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전혜린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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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젊음에 바치는 영원한 고전 전혜린의 번역으로 만나는 유일한 [데미안]은 전혜린 타계 60주기 기념 복원본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두 개의 세계에서 방황하던 ‘에밀 싱클레어’가 신비로운 인물 ‘데미안’을 만남으로써 성장통과 함께 자신의 내면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열 살때 체험으로 시작되었다. 인생 목표가 부모님처럼 밝고 깨끗하고 예절이 깃들어 있는 삶이었다. 세 살 더 먹은 프란츠 크로머의 무리 속에 끼고 싶어 영웅담으로 사과를 훔쳤다고 거짓말을 꾸며내다 돈을 가 협박을 당한다. 어머니 몰래 저금통을 찢어내는 것이 고통스러웠지만 어두운 세계로 한 발작 내딛는 것이다.

 

상급반에 전학해온 막스 데미안이 먼저 말을 걸어왔고 상급반과 합석해서 들었던 카인과 아벨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카인의 이마 위에 낙인은 우표의 소인과 같이 실질로 있는 것은 아니고 힘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은 그를 무서워했고 그는 ‘낙인의 표지’를 가지고 있었던거라고 설명했다.

 

꿈속에도 나타나 괴롭히는 크로머를 데미안이 해결해 주었다. 그에게 감사와 부끄러움, 놀람과 불안, 애착과 내적 반항이 뒤엉킨 채, 고통스런 감정이 남아 있었다. 데미안은 여행을 떠났고 싱클레어는 상급학교로 가면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었고 데미안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기도 했다.

 

김나지움 기숙사에 생활하면서 소문이 좋지 않은 알폰스 벡과 술집에 앉아 술을 마셨다. 술에 익숙지 않은 싱클레어는 아무 말이나 떠벌리기도 하였다. 연애 경험에 대해 고백하라고 하였지만 경험하지 못했기에 이야기를 계속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음악과 시를 사랑했던 싱클레어는 방종과 향락에 빠져 들어갔다. 사감 선생님의 편지로 경고를 받고 나타난 아버지를 보고 놀랐다. 어느 날 좋아하는 타입에 소녀를 만났고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지만 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밤거리 방황을 멀리하고 독서를 하고 산책을 즐겼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소녀의 얼굴이기보다 소년의 얼굴처럼 보였다. 그림의 반은 남자, 반은 여자였고 연령이 없었고 의지가 강하고 몽상적이고 응결된 듯한 모습이었다. 누군가 닮은 것 같지만 확실치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바로 데미안의 얼굴이었다.

 

방학동안 잠깐 만난 데미안이 자신은 어느 대학에서 공부를 할 것과 어머니와 함께 이 도시를 떠난다는 것을 알았다. 전보다 훨씬 학교 공부를 하였고 데미안에게 새 그림을 보냈는데 답장이 왔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p158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를 만나서 아프락사스에 관해 들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으로의 길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일이라고 하였다. 우리의 신은 아프락사스이고 신이면서도 악마이고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모두 자기 속에 가지고 있다.

 

어머니를 안으려고 하니까 어머니가 아니었고, 한 번도 보지 못한 다른 모습이고 키가 크고 힘 있게 생겼으며 그 모습은 막스 데미안과 비슷했고, 내가 그린 그림과도 비슷했다. 데미안과 그림의 새와 함께 살았다. 모두가 아프락사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부인을 보는 순간 싱클레어가 그린 그림 속에 사람이었다. 에바 부인에 대한 사랑은 생활의 유일한 내용으로 생각되었고 영혼의 힘을 집중시키려고 했다.

 

데미안은 두 번째 읽어보는데 쉽지 않은 작품이고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잘 나타내주는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싱클레어가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에서 방황할 때 데미안, 베아트리체, 피스토리우스, 에바 부인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세상에는 악마 같은 존재도 있지만 선한 존재의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데미안]은 말한다.

 

큰 전쟁이 시작되었고 소집 영장이 나왔다. 점령했던 어느 농가에서 보초를 서다 총탄에 맞아 쓰러졌는데 거대한 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은 별을 머리에 지니고 있었고 산처럼 컸으며 에바 부인과 비슷했다. 들것에 실려 간 곳에서 데미안을 만난다. 내 친구이며 지도자인 ‘그’와 같은 나 자신의 모습을 거기서 본다. 데미안은 그의 분신이었던 것이다.

