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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뿜는 건 금지라니까!
일라리아 페르베르시 외 지음 / 하우어린이 / 2025년 9월
평점 :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개인적인 주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용이 불을 안 뿜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불 뿜는 건 금지라니까!> 그림책을 마주했을 때, 팔짱 끼고 있는 용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용에게 '불 뿜기'는 존재의 이유이자 본능일 텐데, 그것을 금지 당하는 상황이라니..
얼마나 답답하고 짜증이 날까?
그런 용을 바라보다가 우리 아이는 어떤 기질인지, 나는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포용해 주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 집에서 지켜야 하는 크고 작은 규칙들이 아이에게 '불 뿜기 금지' 같은 명령으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을까 염려도 되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안전, 성장, 그리고 가정의 질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넘치는 에너지와 본능적인 감정 표현이 억압당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게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돌봄과 훈육보다 존중이다.
지금까지 부모의 입장에서 세웠던 규칙을 아이와 함께 점검하고 맞춰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카밀라가 시시때때로 불을 뿜어대는 모습은 영락없이 아이들의 모습 같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고'친다고 생각했었다.
세상을 알아가려고 호기심으로 대하는 모습이라고 관점을 바꾸니 아이의 마음을 전혀 알아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올라오기도 했다.
카밀라의 불꽃은 내면의 강렬한 생명력이자, 고유한 개성, 때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격정적인 감정의 상징이다.
'불 뿜기 금지'라는 규칙에 맞춰 우유에 꿀을 타 마시고, 요.가와 발레를 배우는 장면은 아이의 기질에 맞지 않는 행동을 강요하며 자신이 생각에 맞게 변화하려는 어른들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화내지 마."
"양보해야지."
나 역시 아이가 갈등을 겪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 아이의 입장에서 말을 건네지 않았다는 것을 마주했다.
아이를 위한 조언이었지만, 내면에는 아이의 본능적인 불꽃을 억누르고 좌절감을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갖 노력을 해도 화가 사라지지 않았던 것처럼, 억압된 감정과 해소되지 못한 기질 때문에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결국 다른 방식으로 불꽃을 터뜨리려 시도하려 한다.
아이의 자연스러운 자기표현 욕구를 왜곡 시키고, '내 감정은 나쁜 거야.', '나는 문제가 있어'와 같은 부정적인 자아인식을 형성하게 할 수도 있겠다는 염려가 되었다.
카밀라를 바라보는 엄마 용의 마음에도 점차 화가 쌓여가는 장면을 보며 아이의 최근 상황이 떠올랐다.
최근 아이는 학기 초부터 자신을 밀치거나 뒤통수를 때리는 과격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친구에게 마음을 쓰고 있다.
학기 초 담임선생님이 지속적으로 주의를 주고 있지만 성향이 활발하고 친구들과 과격한 몸 다짐을 하는 부분이 두드러지는 아이라 쉽게 나아지지 않는 아이라고 했다.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아이와 친하게 지내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깝기도 했다.
내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그 친구의 모습에 부모로서 답답함과 속상함이 물밀듯 밀려왔다.
하루는 아이가 친구와 게임하면서 통화하는데 아이에게 아이템을 주라고 요청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대화가 들려왔다.
"그 친구와 친하게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모습을 보고 배우자가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옆에서 듣더니 나 역시 깊이 생각할 겨를 없이 그 친구와 거리를 두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이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비롯되었지만, 아이의 감정이나 상황을 함께하지 못한 불안감이 투영된 조급한 결론이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아이에게 그 친구와 왜 친하게 지내고 싶은지 물었다.
"친해지면 함부로 안 하지 않을까요?"
예상하지 못한 아이의 대답에 머리를 한대 맞은 듯했다.
아이는 단순히 그 친구에게 끌려다니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학기 초에는 그 친구의 과격한 행동에 거세게 싫다고 포현했고, 그다음에는 그 친구의 관심을 외면하듯 무반응으로 일관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친해지는 것'이라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으로 그 친구와의 관계에서 스스로 해법을 찾아내려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 나름대로 그 어려운 관계를 풀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며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에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내 아이가 이렇게 깊이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가며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나는 '정답'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아이의 노력을 보려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 친구와 멀어지라고 조언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 용이 카밀라의 쌓여가는 화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화가 쌓여갔던 것처럼,
나 또한 아이의 친구 관계 문제에 대한 나의 답답함과 불안감을 쌓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엄마가 너의 고민과 노력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이야기해서 미안해. 너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옆에 있어줄게. 혹시라도 힘들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엄마에게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어."
아이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불 뿜는 건 금지라니까!> 그림책은 불꽃을 마구 뿜어내는 것도, 그렇다고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도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타협'이나 '절충'아 아닌, 아이의 기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가족 및 사회화의 '조화'를 찾아가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불 뿜는 건 금지라니까!>그림책은 궁극적을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어떻게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 기질을 가진 아이가 가정과 사회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할 것인가에 대한 것을 담고 있다.
아이가 가진 불꽃을 단순히 '문제'로 여기고 억압하지 않고, 아이만의 특별한 개성으로 인정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표현하도록 함께하는 것이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라고 느꼈다.
우리 집의 크고 작은 규칙들이 아이의 불꽃을 금지하는 족쇄가 아닌, 그 불꽃을 더욱 안정하고 아름답게 타오르게 하는 든든한 지지대가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불 뿜는 건 금지라니까!>그림책을 통해 우리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의 '불꽃'과 자신의 '불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으로 함께 하기를 바란다.
#불뿜는건금지라니까 #일라리아페르베르시 #하우어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