘들다.
아마도 김판돌 선생님이 ‘욕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유가 나와 같은 이유 때문이었을 거다. 경쟁하듯 무리를 지어 욕을 하고, 제재를 가하는 선생님을 속이면서까지 욕을 하려고 드는 아이들을 보며 난감하고 어이없는 마음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욕이 아이들의 일상용어의 대부분을 차지했는가에 대해서는 아이들 부모의 언어습관을 예로 들었는데,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이들의 모범이 되어야할 어른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방임했던 부분이 크다는 것에는 공감이 간다.
욕은 사소한 말싸움도 크게 만들고, 욕의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귀를 막지 않는 한 들려오는 소리에 기분이 나빠지며, 더 나아가 우리말과 문화의 수준마저 떨어트리고 만다. 단순하게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지 말고 어른이 먼저 각성하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욕설을 금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고 어른이고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데 바른 언어를 사용해 대화하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 책 ‘욕 전쟁’이 그 시작을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