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히 - 시인의 사물이 있는 정현종 시선집
정현종 지음 / 문학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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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의 감동이 여전하다.

정현종 시인의 섬


  


  비스듬히 라는 제목으로 정현종 시선집을 만났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집을 펼쳤다.

비스듬히는 정현종 시인이 아끼는 책들의 사진과 저자가 쓴 원고를 함께 싣고 있어서

더 없이 귀한 책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느껴진다.


서 있는 나무의 / 나무 껍질들아/

너희를 보면 나는 / 만져보고 싶어/

손바닥으로 너희를 만지곤 한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너희와 체온이 통하고/


p. 95 나무 껍질을 기리는 노래 중에서


점점 시인은 나무 껍질이 담고 있는 것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녹여내었다.


시냇물 소리, /꽃들의 비밀./그 따뜻함./ 깊은 밤 또한/너희 껍질에 싸여 있다./

천둥도 별빛도/ 돌도 불꽃도


수없이 지나쳐온 나무의 껍질

그것들을 보면서 겨울에는 앙상하게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생각에 잠겨본다.

시인이란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보고

우리가 놓쳐온 소리를 듣는 것 같다.


시 사이 사이에 사진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상 위 시인의 소품

시인이 만년필로 시를 쓰는 모습

시인의 책상 풍경


비스듬히

이 시집을 읽는 것만으로도 시인의 시 뿐 아니라 시인의 생활 등을 알려주는 것 같다.


그 꽃다발 (p.107)

이라는 시에서는 마추픽추 갔다오는 길에 잉카의 소녀가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그 아이의 미소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럴 때 눈은 우주입니다.

그 미소의 보석으로 지구는 빛나고


시인은 꽃다발을 사고는 허공의 심장이 팽창하고 있었습니다.

고 표현했다.

마치 그림으로 이야기를 그려주는 듯한 느낌으로 이 시를 읽었다.


20대에는 서점을 자주 가고 시집도 많이 읽고

외우고 있던 시도 많았는데 점점 시집을 많이 못 읽었다.

사는 일이 바빠서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시집을 마주하니

뭔가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고 내 마음도 시인의 따뜻한 시를 접하면서

고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놀라운 언어의 힘, 시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꾸밈이 없다는 시인 정현종

오랜 친구 김화영 님의 발문을 정독해 보았다.

정현종은 바람이 잘 통하니 복잡할 것이 없다. 단순하다. 투명하다. (p.161)


시에서도 그 맑음이 느껴지는 것 같다.


불쌍하도다(p.25)

에서 시를 썼으면/ 그걸 그냥 땅에 묻어두거나/ 하늘에 묻어둘 일이거늘/

부랴부랴 발표라고 하고 있으니

라는 부분에서 멈짓했다.

시인의 시는 계속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


때로는 맑고 때때로 어두운 세상 속으로

시인의 맑고 투명한 언어가 밝게 빛나게 이 세상을 비추기를

계속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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