 

전혜린 작가는 데미안을 빌려간 친구의 죽음이 있었다. 그 친구는 죽는 순간까지 데미안을 읽고 있었다고 한다. 왜 우리는 데미안을 읽고 또 읽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읽어야만 했는가? 데미안은 유년기의 향수 같은 맛, 서럽고 감미로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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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멈추기 전에 - 서울대학교병원 뇌신경학자의 뇌졸중을 피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이승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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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멈추기 전에]는 tvN〈유 퀴즈 온 더 블럭〉, 유튜브 〈언더스탠딩〉화제의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전문의 이승훈 교수는 뇌졸중을 많은 이들이 가장 무서워하지만 “사실 가장 예방이 쉬운 병”이라고 단언하며 뇌졸중을 없애겠다는 진심을 담아 책을 썼다.

 

책은 4개의 장을 통해 독자가 뇌졸중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방치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심장 리듬을 되찾고 4단계 단계별 전략으로 백년 가는 뇌를 만들라고 한다.

 

뇌졸중은 크게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혈성 뇌졸중(뇌출혈)로 구별된다.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거나 둘 중 하나인 것이다. 뇌혈관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점만 제하면 이 둘은 실제로 상당히 다른 질환이다. 뇌졸중 전문가 입장에서 이 질환처럼 쉽게 예방할 수 있고, 평소에 아주 조금의 노력을 기울이면 장년기, 노년기의 뇌졸중은 거의 100% 예방 가능하다고 한다.

 

전 세계 공통으로 프로세스를 시행하는 이유는, 뇌졸중이 뇌를 급성으로 침범하는 질환이면서, ‘시간이 곧 뇌’이기 때문이다. 뇌 신경세포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약한 세포다. 뇌 신경세포는 혈류가 단 1분만 중단되어도 죽기 시작하며, 성인의 경우 죽은 뇌세포는 거의 절대적으로 재생되지 않는다.

 

뇌경색은 뇌혈관에 동맥경화가 존재하지 않아도 일어날 수 있다. 심인성 색전의 뇌경색 증상은 뇌졸중 중에서 가장 무서운편에 속하지만 혈전이 크기만 클 뿐 잘 용해되고 치료가 잘 되는 편이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많은 보람을 느끼는 뇌졸중이다.

 

뇌출혈은 뇌실질출혈과 지주막하출혈로 나눌 수 있다. 지주막하출혈은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는 사람이 많다며 저자는 이종욱 박사의 예를 들기도 하였다. 뇌졸중 중에서 뇌출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남짓인데, 이중 뇌실질출혈이 60%, 지주막하출혈이 40% 정도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음주, 그리고 비만, 노화, 심방세동 등 뇌졸중의 위험 요인을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고혈압에서 가장 취약한 장기는 가장 중요한 뇌다. 가장 큰 원인은 뇌의 조직압이다. 다른 장기들은 세포 자체가 튼튼해서 이를 통과하는 혈관도 지지를 받게 된다.

 

염분보다 더 중요한 고혈압의 원인은 비만이다. 살이 찌면, 혈액을 보내야 할 세포가 늘어나는 것이니 당연히 혈액이 많이 필요하게 된다. 당뇨병은 전신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다 보니, 단순히 혈당조절이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질환, 신장병증, 망막증과 같은 다양한 합병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



 


당화혈색소는 단순히 과거 혈당 수치를 추적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어서, 당뇨 치료의 효과를 모니터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로 활용 중이다. 고지혈증은 고혈압, 당뇨병과 함께 대사증후군의 일부로서 이러한 상태들은 서로 연관성을 가지면서 뇌졸중, 심근경색, 사지혈관질환 등의 발생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해악상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뇌졸중의 위험 요인보다는 사실 폐암을 포함한 거의 모든 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흡연은 초기에 다양한 성분이 과도한 활성산소를 유발해 항산화 시스템을 고갈시키는데, 혈관 내피세포의 DNA를 손상시키고 세포의 재생 장애를 유발한다.

 

주변인이 뇌졸중일 때 주의할 점은 손을 따는 행위나 우황청심환을 먹이는 행위는 금지이고 당장 해야 하는 것은 119라고 하였다. 뇌졸중 입원 치료의 목적은, 재발을 방지하고, 뇌졸중의 악화를 최소한으로 억제하며,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고, 향후 뇌졸중 재발 예방을 위한 최적의 내과적 치료 방침을 세우는 것과 함께, 증상 호전을 위한 재활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다.

