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 - 최악의 시나리오로 내달리는 한국경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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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무니없이 과도한 빚이 작금의 세계경제의 위기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수많은 경제학자가 이를 지적하고 있으며, 저자의 문제의식 역시 여기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 "지난 60년 간 세계 경제는 빚을 통해 빠른 성장을 누려왔다. 특히 경제위기가 올 때마다 세계 각국은 반복적으로 유동성 확대와 경기부양책을 써왔다. 덕분에 경제위기는 넘겼지만, 대신 빚이 누적되는 속도는 더욱 가속화됐다.(22p)"

 

  이런 방식으로 전 세계가 2차 대전 이후 쌓아온 빚더미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로 커졌다. 또한 무분별하게 부채를 동원해 성장을 꾀했던 여러 나라들-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은 이미 국가적 위기를 경험했으며, 경제우등생이라던 일본과 미국도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제 빚을 동력삼아 성장해온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셈이다. 비록 양적완화라는 또 한 번의 거품을 통해 일시적으로 전 세계 경제가 한숨을 돌리고는 있지만 상상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많은 빚 덩어리는 여전히 그대로인 상태이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 전 세계 각국의 공통된 과제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과연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기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매우 박하다. 심지어 "한국 경제의 최대 복병은 바로 정부(286p)"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 정부, 특히 이명박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저질러 놓은 경제 실책은 거의 범죄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는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통해 서민들을 희생시킨 대신 대기업의 배만 불려 주었다. 대기업 위주의 수출 정책은 재벌들의 이윤만 늘렸을 뿐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는 국내 소비를 지탱하는 중산층의 축소를 불러왔으며, 이로 인해 내수시장이 급격하게 정체되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의 2000년 초반처럼 저금리정책을 고수하면서 가계가 빚을 내 소비를 유지하도록 하는 위험한 길을 택했다. 한국 경제의 근본 문제라 할 수 있는 중산층의 소득 정체를 해결하지 않고, 단지 눈에 보이는 내수시장 침체라는 증상만 완화하는 미봉책을 쓴 것이다. 그 결과 2013년 2분기 말 현재 전체 가계 부채는 980조495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까지 늘어났다.(163p)"

 

  또한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부자 감세'라고도 불렸던 대대적인 감세 조치를 단행했다. 법인세율을 살펴보자.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OECD 회원국 중 가장 큰 폭으로 법인세율을 내렸다. 3년 동안 OECD 회원국들은 법인세율을 평균 0.3%p를 낮추는데 그쳤지만, 한국은 그 열 배가 넘는 3.2%p를 내렸다. 이명박 정부는 감세를 하면 세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미국의 공급 중시 경제학를 들먹이며 대대적인 감세를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공급 중시 경제학의 이러한 감세 논리는 이미 여러 연구와 실제 사례를 통해 사망선고를 받은 지 오래다. 실제로 감세하면 세수가 늘 것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헛된 약속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명박 정부 이후 줄어든 세수는 66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들어오는 돈이 대폭 줄었는데도 허리띠를 졸라매기는커녕 4대강 등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을 강행했다. 때문에 국가 채무도 크게 늘어나 2008년 309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2013년 현재 5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대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도 목표대로 시행됐다. 덕분에 15대 재벌의 계열사 수는 2007년 4월부터 2012년 1월까지 70%나 늘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고성장정책이 모두 착실히 수행됐음에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더 낮아졌다.

 

  이렇게 무지하고 무책임한 경제정책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 경제는 파멸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 자명하다. 성장보다는 공정한 분배에 초점을 맞춘 정책적 대전환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고 무너져가는 중산층을 복원해야한다. "인류 역사상 빈부 격차가 큰 나라 가운데 오랫동안 번영을 유지한 나라는 없었다. 중산층이 붕괴하면 결국 소비기반이 무너져 한국 경제의 활력은 급속도로 악화될 것이다. 중산층의 목을 죄는 정책은 결국 우리 한국 경제의 숨통을 막는 것과 같다.(177p)"

 

  이 책은 넓게는 신자유주의, 좁게는 이명박 정부 비판서로 읽힌다. 부채의 대붕괴-이 책의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듯이 저자는 아마도 그 붕괴가 시작되는 해를 2015년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 같다-를 목전에 두고 있는 전 세계의 상황을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에 사로잡힌 주류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벗어나 '복잡계 경제학'이라는 최신 경제이론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새로 들어선 박근혜 정부 역시 공정한 분배보다 친재벌 정책과 수출지향의 정책을 중시하고 있다. 공약으로 내걸었던 경제민주화 정책들 역시 내팽개치고 있다. 그런 연유로 우리 앞에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답답하고 불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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