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스테인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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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수많은 오점을 떠안고 살아간다. '완벽주의자'란 말은 있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다.
겉으론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무언가 '오점'을 떠안고 살아간다. 그런 인간들이 모여 가정을 만들고 사회를 만드니, 인간은 정말 제목처럼 얼룩진 오점 덩어리다.

# 클린턴& 콜먼

처음 도입부에서 정말 주의를 끌었던 것은 클린턴의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평가받지만, 개인적인 사생활 문제로 자신의 정치인생에 '탄핵'이라는 오점을 찍어야 했던 핸섬한 미국의 전 대통령.

그리고 콜먼은 자신이 내뱉은 "spooks' 단어 하나 때문에 인종차별을 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면서, 아내를 잃고, 자신이 활성화를 시키고 자신이 학장으로 있던 아테나 대학을 떠나야만 했던 인물.

-자신이 지니고 있는 현실 도피적 성향의 심각성에 대한 자각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p41

두 인물은 너무나 흡사하게 닮은 면이 있었다.
사실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졌을 때, 양분적으로 생각을 할 수 있다.
"미쳤군, 대통령이..." 혹은 "그래도 대통령 직무는 잘하잖아,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뭐 내가 알게 뭐야!" 겠지만....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정치인, 사회적 유명인, 연예인... 그들에게 스캔들이 터졌을 때, 우리의 모습은..당신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 해부 해보는거야! 개구리 해부 안해봤어?

개구리 해부 하듯이, 조근조근 파해친다. 어느정도 위치에 있는 인간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것은 그 위치에 오르지 못한 자들의 오만인 것인가?

"개구리 해부 안해봤어? 배만 가르면 뭐해! 내장도 꺼내보고 안을 속속들이 파해치라구!"

필립 로스의 글들이 우리 가슴에 조용히 다가와서 속삭인다. 과연 우리는 그 안을 속속들이 파해치고 해부할 권리가 있는가?
그렇게 왜치고 있는 당신은 완벽한가?
당신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당신보다 낳은 사람에게 완벽을 요구하는가? ................ 그것이............과연 그리고 정말.. 옳은 일인가.......


# 사랑, 그리고 시선

콜먼의 로맨스. 그는 자신과 반대인 여성과 연애를 한다.
포니아 팔리-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부모의 이혼을 겪고 양아버지의 변태적 성향과 성폭행을 피해 차라리 '무식이 상팔자'라는 세계로 뛰어든 여인.

학장까지 한 지식인 부류에 속하는 노인께서.. 일자무식(이런 표현 써서 미안해요 포니아양) 30대 여인과 연애질이나 한다. 거 참!!!! 

그래도 어쨋든 사랑이라하니, 거 참.. .보기 않좋다 싶은데, 그렇다고 무조건 욕하기도 어려운 그들의 연애질이다.

-콜먼, 난 당신을 알아요, 콜먼. 당신은 그 문들을 닫지 않고 있어요. 당신은 여전히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당신 그거 알아요? 나는 당신보다 더 늙은 남자가 필요해요. 마음속에서 사랑이니 뭐니 하는 헛소리를 완전히 몰아낸 사람 말이예요- 2권 p56

오호!!! 물질만능주의 사회에 삼십대 여성이 돈많은 늙은 남자를 찾아 부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스토리는 너무 진부한지도) 세상만사 다 겪은 여인이 나이든 남자와 연애를 하면서 더 늙은 남자를 찾으며 '사랑 따위!'를 외친다.

하긴, 요즘 세상에 사랑을 위해 목숨 거는 사람 주변에서 봤는가? 봤다면 당신은 로또 당첨자 만큼의 행운아일지도 모른다.

"요즘같은 물질만능주의 사회... 돈이면 다 되는 사회에서 사랑? 흥! 클린턴과 스캔들로 돈방석에 앉은 르윈스키 언니 봤잖아요~ 사랑에 목숨을 거는 바보.. 누가 아는 사람 있어요?" 포니아양께서 조용히 우리에게 속삭여 준다.

진실은...... 외면하지만 않으면 언제나 눈 앞에서 어른거린다고.


# 사람사는 세상, 그리고 오점 따위!

사람사는 세상, 아름답고 환타지에서 나오는 세상 같진 않아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충분히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결국 이야기가 이야기가 되는 것이니까.

