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중국현대사 - 반우파 투쟁과 중국 지식인의 내면의 역사
장이허 지음, 박주은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중국현대사에 대한 독서 목적에서 도서관에서 빌린 여러 책들 가운데 하나. 빌린 책들 중 천안문 외에 이 책을 읽었다. 반납일이 넘겨 도서관에 바로 직행할 수도 있었으나 잠깐 볼까 펴든 게 끝까지 읽게 됐다. 이 책을 만나서 운이 좋다.


중국 모택동 시기에 부정적인 것도 있지만 배울 것도 있다느니 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은데 일견 나름 균형잡혀 보이지만.. 대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반우파투쟁이나 문화대혁명 같은 것들을 보고 어떻게 그리 말할 수 있는지 사실 좀 불만 어린 생각이다.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게 훨씬 더 크지 않은가?


이런 책이 좋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 나열한 게 아니라 인물들의 말과 행동 속에 자연스럽게 그 시대와 그 시대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책.


책을 덮고 나서도 저자의 서문을 다시 읽어 본다.


'내가 속한 세대는 살면서 천국과 지옥을 모두 겪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살아갈 이유와 힘을 찾고 싶었다..펜을 들어 글을 쓰는 순간, 나는 비로소 언어의 무용함과 문자의 무력함을 깨달았다. 언어도 문자도 한 사람의 가슴 깊이 자리한 사랑과 기쁨과 고통과 원한을 다 담아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펜을 들어보아도 솟아오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그럼에도 충분히 슬퍼할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감사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도한 이렇게 삶을 정직하고 양심있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남긴 기록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진실한' 역사가 무엇인지 알고 시대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으리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은 스량, 추안핑, 장보쥐, 캉퉁비(그 딸 뤄이펑), 녜간누, 뤄룽지, 그리고 장보쥔(저자 아버지)와 주변인들의 이야기다. 반우파투쟁 시기에 시대의 언저리에서 시대의 고통을 정면으로 받으면서도 삶과 자신에 대한 고결하고 정직한 태도를 잃지 않았던 사람들.


다른 역사 책에서 주로 장제스로 대표되는 국민당과 마오쩌둥의 공산당과 연관된 영웅들과 시대 이야기를 들었었다. 이 책은 주로 그 시대 민주당파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 이 곳에 중국의 위인들이 또 한 무더기 숨어있을 줄이야..


이 책에 나오는 인물과 삶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나도 모르게 고양된다. 이익과 험한 세태 속에서 비굴한 것이 인간이지만 또한 고상하고 품격을 지킬 줄 아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그리고 그 품격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신념(추안핑), 아름다운 사람을 사랑하고 그들의 슬픔을 내 슬픔처럼 여기는 마음(장보쥔, 리젠싱, 캉퉁비 모녀), 배반을 일삼는 삶과 명성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초연함(장보쥐, 녜간누)이 필요한 것과 같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표현하고 느낄 수 있는 언어와 교양까지 갖추고 있으면 더할 게 없을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