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쏘다, 활 - 일상을 넘어 비범함에 이르는 길
오이겐 헤리겔 지음, 정창호 옮김 / 걷는책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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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쏘다, 활

 우선 이 제목부터가 나를 이끌었다. 제목에 함축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는데 저자가 활쏘기를 배우면서 적은 글임을 알려주는 제목이었다.

궁도의 명인 아와 겐조로부터 독일의 사상가이자 철학자인 오이겐 헤리겔이 활쏘기를 배우면서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을 다룬 책이다.

 

선禪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는다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갈 부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선의 세계에 관심을 갖고 책을 통해 만난 지가 여러 해 되었는데 그렇다고 적극적인 참선을 통해서 배운 것은 아니다.

열심히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스님들의 참선 법문을 들어서 인지 이 책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다.

공감가는 부분이 꽤 많았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본다면 우러나는 맛이 있을 것이다.

 

깨달음의 세계를 배우는데 왜 활쏘기를 통해 배우나 싶기도 하겠으나 모든 무예의 최상의 실력을 갖춘 사람들을 잘 보면 단지 기술만을 익힌 것이 아니라 기술에 걸맞는 의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깨달음에 이를 만한 사상을 갖고 있었기에 기술 습득이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탁구선수 현정화 님의 인터뷰 기사에

"상대방을 보지 않고 공만 보고 뛰다 보면 어느 순간 나와 라켓과 공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 옵니다 "

라는 구절이 있었다는데 (p.21) 이것이야말로 물아일체의 순간이 아니겠는가.

 

선 자체에 대해 무엇인가를 설명하려 결심하는 일은 이미 진지한 반성의 과정을 전제로 한다.

도대체 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마치 못 들었다는 듯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한 위대한 대가의 일화는 선사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어느 선사가 이미 벗어 던진 것 그리고 더 이상 아쉬워하지도 않는 것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을 할 유혹에 빠지겠는가? (p.42)

 

사실 선의 세계를 말로써 설명할 수 있다면 이것이다 저것이다 규정지을 수 있다면

아직 그 세계에 범접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참으로 고마운 일일 것이다.

 

활쏘기를 통해 깨달음의 세계로 가는 과정을 적은 책이 있어서 그나마 이제 한걸음 내딛은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영감과 열정을 일깨워준 책이라니 그도 이 책과 인연이 있었구나

무엇을 하던 어디에 살던 간에 우리모두는 결국 깨달음의 길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한 마디 한 마디 곱씹으며 읽어야할 책

마음을 쏘다, 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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