"난 당신같은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를 쓰오." 내가 말했다.
"정말인가요?"
"그럼, 당신 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겪는 문제들에 관해서 말일세."
"선생님이 쓴 그런 책들 가운데 제목을 하나 들면요?"
"휴먼 스테인"
- 2권 p276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수많은 우정, 사랑, 추억, 상처, 그리고 오만과 오점까지... 우리는 수없이 솔직하게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삶은 어쩌면 이야기다. 삶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주는지, 우리가 삶을 이야기 하는지는 사실 아직까지 잘 모르겠지만,
휴먼 스테인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얼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이야기의 연속성에서 우리는 이미 답을 알면서도 눈가리고 아웅하고 있지는 않는 것일까... 오점을 가리고 싶어서 열심히 회색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응? 아니야~"라고 부정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 오점 따위.. 인정해버리고 사는거야! 그냥- 

우리는 오점을 가진 인간이다. 그걸 어찌 부정하고 살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란 존재는 더욱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수많은 사회적 오류 속에서도 계속 delete를 누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우리가 서로를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에이~야! 협주곡 연주하다가 삑사리 한번 내면 어때~ 누가 알아? 알면 또 어때? 그게 인생이야! 욕해보라 그래! 지는 평생 연주하면서 삑사리 한번 안낼 줄 알아? 그런걸 보고 오만이라고 하지- 그래서 말인데.. 우리의 소크라테스 선생께서는 '니 꼬라지를 알고 살아라(너 자신을 알라).' 그러셨어. 이게 인생에 정답이라니까 정말..!"

그렇다. 삶은... 언제나 내 뜻대로 되지 않고 가끔은 빗나가고 어긋나지만, 그 빗나가고 어긋나는 오점조차 아름답게 보이는 그런 때도 있다고.. 그래서 우리는 인간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 오점을 사랑하며 떠안고 살아가자고.. 어쩌면 그 말이 너무나도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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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금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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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성의 집결을 관측한 기록을 보고 동국이 이미 큰 나라를 이루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교수가 죽었다. 죽을 이유도 없고 죽어야 할 이유도 없고 동기도 없으며 죽은 이유도 모른다. 아무튼 여교수가 죽었다. 경찰은 속수무책이고 그냥 자살 정도로 넘기기로 한다. 여기서 정의의 경찰 한분이 끊임없이 의심을 던진다. ‘왜?’

죽은 자가 남긴 다섯 개의 별자리, 실종자가 남긴 한 통의 메일 ETER의 물리학자 이정서는 귀국 후, 옛 친구의 자살소식을 접한다. 미진은 사서삼경에 목매달아 죽었고 은원은 실종 상태다. 사건의 미궁 한가운데에 대韓민국이 있다.
우리나라의 한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한국인으로 살면서 우리는 이 물음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 조금 배웠다는 사람은 삼한이라고 대답하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이 삼한이 또 어디서 왔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삼한은 한(韓)이라는 웅혼한 뿌리를 가지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의 친구가 등장한다. 구세주이다. 정확히 말해서 주인공이다. 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엘리트’ 나라에 속해 있는 능력있는 일꾼일뿐더러 더 놀랍게도 언어에 능통하다. 결국 그는 친구가 자살을 절대 하지 않을거라는, 자기가 잘 아는 친구는 절대 자살을 하지 않을거라는 그런 동기 따위는 없다고 확신을 하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역시 엘리트답다. 그의 이름은 이정서.

한은원. 또다른 친구. 그녀는 사건의 ‘키’이다. 그런데 그녀 또한 사라져 버렸다. 일본으로 출국한다던 사람이 일본에서 실종이다. 그녀는 과연 어디로 갔을까?
그녀를 찾아 중국까지 가게된 정서. 거기서 의도치 않게 휘말리는 역사. 한은원이 남겨준 메모 하나로 찾고 또 찾고 그리고 기나긴 여행을 하게 되는, 엘리트 정서군.
결국 은원을 찾아 단 한번의 망설임이나 지체함 혹은 엇갈림도 없이 잘 따라가는 정서군을 보면 정말 엘리트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정서가 한은원이 남긴 단서를 들고 중국에 홀홀단신 들어가 여기저기를 들르면서 그것도 사건이 너무 자연스럽게 풀려 나가는 우연을 보면서 우연에 우연이 너무도 많이 난발된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엘리트니까 하고 웃어 줄 수 있었다.

