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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 1089 ㅣ 씨앗읽기
노형진 지음, 김병하 그림 / 바나나북 / 2021년 9월
평점 :
어린시절 친구들이 집열쇠를 잃어버릴까봐 목걸이로 목에 걸고 다니던 때가 있었지요.
저는 집에 계신 어머니덕분에 집열쇠 목걸이는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런 친구들이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도어락으로 집열쇠는 면하게 되었지만 비밀번호 1089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11살 강현준의 이야기입니다.

왜 비밀번호가 1089이냐구요?
십중팔구는 집에 혼자라고요. 아이들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반갑게 맞이해줄 사람이 없이 적막한 집에 혼자 들어가서 간식을 챙겨먹고 밥을 먹고 말입니다.
고모가 아기를 낳아서 고모네집으로 가신 할머니로 인해 혼자있게 된 현준이.
11살은 다 큰 것 같은데 가끔은 아닌 것 같기도 한 애매한 나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애들이죠. 슬픈 사연도 없고 가정도 화목하고 행복한 편이라는 건 알지만 뭔가 2% 부족한 느낌이지요?
혼자 있는 게 쓸쓸하고 속상하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왜 이리 마음이 짠하던지요.
저녁은 치킨 피자 같은 배달음식이거나 삼각김밥.
쓸쓸함보다 진짜 문제는 모듬 과제를 제출하는 날 3주에 걸쳐 완성한 숙제를 놓고 온 것이었죠.
모듬 아이들은 엄마한테 전화해서 갖다 달라고 하라는데 엄마는 회사에 계시는데 얼마나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이었을지.

현준이는 점수도 깎이고 벌로 수업을 마치고 청소까지 하게 됩니다.
점심시간에 숙제를 가져오느라 급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말이죠.
좋은 아파트에 살지만 왜이리 쓸쓸한 걸까. 하는 현준이
마음이 아픕니다. 아마도 공감하는 친구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보고 발에 날개를 단 것 같다고 했다고 인라인스케이트를 날개신발이라고 부르는데요.
아파트에서 십 분 거리 공지천이 새로운 공원으로 변한 곳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봅니다. 바람을 느끼면서 인라인을 타는 시간.
그야말로 힐링타임이죠.
집으로 돌아온 핸드폰을 보니 학원에서는 전화가 와있지만 엄마는 전화를 하지 않았네요.
냉장고는 텅비어 있고 또 배달음식을 시켜야겠군요.
현준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외롭겠다.
냉장고에 간식이라도 있었으면, 차려 먹을 반찬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시리얼을 먹고 학원가려고 했는데 냉장고에는 우유도 없고 엄마 전화가 와서 따지려고 했는데 엄마는 할말만 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화가 나서 하늘 공원으로 향한 현준이는 그곳에서 성우를 만납니다. 성우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동생 성아와 함께였는데 아빠가 일 끝나고 오실 때까지 동생을 봐야해서 학원에 다닐 수가 없다고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성우.
현준이는 자신을 잘 챙겨주지 않는 엄마아빠를 향해 고아원에 가는 게 낫겠다고 말합니다.
얼마나 속상했으면 그랬을까.
엄마가 중요한 자료가 든 유에스비 메모리를 안 가져갔다고 엄마 회사에 갖다주고 아빠와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합니다.

바쁘게 일하시는 엄마의 모습.
잡지 마감일이라서 정신없이 바쁜 엄마.
영화표가 매진되어 영화도 못보게 된 현준이는 아마도 폭발일보직전이겠죠.
갑자기 과학실험이 취소되고 현준이는 하늘공원에 갔다가 성우를 만났는데
성우는 스스럼없이 작년에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의 이야기며 아빠는 집안사정이 어려워서 당분간 일을 많이 하셔야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다들 자신만의 상처와 아픔이 있네요.
성우네 아빠가 오셔서 현준이도 성우네 집에 가서 밥을 같이 먹는 장면이 왜이리 따뜻하게 느껴지는지요.
현준이와 성우가 같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은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고
정말 좋았습니다.
현준이가 선물로 받은 인라인 스케이트를 성우에게 주고 같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이 더없이 보기 좋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정말 중요하죠.
요즘은 다들 맞벌이라서 혼자있는 친구들이 많을 겁니다.
마음이 맞는 진실한 친구와 함께 운동을 한다거나 안전장비를 잘 갖추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탄다거나 스포츠활동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해소와 밝은 마음을 갖는 데 도움이 많이 되겠지요.
자신이 쓸쓸하다고 느꼈던 현준이도 성우를 보면서 다른 친구도 어려움이 있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지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말을 안해서 그렇지 각각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지요.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현준이와 성우 멋진 우정이어가길 응원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느낌을 적은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