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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스테인 1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수많은 오점을 떠안고 살아간다. '완벽주의자'란 말은 있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다.
겉으론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무언가 '오점'을 떠안고 살아간다. 그런 인간들이 모여 가정을 만들고 사회를 만드니, 인간은 정말 제목처럼 얼룩진 오점 덩어리다.
# 클린턴& 콜먼
처음 도입부에서 정말 주의를 끌었던 것은 클린턴의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평가받지만, 개인적인 사생활 문제로 자신의 정치인생에 '탄핵'이라는 오점을 찍어야 했던 핸섬한 미국의 전 대통령.
그리고 콜먼은 자신이 내뱉은 "spooks' 단어 하나 때문에 인종차별을 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면서, 아내를 잃고, 자신이 활성화를 시키고 자신이 학장으로 있던 아테나 대학을 떠나야만 했던 인물.
-자신이 지니고 있는 현실 도피적 성향의 심각성에 대한 자각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p41
두 인물은 너무나 흡사하게 닮은 면이 있었다.
사실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졌을 때, 양분적으로 생각을 할 수 있다.
"미쳤군, 대통령이..." 혹은 "그래도 대통령 직무는 잘하잖아,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뭐 내가 알게 뭐야!" 겠지만....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정치인, 사회적 유명인, 연예인... 그들에게 스캔들이 터졌을 때, 우리의 모습은..당신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 해부 해보는거야! 개구리 해부 안해봤어?
개구리 해부 하듯이, 조근조근 파해친다. 어느정도 위치에 있는 인간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것은 그 위치에 오르지 못한 자들의 오만인 것인가?
"개구리 해부 안해봤어? 배만 가르면 뭐해! 내장도 꺼내보고 안을 속속들이 파해치라구!"
필립 로스의 글들이 우리 가슴에 조용히 다가와서 속삭인다. 과연 우리는 그 안을 속속들이 파해치고 해부할 권리가 있는가?
그렇게 왜치고 있는 당신은 완벽한가?
당신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당신보다 낳은 사람에게 완벽을 요구하는가? ................ 그것이............과연 그리고 정말.. 옳은 일인가.......
# 사랑, 그리고 시선
콜먼의 로맨스. 그는 자신과 반대인 여성과 연애를 한다.
포니아 팔리-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부모의 이혼을 겪고 양아버지의 변태적 성향과 성폭행을 피해 차라리 '무식이 상팔자'라는 세계로 뛰어든 여인.
학장까지 한 지식인 부류에 속하는 노인께서.. 일자무식(이런 표현 써서 미안해요 포니아양) 30대 여인과 연애질이나 한다. 거 참!!!!
그래도 어쨋든 사랑이라하니, 거 참.. .보기 않좋다 싶은데, 그렇다고 무조건 욕하기도 어려운 그들의 연애질이다.
-콜먼, 난 당신을 알아요, 콜먼. 당신은 그 문들을 닫지 않고 있어요. 당신은 여전히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당신 그거 알아요? 나는 당신보다 더 늙은 남자가 필요해요. 마음속에서 사랑이니 뭐니 하는 헛소리를 완전히 몰아낸 사람 말이예요- 2권 p56
오호!!! 물질만능주의 사회에 삼십대 여성이 돈많은 늙은 남자를 찾아 부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스토리는 너무 진부한지도) 세상만사 다 겪은 여인이 나이든 남자와 연애를 하면서 더 늙은 남자를 찾으며 '사랑 따위!'를 외친다.
하긴, 요즘 세상에 사랑을 위해 목숨 거는 사람 주변에서 봤는가? 봤다면 당신은 로또 당첨자 만큼의 행운아일지도 모른다.
"요즘같은 물질만능주의 사회... 돈이면 다 되는 사회에서 사랑? 흥! 클린턴과 스캔들로 돈방석에 앉은 르윈스키 언니 봤잖아요~ 사랑에 목숨을 거는 바보.. 누가 아는 사람 있어요?" 포니아양께서 조용히 우리에게 속삭여 준다.
진실은...... 외면하지만 않으면 언제나 눈 앞에서 어른거린다고.
# 사람사는 세상, 그리고 오점 따위!
사람사는 세상, 아름답고 환타지에서 나오는 세상 같진 않아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충분히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결국 이야기가 이야기가 되는 것이니까.
"난 당신같은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를 쓰오." 내가 말했다.
"정말인가요?"
"그럼, 당신 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겪는 문제들에 관해서 말일세."
"선생님이 쓴 그런 책들 가운데 제목을 하나 들면요?"
"휴먼 스테인"
- 2권 p276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수많은 우정, 사랑, 추억, 상처, 그리고 오만과 오점까지... 우리는 수없이 솔직하게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삶은 어쩌면 이야기다. 삶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주는지, 우리가 삶을 이야기 하는지는 사실 아직까지 잘 모르겠지만,
휴먼 스테인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얼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이야기의 연속성에서 우리는 이미 답을 알면서도 눈가리고 아웅하고 있지는 않는 것일까... 오점을 가리고 싶어서 열심히 회색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응? 아니야~"라고 부정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 오점 따위.. 인정해버리고 사는거야! 그냥-
우리는 오점을 가진 인간이다. 그걸 어찌 부정하고 살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란 존재는 더욱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수많은 사회적 오류 속에서도 계속 delete를 누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우리가 서로를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에이~야! 협주곡 연주하다가 삑사리 한번 내면 어때~ 누가 알아? 알면 또 어때? 그게 인생이야! 욕해보라 그래! 지는 평생 연주하면서 삑사리 한번 안낼 줄 알아? 그런걸 보고 오만이라고 하지- 그래서 말인데.. 우리의 소크라테스 선생께서는 '니 꼬라지를 알고 살아라(너 자신을 알라).' 그러셨어. 이게 인생에 정답이라니까 정말..!"
그렇다. 삶은... 언제나 내 뜻대로 되지 않고 가끔은 빗나가고 어긋나지만, 그 빗나가고 어긋나는 오점조차 아름답게 보이는 그런 때도 있다고.. 그래서 우리는 인간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 오점을 사랑하며 떠안고 살아가자고.. 어쩌면 그 말이 너무나도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