여기서 나오는 중국 당국의 역사서에 대한 행동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었다. 사실 자기에게 불리한 역사는 그 어느 누구도 밝히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군들이 광개토대왕비를 뭉그러 뜨려 놓은 것이나 거기에 대한 연구를 가지고 아직도 말이 많은 것은 역사의 현실성보다는 자기 유리한 쪽으로 만들고자 하는 서로의 입장 차이일 것이다. 여기서 중국 또한 빠질 수 없는 관계 아닌가..

사실, 읽으면서 느낀 일이지만, 여권 도용으로 후배가 대신 여행을 갔다는 설정등 종종 나오는 좀 어설픔을 남기는 설정들에 피식 웃기는 했었다. 소설의 설정 한계는 언제나 있는 것이니까..

사실, 김진명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역사에 관심이 많으며 그만큼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렇지만 그렇다고해도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는 어디까지 인 것일까?

사실, 가끔 그의 글을 읽다보면 진실이었으면 하는 부분이 없지않아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그의 그들이니까. 그만큼 우리의 역사를 날카롭게 꼬집는 그의 글들이니까.

최근 역사가 아닌 대한민국의 한(韓)의 근원을 밝히는 데서 출발한다는 데서 예전 어렴풋이 기억나는 한단고기 등이 떠오른다. 잘 알다시피 한단고기(桓檀古記)는 위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어쨌든 결론은 고조선 이전에 한이라는 나라가 있었으며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시발이라는 것이다.한이 멸망하고 한의 후세가 한반도로 넘어와 마한, 변한, 진한 삼한을 건국했다는 것이다.또한 작가는 지구를 돌고 있는 5개 행성이 일렬로 늘어선 기록(오성취루)과 바닷물이 3척(흔히 우리가 아는 척=30㎝이 아닌 그 당시 단위)이나 빠졌다(남해조수퇴삼척)는 기록을 남길 정도로 문명국가를 이뤘다는 것을 주지시켰다. 또한 韓의 기원을 누구나 다 알 법한 ‘시경’과 ‘잠부론’을 통해 증명, 보편·타당성을 갖춘 것으로 풀어나갔다.
단군세기를 참조했다는 작가의 말도 있다. 과거 각종 역사책들이 기록된 시대로 돌아가지 않은 이상 위서·진서의 진실은 영원한 논란거리일 수 밖에 없다.

김진명 작가는 이 소설에서 1948년 제헌의회에서 제정된 국호 대한민국(大韓民國)의 유래를 추적하면 또 하나의 대한민국(1919년, 임시정부)과 대한제국(1897년, 고종황제)이 등장한다. 대한제국(大韓帝國)에서 '제(帝)'를 '민(民)'으로 바꾼 것이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고종은 왜 국명을 조선(朝鮮)에서 한국(韓國)으로 바꿨을까? 물론 사료에는 "삼한(三韓)을 잇는다"(고종실록)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김진명 작가는 여기서 커다란 모순을 발견했다고 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무지하고, 무관심하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현대 사람들은 과거 일본인이 위안부에 문제로 사과하는 문제나 역사 교과서 문제보다 방송인들의 한마디에 더 열광하고 광분하고 관심을 갖는다. 역사는 그저 흘러간, 지나가버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관심거리는 되지 않는 ‘과거’일 뿐이다. 이런 사실이 매우 유감스럽다.
이런 역사적 무관심 가운데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누구보다 꿋꿋이 역사소설로 그것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너무 허구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날카롭게 꼬집어 주고 싶다. 당신도 그만큼 공부를 했냐고! 사실 허구성이 들어간게 소설 아니냐고! 진실만 말하자면 그건 역사서라고! 그리고 역사서도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지는 않는다고! 단지 그것이 허구일지라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 할 지라도. “그래도 그런 꿈을 한번은 꿔 봤어. 꿈꾼 것 정도는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잖아.그래도 되는 거잖아.”라고 말하는 그의 그들이 나는 좋다. 김진명의 ‘천년의 금서’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 분명 그만의 매력이 발산되는 글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그로부터 천 년 후, 이들의 자손이 주를 찾았으니 그 내력이 중화에 못지않으리라. 놀라운 일이로다. 놀라운 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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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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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에 대해 우선 사전지식이 없었다-  노벨 문학상 작가라는데! 사실 우리는 노벨 문학상에 딱히 큰 관심을 가지고 살지 않는가보다 싶었다. 그래도 '애너벨 리'를 읽기전에 조금 먼저 알아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건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노벨상을 받은 그에 대해 조금 궁금졌다. 

