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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반야심경 1
혜범 지음 / 문학세계사 / 2021년 5월
평점 :

반야심경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불교행사에서였던 것 같다. 그후에도 반야심경을 접하면서 내용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보지는 못했는데 49재에서 들었던 한글반야심경이 마음에 와닿아 찾아가면서 알아봤던 기억이 난다. 불교의 핵심을 담은 반야심경.
소설 반야심경이라는 책을 보게 된 것도 평소 반야심경에 대해 알고 싶었던 마음으로 인한 것이었으리라.
현재 강원도 원주 송정암에서 수행중이신 혜범스님의 장편소설 반야심경.
이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병상 기록은 실제 체험에서 나온 픽션이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해인스님은 깨어보니 병원이었고 눈이 떠지지 않아 놀라게 된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혼수상태가 왔었고 이제 안정될 거라고 했지만 다발성 골절이고 시각장애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서울역까지 가서 노숙자들과 술을 마시다가 입적하게 된 삼촌스님.삼촌스님은 그렇게 허망하게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노숙자가 준 책을 가지고 있다가 불교 사회주의자로 오해받고 경찰서로 잡혀가게 되는데 구류 15일형을 받고 그후 삼촌의 시신을 찾아 바닷가로 가서 서울로 돌아오다가 빙판, 블랙 아이스로 인해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차가 뒤집히는 바람에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자혜원, 햇살 보육원으로 불리던 어린시절의 기억도 종숙이 누나와의 악연으로 인해 끔찍한 일들이 이어지고 엄마 아빠는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너만 생각하고 살라고 한다. 삼촌인 지효스님 곁으로 가게된 해인스님.
해인스님의 어린시절이 씁쓸한 기억들로 얼룩져있기에 앞으로 좋은 일들이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책을 읽었는데 사바세계라는 곳이 어찌 그리 쉬운 곳이던가.
아빠가 돌아가시고 석달 후에는 엄마까지 돌아가셨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게 되는데 어떻게 살아야하면서 울면서 말하는 해인스님에게 노스님은 이런 말씀을 해주신다.
"나와 네가 다른 건 하나도 읎다. 니나 내나 모두 다 한 나무에 핀 꽃이야. 일중일체 다중일 일중일체 함시방, 모든 문제는 마침내 니캉내캉 하나에 연결되어 있는 기라. 문제는 언제나 너 하나 전체인데 타인과 하나- 너로 참 살고 우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생각은 니를 낳게 하는 것이야. 그러나 너의 속에서 나와 세상을 깨뜨려야 새 세상이 생기는 기라. 그 과정을 수행이라카는 기다. "
(p.156)
해인스님은 6학년 때 성운스님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고 성운 스님은 해인스님에게 북치는 법 , 염불, 목탁 요령 치는 것을 알려주게 된다.
"어떻게 치면 되요?"
"그냥, 치면 돼."
(p.176)
이 부분을 읽는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냥 하는 것이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것 아닌가.
해인스님의 고통은 그야말로 여러가지다. 지혜를 사랑하는 마음도 고통이겠지.
현재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인해서 눈이 보이지 않는 것도 ...
그런데 단순 교통사고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 cctv를 확인해보니 조작을 한 것 같고 여자의 모습이 나오는 화면에서는 이름만 있는 전화번호를 내밀면서 위에서 사건을 종결하라고 했다고 하니 뭔가 심상치 않았다.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소설 반야심경1권을 읽었다. 중간중간 불교의 깊은 가르침을 담은 말씀들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잠시 멈추고 사색에 잠겼다.
이 세상의 고통은 어디서 오는가. 하는 표지의 말씀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느낌을 적은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