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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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어 어휘가 있다‘bereavement(사별)‘, 혹은 ‘bereaved(사별한, 유족이 된)‘, ‘bereft(잃은)‘. 모두 ‘없다, 빼았다, 훔치다, 강탈하다‘라는 뜻의 고대 영어 ‘bereafian‘에서 나왔다. 강탈당하다. 빼앗기다.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혼자서 느낀다. 충격적인 상실감은 아무리 노력해도 공유할 수 있는게 아니다.

지켜보기는 하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나를 보이게 하지 않음으로써 안전을 모색하는 것. 자신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만한 습관이다. 그런데 인생에서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내 말이 맞으니 믿으시길. 사람들, 사랑, 마음, 집, 직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인내해야만 해."라고 아버지는 말했었다. 뭔가 아주 간절히 보고 싶을 때면 인내하고 기다려야만 한다고. 내 기다림에 인내심 따위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갔고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마법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제 손에 그 판지 조각을 지고 가장자리를 매만지자, 모든 슬픔은 다른 것으로 변해 버렸다. 그럿은 단출한 사랑이었다. 나는 판지 조각을 다시 서가에 넣었다. "저도 사랑해요, 아빠." 내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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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 하 - 개정신판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2
박지원 지음, 길진숙.고미숙.김풍기 옮김 / 북드라망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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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우임금이 강을 건너는데 황룡이 배를 등에 짊어져서 몹시 위험한 지경이었다. 그러나 삶과 죽음에 대한 판단이 먼저 마음속에 뚜렷해지자 용이든 지렁이든 눈앞의 크고 작은 것에 개의치 않게 되었다. 소리와 빛은 외물이다. 외물은 언제나 귀와 눈에 누가 되어 사람들이 보고 듣는 바른 길을 잃어버리도록 한다. 하물며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 때, 그 험난하고 위험하기가 강물보다 더 심하여 보고 듣는 것이 병통이 됨에 있어서랴. 이에 내가 사는 산속으로 돌아가 문 앞 시냇물 소리를 들으면서 다시 곱씹어 볼 작정이다. 이로서 몸가짐이 재빠르고 자신의 총명함만을 믿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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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책으로 살고 있습니다 -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나이즈미 렌 지음, 최미혜 옮김 / 애플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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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풍부한 상상력을 펼치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발견한 후에는 꾸준히 계속하려 하지요. 좋아하는 일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자신의 인생에서 마음껏 살리려고 궁리합니다. 저는 그런 세계를 대단히 중요하다고 여기려고 해요. 제가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써온 것도 그러한 생각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계속 써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게 그 사람의 마법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도 사실은 깊은 고민과 집요함이 담겨 있다는 것.

그것이 비록 잊혀지고 있는 세계일지라도 그들은 스스로가 안고 있는 소중한 세계에 깊은 생각을 더하여 새로운 세계를 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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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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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후기> 복효근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릅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 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을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다시> 박노해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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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 (마음산책X) 개봉열독 X시리즈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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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부여하길 원한다면
고통 받는 걸 받아들어야만 한다.
고통 없이는 삶도 사랑도 없다.

나의 유년기는 결코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내가 성인이 된 척을 잘하도록 도우려고 숨었을 뿐이다. 어머니처럼 나의 유년기는 내가 단단해지기를 바랐다. 우리가 단단한 등껍데기로 우리 안에 간직하고 있는 몽상적이고 연약한 갈대를 보호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사람들 틈에 끼어드는 건 잘하는 짓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 악의적이고 잔인하고 상처를 입히는 건 고의가 아니라 다만 어디다 발을 놓아야 할지 몰라서인 것이다.

아버지가 내게 준 조언, 인간의 가장 위대한 장점은 호기심이라고, 그것이 지식으로 가는 문을 열기 때문이라고 한 아버지의 조언을 기억해서 나는 그 코사크인을 복도까지 따라가 그가 들어가자마자 자물통에 귀를 갖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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