오에 겐자부로는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일본어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깨뜨리는 듯한 거칠면서도 단조로운 문체로 일본 전후세대의 반항을 간결하게 묘사해냈다.

1954년 도쿄대학 프랑스 문학과에 입학해 1959년에 졸업했으며, 재학시절 문필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여 미시마 유키오 이래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신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1960년에는 중국 베이징[北京]에 가서 일본 젊은 작가의 대표로 마오쩌둥을 만나기도 했는데,  이것이 나중에 그가 정치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다.그 후, 오에는 차츰 신좌익 정치사상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그는 1994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행한 '애매한 일본과 나'라는 제목의 노벨상 수상소감 연설에서 "일본이 특히 아시아인들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쟁중의 잔학행위를 책임져야 하며 위험스럽고 기괴한 국가의 출현을 막기 위해 평화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람 자체를 놓고 봤을 때, 특히 아시아인에 대한 발언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피해 의식을 떠나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잘못은 떳떳하게 사과하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동물과 다른 인격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한 길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름다운 애너벨리 싸늘하게 죽다'는 우선 제목부터 관심을 끌었다. 아름다운 그녀가 도대체 어떻게 죽었다는거야? 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펼치고 읽는데, 그의 애너벨 리는 포의 시와도 많은 연관이 있음을 알았다. 과거 회상 형식으로 쓰여졌는데,  쉽다고 쓱쓱 잘 읽힌다는 일반적으로 내가 접했던 일본 소설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뭔가 흐름이 쓱쓱 나가지 않는 느낌과, 이야기의 요점이 그렇게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문체 자체가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듯이 흘러가지 않아 술술 흘러가지 않는데도.. 그래도 뭔가 자꾸 읽고 싶게 만드는 그리고 그 문체의 매력에 빠지게 만드는 그래서 계속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책 자체는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읽다보면 진도가 은근히 멈춰서는 듯한 느낌을.. 그리고 조용히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글이었다.

 '에너벨 리'는 오로지 소설 쓰기만 한 작가의 '문학'에 비치는 오마주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고모리라는 사람이 종체적인 지휘를 담당하고 겐자부로가 시나리오를 쓰고 사쿠라가 여주인공을 맡기로 한 'M기획'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자신만이 의식하지 못한 부분이 적나라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애너벨 리는 미국인에게 성적인 희롱을 당한 한 아름다운 소녀의 이야기로 보인다. 또 희롱으로 인해 괴로움을 당한 여성들의 恨 같은 것...이 느껴진다. 표면적으론 한 여자의 성적 노예 이야기 갔지만 안에는 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이야기들이 곁들여져 있다. 결국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영화는 좌절되었지만, 다행히도 '미하엘 콜히스의 운명'이 일본에서 재구성 되면서 사쿠라씨는 자신의 상처를 조금은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사실 위안부 할머니 문제등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역사를 볼  때,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상처가 단지 한나라에 국한되는 단지 한여자에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글을 읽다보니, 우리나라 김지하 시인 석방 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던 그라서 그런지, 왠지 이런 글들을 단지 '상상속에 어떤'으로 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올바른 역사 의식이나 사회 비판 문제의식을 정확히 가지고 있던 진보적인 작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오에 겐자부로의 등단 50주년 기념으로 쓰인 작품인만큼, 단순한 소설이 아닌, 작품안에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속속들이 엿볼 수 있다.  

오랜만에 재회에서 
"what! are you here?"
"뭐야, 자네는 이런 곳에 있었나....라는 건가?"
"바로 그 대사가 되돌아 올 줄 알고서 한번 말해 본거야."
"여전하군. 여러가지 의미에서 말이야. 이게 몇 년 만이지?"
"30년 만이군." -p191-192

재회에서 만난 그들은, 인생은 결국 '지금 여기'가 아닌 '아직 여기'임을.. 시간이 지나도 결국 서로의 기억 속에 맴돌고 있음을 이야기 해준다. 비록 '지금 여기'를 살고 있지만 우리는 과거의 기억들과 더불어 '아직 여기'를 살고 있는 것이다.

