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있다 샘깊은 오늘고전 13
이경혜 지음, 정정엽 그림, 허균 원작 / 알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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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극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권력을 탐하여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가고 그러고보면 권력 뒤에는 많은 이들의 눈물과 고통이 숨어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모습을 알고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 안위를 지켜야하지 않는가.

 

할말이 있다.

를 통해서 허균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저 홍길동전의 작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인간적인 면모와 허균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유복한 재상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났지만 반역죄인으로 몰려 능지처참을 당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세상을 비판했던 그의 펜끝이 그리도 무서웠던 것일까?
펜 뒤에 무엇을 숨기고자 했기에 그리 급하게 그를 몰아세우고 죽음으로까지 몰아세웠을까?

허균은 형장으로 끌려가면서까지 할말이 있다 고 외쳤다는데 그 할말을 하지 못한 채 처형을 당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허균의 시를 읽어주면서 해설을 해주었기 때문에 다소 어려워보이는 시대적 상황이나 배경을 상세히 알 수 있어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한시를 한글로 번역함에 따라 느낌의 차이는 약간 있을 수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한시를 그대로 옮겼더라면 읽기 어려웠을 텐데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시 한 편 한 편이 깊은 사색에서 나온 것 같고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천천히 곱씹어서 읽어보면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조금은 슬퍼진다.

 

바람에 흩어지니

 

꽃잎 떨어져

바람에 흩어지니

 

어떤 잎은

주렴 위에 올라앉고

 

어떤 잎은

연못을 어지럽히네.

 

누가 알랴

잘되고 못됨은

 

오직 하늘의

처분에 달렸을 뿐

 

바람 신이 일부러

그리한 것이 아니라네. (p.42-43)

 

모든 것이 인연대로 흩어짐을 의미하는 것도 같고 지금의 삶에 순응하는 것도 같지만

언어 뒤에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도 같은 느낌이 든다.

 

잘못된 정치를 비판하는 글을 많이 썼다고 하니 권력자들은 눈의 가시처럼 불편했을 것이다.

임진왜란이 터져 만삭인 아내와 연로하신 어머니와 피난을 가지만 아내는 아기를 낳고 세상을 뜨고 아기 역시 하늘나라로 가고 마는데 허균이 겪어야했던 마음 속의 고통을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명문가의 자제였으면서도 세상에 대한 개혁을 꿈꾸며 세상에 대한 비판을 했던 허균은 비록 위태로운 정치적 상황에서 그 누군가에 모함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는 살아있는 글을 쓴 문필가로 남아있다.

교과서 속에서 홍길동전으로만 배웠던 허균의 시를 만나고 그의 이야기와 사상을 알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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