 

뇌졸중 재활치료는 소실된 신경 기능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게 하면서, 손상된 신경세포 주위로 시냅스가소성이 발휘되도록 유도하는 작업이다. 대다수 약물치료는 환자의 악화와 재발을 막는 것이지 회복을 촉진하는 게 아니다. 뇌졸중 응급치료는 초기에 환자의 증상을 획기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이지만, 재활치료는 급성기 이후 느리지만 지속적인 뇌졸중 회복을 돕는 유일한 치료법이다.

 

이 책은 의학에 아무 지식이 없어도 읽을 수 있도록 썼으니 두려워 말고 책장을 넘기길 바랍니다. 부디 여러분이 어렵지 않은 이 책의 지침을 충실히 따른 결과 내가 보게 될 뇌졸중 환자의 씨가 마를 정도가 되면, 이 책을 쓴 보람을 비로소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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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의 미술관
최정표 지음 / 파람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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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의 미술관]은 KDI 원장을 지낸 경제학자인 저자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러시아의 주요 미술관들을 탐방한 기록이다.

 

덴마크는 북쪽의 유럽 중 가장 남쪽에 있고 수도는 코펜하겐이다. 덴마크국립미술관은 서유럽 작품, 덴마크와 스칸디나비아 작품, 현대작품, 판화와 드로잉, 옛날 석고상 등 26만여 점이 넘는 작품을 소장하였다. 미술관의 시작은 16세기 왕의 수집품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고품은 모두 덴마크의 오아 크리스티안 2세에게 주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카를스베르 미술관은 칼스버그 맥주로 유명한 카를스베르 가문에서 만들었다. 카를 야콥센은 조각에 빠진 사람이었는데 고대 조각을 수집했고 미술관은 조각의 성지가 되었다.


현대 작품은 크고 난해하다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루이지애나현대미술관은 이런 작품을 잘 소화하고 있다. 유달리 두 작품에 시선이 집중된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과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이다. 한센은 돈을 많이 벌면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집 짓는 것과 예술품 수집이다. 예술품을 수집했고, 전시하기 위해 큰 저택을 지었다. 2년에 걸쳐 저택을 완공했고 지역 명칭을 따서 저택 이름을 ‘오르드룹고르’라고 명명했다. 오르드룹고르는 19세기 프랑스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데 인상파 작가들의 그림은 한센이 심혈을 기울여 수집한 것들이다.

 

노르웨이 편에서는 뭉크로 상징되는 노르웨이의 미술관들을 둘러본다. 오슬로에는 뭉크미술관이 따로 만들어져 있지만, 노르웨이국립미술관도 뭉크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관람객도 대부분 뭉크의 작품을 보기 위해 방문한다. 뭉크의 <절규>와<마돈나>는 모든 사람이 그 앞에서 꼭 사진을 찍으려 하는 미술관의 아이콘이다.

 

노르웨이는 피오르의 나라이고 피오르 관광의 출발점이 바로 베르겐이다. 베르겐은 1년에 300여 대의 크루즈 배가 정박하고 50만 명의 크루즈 승객이 베르겐을 찾는다. <솔베이지의 노래>를 만든 음악가 에드바르 그리그, <인형의 집>을 쓴 극작가 헨리크 입센 등이 베르겐 출신이다. 에드바르 뭉크는 20세기 전후의 노르웨이 화가로 노르웨이는 몰라도 뭉크는 알 정도다. 그의 대표작 <절규>는 세계현대미술사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스웨덴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화가 로슬린의 <면사포 여인>이다. 로슬린은 당대 유럽 최고의초상화 작가였다. 가를 라르손의 작품 <큰 자작나무 아래서의 아침 식사>는 가족의 행복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스웨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일상 생활용품 등에 많이 패러디되어 사용되고 있다. 스톡홀름현대미술관은 입구의 정원에서부터 예술품을 감상 할 수 있다.

 

에르미타주미술관은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에 있는 미술관이다. 미술관을 만든 사람은 여자 황제 예카테리나다. 그녀가 특히 좋아했던 작품은 보석과 명문이 새겨진 작품이었다. 그녀는 일생 동안 4000점의 최고급 호화작품, 3만 8000권의 희귀도서, 1만 점의 보석, 1만 점의 드로잉, 1만 6000점의 코인과 메달을 수집했다. 수집품은 서유럽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며 러시아도 문화국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계기가 되었다.

 

러시아에서도 미술관에는 민간인의 기부와 기증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 트레티야코프는 처음에는 자기 집에 미술관을 열었다. 10년 후 많은 그림을 도난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동생이 수집한 서유럽 작품까지 기증을 받아 러시아 최고의 미술관으로 등극했다. 자택 미술관은 모스크바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모든 수집품을 자기 자택과 함께 모두 모스크바시에 기증했다. 모스크바시는 1893년에 이 미술관을 시립 미술관으로 만들어 공식적으로 개관했는데, 오늘날의 트레티야코프미술관이다.