고모리는 '사랑은 그저 한편의 영화일 뿐'이라고 한다. 작가에게 어쩌면 '인생은 한편의 소설일 뿐.' 이겠지만, 고모리를 통해 애너벨 리를 통해 보여준 작가의 이야기는 짧지만 굵었고 한편으론 인생은 어쩌면 아름다움과 고통,  삶과 괴로움이란 쳇바퀴로 얽히고 설켜서 계속 맞물려 돌고 있음을 말해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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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바이올린
조셉 젤리네크 지음, 고인경 옮김 / 세계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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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 연주자 아네 라라사발.
그녀가 의문에 죽음을 맞이했다
자연사도 아닌 살인!

그리고 그녀의 가슴팍에는 아랍어가 씌여있다.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짓일까?

그러나, 그녀의 죽음은 죽의 전설인 그녀가 가지고 있는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로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파다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이었다는 걸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안네는 굳건히 믿고 있었고, 소설에서는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이 바이올린 소유자들은 모두 죽임을 당한다.

사실, 결론을 보면 안네의 병(다발성 경화증) 때문에 생긴 범죄였고,
주동자는 그녀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물론 살인은 이 사람이 하지 않았다)
아무튼, 소설 속에서 이 바이올린과 접촉한 사람은 모두 죽음을 맞는다.

사건을 해결하는 페르모도 경위와 음악을 하는 그의 아들 그레고리오.
결국 이 사건을 푸는 열쇠를 마련하는 13살에 엄마를 잃은 슬픔을 간직한 기특한 소년이다.

문득 궁금해서
그레고리오를 찾아봤는데,
그레고리오는 그리스어로 '게오르기오스' 그레고리오는 이탈리아어이고 독일어로는 이 이름을 말하면 살인자와 같은 이름이 되는 것은 작가의 의도 였을까..하는 재미있는 생각을 혼자 해본다.

결국,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 사건을 해결하는 페르모도 경위.
종종 보여지는 러브 스토리로 긴장감을 다소 완화시키는 센스도 볼 수 있다.

결국,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마지막에 다시 스트라디바리우스 소유주는 의문에 사고사를 당하면서 작가는 마지막까지 바이올린의 저주를 쉽게 풀어주지 않는다.

파가니니의 종부성사 내용에서 파가니니의 손가락 묘사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파가니니가 카파렐리 사제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머리칼이 쭈뼛 설 정도의 눈길로 응시했던 것이다. 그리고는 사악하고 잔인한, 예상 밖의 미소를 씨익 던졌다..... 찰나의 순간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의 거대한 왼손이 족쇄처럼 사제의 손목을 감쌌다. -p330


책 중간중간에 있는 묘사들이 재미를 더하는 그런 클래식 음악과 추리 소설의 묘한 결합이 있는 책이다. 이 책에 들어있는 CD는 책을 읽는 내내 책에 재미를 더하는 작용을 해 주었다.
아무튼, 요즘 음악과 추리소설의 결합인 소설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일석이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참 괜찮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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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의 입학식 - 조선의 국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키워드 한국문화 4
김문식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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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도 입학식을 한다고?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는 사실 정말 매력적인 시리즈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도 역사를 등한시 여기고, 세계사란 과목은 거의 사라져가는 요즘
고전으로 향하는 이 시리즈는 내 눈을 충분히 확- 끌만 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말이 있듯이, 우리 선조들부터 '교육'을 대단히
중요시 했다.
왕세자님까지 이정도이니 그 열풍이 나름 대단했으리란 짐작은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교육 열풍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조선의 국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거야?
원래 입학식은 어디서 유래한거야?


아니 뭐.. 왕과 왕비의 아들로 태어나면 되지..라는 대답이 당연하겠지만,
외아들이면 쉽겠지만- 이게 또 여러모로 경쟁이 있는 나름의 경쟁 사회가 아닌가..


