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기행 - 어느 인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올레, 돌챙이, 바람의 풍경들
주강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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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주의 소중함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혹독한 자연환경과 역사적 질곡 속에서 묵묵히 일구어온 제주 사람들의 독특한 삶의 방식이 대한민국의 문화적 외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야말로 제주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주의 미래는 이러한 가치를 올바르게 승화시켜서 대한민국 국민, 나아가 세계인들과 소통시켜내느냐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제주사람들은 그러한 제주만의 가치에 무관심하고, 무지하기까지합니다. 우리 사회는 너무나 오랜 세월 모든 것이 중앙집권적인 틀 안에 포섭되어왔습니다. 때문에 교과서에서 배운 신라, 백제, 고구려, 고려, 조선의 역사는 알아도, 자신이 태어난 고향과 뿌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이것은 비단 제주만이 아니라, 서울을 제외한 우리나라 거의 모든 도시들이 공통된 현상일 것입니다.

 

   이 책 역시 제주에서 태어나지도, 자라지도 않은 분이 썼습니다. 하지만 제주사람보다도 더욱 많은 지식과 애정을 가지고, 아주 재미있고 맛스럽게 제주의 역사와 제주사람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의 문화적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금껏 제가 읽어본 제주관련 서적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책 중에 하나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제주사람인 저는 바로 그 점이 고맙고, 한편으로는 부끄럽습니다. 제주인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의 역사를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과 재능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민의 절절한 각성과 노력, 그리고 과감한 문화적 투자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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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 캔자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토마스 프랭크 지음, 김병순 옮김 / 갈라파고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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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초 이래로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어쩌면 인류가 종말을 고할 때까지도 그럴지 모른다. 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이전에 부자들은 부와 권력으로 가진 자들을 억압하고 지배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부자든 빈자든 모두가 똑같은 1표씩을 행사할 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 세계는 가난한 자들의 수가 부자들 보다 수백 배는 많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와 사회가 들어서야 맞을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세계는 소수의 부자들이 다수의 빈자들을 지배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신들을 착취하고 지배하는 부자들을 위해 투표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이 책은 그 물음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한마디로 보수 반동 세력들의 전략적 핵심은 사회적 관심을 경제에서 문화로 돌리는 것이다. 대중들을 문화적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보수 반동 세력은 대중들이 반지성주의 상태, 즉 무지한 상태로 놓여 있기를 바란다. 생각해보라. 사람들이 경제민주화 등에 관심을 가지고 깊이 이해할수록 재벌과 부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내기 어렵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을 문화와 이념 등의 논쟁에 매몰시키게 만든다. 서민들의 고단한 삶과 지역의 피폐함이 경제 구조와 그에 따른 계급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교묘히 감춘 채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 매카시즘과 같은 색깔론, 진화론에 대한 거부, 주류 양조 판매 금지 등과 같은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문화 현상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표는 보수냐 자유주의냐를 떠나서 결국 부자들에게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안겨줄 뿐이다

 

   이러한 보수 반동 세력의 전략이 가장 훌륭하게 먹혀들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의 보수 반동 세력들은 끊임없이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북풍을 공작하고, 진보적 의식을 가진 젊은이들을 종북좌파로 매도하는 분열적 방식으로 자신의 지지 기반을 확보해왔다. 또한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도 망한다는 등의 근거 없는 재벌신화들을 널리 유포하여 많은 국민들을 무조건적인 재벌옹호론자로 만들었다. 그래서 폐지를 주워 생계를 연명하는 수많은 노인들조차도 자신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노동자 후보가 아니라 호의호식하는 부자정당의 후보에게 거리낌 없이 투표하고, 재벌을 비판하는 젊은이들을 고생을 하지 않고 자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풋내기로 취급하며 역정을 내기 다반사인 사회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국민들의 철저한 정치적 각성만이 보수 반동 세력들의 농간을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어떻게 범국민적 정치적 각성을 이루어내느냐 하는 것이 이 시대 진보 세력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위해 투표하는 기괴한 행동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나아가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민주주의가 파괴될 위험을 맞이할 수도 있다. 경악과 분노를 넘어 허탈을 느끼게 만드는 박근혜-최순실게이트에 맞닥뜨려 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 이를 너무도 잔인하게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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