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서울 산책

오후의 서울 산책 - 오세훈의 마지막 서울 연가!
오세훈 지음, 주명규 사진, 홍시야 그림 / 미디어윌 / 2011년 9월

 

 어릴 적 서울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친구들이 서울에 갔다왔다고 하면 왜 그리 부러웠던지.

왜 나는 서울에 친척이 없는지 친구들은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다녀왔다고 하면 그게 그렇게 좋아보였다.

심지어 서울에서 전학온 친구는 세련되고 지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서울에 살면 무조건 잘살고 문화생활을 누리는 문화인이라고 생각했었다.

대학시절 서울을 다녀오면서 나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지하철 속의 사람들이 잘 꾸미지 않은 평범한 옷을 입고 평범하게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후로 자주 서울에 갈일이 생겨서 이곳저곳을 들를 때마다 서울은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후의 서울 산책을 보니 서울에 갈 곳이 없는 게 아니라 속속들이 서울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오후의 서울 산책은 나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알지 못했던 숨겨진 보석 같은 명소들을 하나하나 소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기 엄마라서 나들이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싶다.

 

어린 시절 한옥에서 살았었는데 그 기억 때문인지 나는 지금도 한옥을 참 좋아한다.

한옥은 느림의 미학이 잘 표현된 집이랄까.

그래서인지 오후의 서울 산책에서 추천해준 나들이 장소 중에서 내가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은 북촌 한옥마을이다.

그곳에 간다면 어쩐지 내마음이 평화로워질 것만 같다.

그저 앞만 보고 내달려온 모든 것들을 다 놓고 또 내려놓을 것만 같다.

시간도 멈춰가는 곳.

내게는 한옥이 그런 의미 같다.

 

다음으로는 사람내음나는 시장에 가야겠다.

나는 어디에 가든 시장에 꼭 간다. 무엇보다도 먹거리 음식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시끌벅적한 그곳이 마음에 든다.

고민이 있을 때면 시장에 간다. 너도 그렇구나 나도 그렇지.

사는 모습이 다 똑같구나. 배우고 또 배운다.

그런 곳이 시장이다.

 

우리 아기가 어서 커서 엄마랑 손잡고 서울 나들이를 갔으면 좋겠다.

이 책에 나와있는 많은 명소들을 다녀와서 차곡차곡 내마음속에 정리해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