결론적으로
입학식이란 제도에 유래는 유교 경전인 '예기'에 기록이 나타나지만, 중국에서는 양나라와 당나라를 제외하면 시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즉 당나라 이후에 중국에서 입학식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조선시대에 왕세자들의 성균관 입학식이 성행했는데,
이는 사실 중국에서 먼저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실천한 것은 조선이었다. 조선은 유고식 전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조선의 현실에 맞게 이를 조정했으며, 자신들이 유교식 전례를 제대로 실천한다는 것에 대해 문화적 자부심을 느꼈다고 한다. 따라서 왕세자의 입학식은 조선시대의 특징적인 국가 전례이자 교육 목적을 가진 왕실 행사였다고 한다.


조선에선 계속 입학식이 거행된거야?

결론을 말하면 YES다. 입학하는 나이는 8세와 13세라는 논란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이 두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계속되던 조선의 입학례는 16세기 말, 임진왜란이 일어난 후에 관련 책들이 많이 소실되어 선조는 입학례 정비에 많은 관심을 두었다고 한다. 선조는 '국조오례의'의 규정을 입각해서 다시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광해군 대가 되면서 입학례는 다시 정상적으로 거행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1910년 대한제국이 멸망하면서 입학례는 사라지게 되었다. 신식학교가 세워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입학식의 예(禮)

왕세자는 스승에게 예(禮)를 올린다.
사실 왕세자는 다음 왕인데 스승에게 예를 올린다.. 그것도 스승 앞에서 바닥에서 엎드려서 공부해야 한다.
이는 필자도 인상적이었다고 적었지만 나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키워드 속 키워드 다섯가지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기도 하다.
내용인 즉, 인조는 이가 불편하다 생각되어, 개정할 것을 건의 했지만, 인조의 명령을 받은 예조는 이를 반대했다고. 스승과 제자 사이에 동등함은 예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었고, 왕세자의 책상 만들기는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고 왕도 더이상은 이야기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동방예의지국' 조선왕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화폭속의 입학식

책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 화폭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궁궐을 나서는 출궁도
공자님께 술잔을 올리는 작헌도
왕세자와 스승사이를 왕복하는 왕복도
스승에게 예물을 드리는 수폐도
스승에게 교육을 받는 입학도
입학식을 마치는 수하도 까지...
확폭속을 거닐며 왕세자의 입학식에 눈으로 함께 참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뭘로 공부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된 책은 소학이라고 한다.
조선은 건국과 더불어 유교를 강조했는데, 기본적인 교재로서 소학을 매우 중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인조대에 입학교제가 대대적으로 바뀌었는데,
소학에서 대학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유인 즉, 왕세자의 책봉식이 늦어진 관계라고 한다.


왕세자도 시험봐?

결론적으로 말해 YES!

회강은 매월 2일과 16일에 있는데,시강원의 관리가 대부분 참석한 가운데 왕세자가 그 동안 배운 내용을 평가 받았다고 한다. 거 참, 왕세자도 편하게 살 날이 없었구나 싶다.

그래도 국왕과 왕비의 생일, 일식과 월식이 있을 때등은 휴강을 했다고 하니, 휴강의 재미도 쏠쏠히 알고 있는 왕세자다 ^^

왕세자도 수업을 받는 동안은 한사람의 유생에 불과했다.
유교를 중시한 조선시대 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스승을 높였으며 (이것도 유교에서 중요시 하는 내용) 소학과 대학같은
유교에서 중시하는 것들을 공부했다. 
 



소학이란 책은 바로 대학의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기본이 된다는 믿음 아래, 조선의 왕세자들의 교육이 여기에 입각해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왕세자의 입학식이 단 한명의 왕세자만을 위한 입학식이 성대했음은,
그리고 공자에게 술잔을 올리고 왕세자가 낮은 자세로 스승 앞에 공부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는 왕세자의 입학식이 가진 의미는
나름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백성들에게 '보여주기' 파급 효과!!!


나라를 다스리는데 있어서 국왕도 중요하지만, 왕세자 때부터의 이미지 관리도 중요한 것 같다. 오랜 존경과 사랑을 받기 위해, 유교정신을 내세운 조선에서 택한 왕세자의 교육 방법!


나름 의미가 있고 아주 유용한 그리고 이미 지나간 세대를 읽는 우리에게는 재미와 역사의 교훈을 주는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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