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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에 꽃수레 할머니가 살아요
리나 레텔리에르 지음, 엄혜숙 옮김 / 다봄 / 2024년 7월
평점 :
<우리 옆집에 꽃수레 할머니가 살아요> 그림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
집 근처 상점 앞에서 과일을 파시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안 보이신다.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한 나와 다르게 아이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은데 책을 통해 아이들이 주변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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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는 노란 바탕에 수레 한가득 꽃을 싣고 어디론가 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수레의 꽃은 활짝 펴있지만, 아래쪽에 꽃들을 보면 꺾여있는 모습도 보인다.
긴팔을 입었지만, 신발은 샌들이다.
낡은 옷은 기워 입은 곳도 보인다.
할머니는 어디로 가는 걸까?
왜 수레에 꽃을 가득 담았을까?
책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본다.
면지 가득 꽃이 활짝 폈다. 꽃 위로 그러진 선은 모눈종이 같기도 하고, 철장 같기도 하다.
리나 레텔리에르 시각 예술, 교육학, 식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현재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림책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는 작가다. 작가의 첫 그림책은 <집이 없는 달팽이 Caracol no tiene casa >인데 우리 곁에 있는 것에 대한 감사와 공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번역본은 없어서 아쉽다.
속표지에 할머니는 커다란 꽃을 안고 있다. 이 장면을 통해 할머니에게 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유추해 본다.
옆집에는 꽃수레 할머니가 살고 있다고 말하는 여자아이의 설명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사람들은 할머니를 제정신이 아닌 할머니, 눈을 보면 식물로 변하게 하는 무서운 존재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아이들은 통상 어른들의 이야기나 친구들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곤 한다. 주인공은 왜 사람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을까?
꽃수레를 끌고 가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 남루한 행색이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할머니의 표정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초라해 보이는 느낌이 사라진다.
할머니의 표정은 초라하거나, 쓸쓸하거나,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저 무덤덤해 보인다. 평온해 보이기도 하다.
그런 할머니를 바라보는 아이에게 할머니는 그저 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였을 것 같다.
꽃을 사랑하고 꽃을 가꾸는 사람,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할머니를 무섭다고 하거나, 제정신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을까?
아이는 일주일 내내 보이지 않는 할머니가 궁금하다. 자물쇠를 부수고 할머니를 찾으러 경찰이 들어갔지만 할머니를 찾지는 못한다.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닐까 걱정된 아이는 할머니의 집에 들어가 할머니를 적극적으로 찾는다.
그림책을 보면 책 속의 할머니가 이웃과 단절된 생활을 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주인공 아이도 매일 집 앞을 지나가는 할머니를 바라보기만 했지. 인사를 건넨 적도 없다.
장면을 잘 살펴보면, 달팽이와 고양이가 눈에 띈다.
달팽이와 고양이는 어떤 의미일까?
고독사 :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죽는 것(출처: 나무위키)
매일 꽃수레를 끌고, 정원을 가꾸었던 할머니는 꽃을 무척 좋아했을 것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과 함께 하는 죽음을 맞이한 할머니는 어떠했을까?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꽃인 이유는 무엇일까?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언제부터 꽃이었을까?
할머니에게 소중한 사람은 없었을까?
꽃수레를 끌고 가는 할머니의 모습을 다시 펼쳐본다. 모든 것을 체념한 것 같이 느껴지는 할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며 암담한 느낌이 든다.
할머니는 홀로 살고 있었다.
우리 주변에도 홀로 살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청년들도 많다.
살아가는 형태가 변화하면서 1인 가구가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점점 삭막해지면서 단절돼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이제 일상처럼 느껴진다.
그림책을 덮으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인사를 먼저 해요."
아이들의 이야기에 어색하고 쑥스럽게 느껴지지만, 함께 인사하기를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용기 내어 먼저 인사를 하고, 그렇게 인사를 하다가 익숙해지면 안부도 물어보고 싶다.
우리의 작은 용기가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손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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