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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벽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평점 :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진지함과 책을 잡으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흡입력.
서민들의 뼈아픈 현실을 마주대하니 가슴이 아프다.
조정래 선생님의 작품은 여러 편 읽어보았는데 읽을 때마다 여러 가지에 감탄을 하게 된다.
섬세한 심리묘사라든가 마치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친근하면서도 내 앞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하기 때문에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의 아픔과 슬픔에 마음이 쓰라리다.
이 책은 1970년대에 씌여진 소설 8편이 담겨져 있다.
당시의 상황을 배경으로 씌여진 소설이겠지만 지금 읽어봐도 내 마음에 확 와닿는 것은 요즘같은 시대에도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없진 않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책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소설 '비둘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소설이며 희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돌감방에 갇힌 상황 설정도 특이하고 이런 곳이 실존할까 하는 의문과 함께 간수와 죄수의 관계에 대해 궁금증도 생기고
탈출을 도와준 간수는 결국 자신도 탈출을 한 것인지 다시 돌아간 것인지 궁금해진다.
상징성이 있고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이 너무 빨리 끝나서 아쉬운 면이 있다.
나머지부분은 독자의 상상력에 맡긴 것일까.
소설집에 소설 한 편 한 편이 다 의미하는 바가 있고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있지만 특히 '진화론'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착하고 순박한 인간이 어떻게 해서 엄청난 죄를 지었는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이 소설을 읽다보면 생각하게 된다.
어떤 이유에서든 간에 죄는 죄일 뿐이겠지만 착한 사람을 이렇게 밖에 몰아갈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정래 선생님의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오래 전에 태백산맥을 대략적으로 읽었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다
가슴 아픈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이 배고프고 가난한 우리 시대의 아픔을 담고 있는 점에서
꼭 한 번은 읽어봐야할 소설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