 

[백야의 미술관]은 미술관의 역사, 소장품, 전시 디테일뿐만 아니라, 미술관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의 중요성, 미술관의 운영방식과 그 사회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미술관은 부자들이 나서지 않고서는 설립도 어렵고 유지도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곳을 여행하지 않아도 책을 통해 유럽의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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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들에게
박상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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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작가로 사는 데에 ‘거인’이 되어 준 시대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힘이 되어 준 작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삶을 글로 남겼다. 산문집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작품집을 낼 때 첫 독자로서 쓴 ‘독후감’이 담겨 있다.

 

마크 트웨인, 현진건, 서머싯 몸, 한용운, 백석, 권정생 등 저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 작가들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다. 그들은 특별한 거인이고 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세상을 두루 살핀다.

 

시인들이 좋아하는 백석 시인은 이미지를 다채로운 감각으로 표현했다. 냄새와 맛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다. 오줌통을 옆구리에 차고 살아야 하는 병자여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지낸 권정생 선생은 비참한 처지나 현실 속에서도 글에서는 ‘유머’를 잃지 않았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투병 중이다. 이제는 이승의 인연 줄을 놓고 싶지만 “존재하는 것만으로/힘이 된다는/네 말 때문”에 목숨줄을 붙들고 있다. 하지만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아름답게 떠나고 싶다던 어머니는 홀연히 하늘길로 떠나셨다.p67(전병석, 병상에서)

 

전병석 시집을 읽어 본 적이 있는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어머니가 퇴원하면 모시겠다고 나서는 자식이 아무도 없다. 어머니는 이를 눈치채셨을까? 혹은 요양원에 모시자는 이야기를 들으셨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둘러 세상을 떠나신 것이 아닐까? 전병석의 [역모] 시는 누구라도 닥칠 수 있는 일이어서 마음이 쓰리다.

 

박병률은 늦게 낳은 아들을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잃었다. 아들과 함께 참고서나 사러 갔던 서점. 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 그 서점에 끌리듯 가게 되고, 몇몇 책을 읽다가 주저앉지 않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사업하다 망한 친구가 걱정되어 늘 안부를 물었던 박병률. 지금 세상에서는 오로지 자기만 중요해 남의 처지는 잘 돌보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과 타인을 둘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공감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야말로 글을 쓰는 첫 목적이자 마지막 목적이리라.

 

1장 나의 거인들, 2장 그리움이 안겨 준 사랑의 글들도 좋지만 3장 아름다움을 찾는 여정편 작가들의 수필집이 정감이 간다. 일상의 삶 속에 들어 있는 글감들이어서 더욱 그럴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일상의 모든 것이 단순히 지나가는 일이 아니다. 그 속에서 글이 될 만한 것을 잡아낸다.

 

어느 수필집에 있는 글에서 사촌 형의 결혼으로 형수가 될 신붓집에 따라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맛있었던 술을 마시고 자다가 그만 이불에 오줌을 쌌다. 우물가에 있는 양푼을 집어 들고 요를 창가로 밀어 놓고 맨바닥에 자는 척하고 누워 있었다. 난감하기 그지 없는 상황인데 글로 쓰니 유머러스하다.

 

수필은 소설보다 작가의 개인적 삶을 곧이곧대로 담는 경우가 많아 기록이 기능을 한다. 기록하는 이유는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일들을 정리하고자 하는 무의식의 발로이기도 하다. 안과 의사인 한영자 작가는 환자들은 눈이 아파 병원에 왔지만, 정작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설명하지 않는다. 의사가 알아서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환자가 하는 말에서 그의 마음 상태를 읽어 낼 줄 아는 의사는 마음의 병까지 들여다본다. 환자 진료가 없는 틈에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오래된 습관이라고 한다.

 

문학을 한다는 것은 억압받는 약자들 편에서 그들의 내면과 외면을 그려 내는 일이다. 그렇다고 큰돈을 벌거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삶은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좋은 질문 속에는 이미 답도 같이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 교육은 질문을 잘하는 사람을 걸러 내지 않는다. 문학은 종교를 통해 양과 질을 점차 확대하거나 심화해 왔고, 종교는 문학을 통해 교의를 인간의 현실적 삶 속에 융해해 왔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현재 자신의 삶과 세상의 다양한 삶의 형태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죽은 후보다는 현재의 삶이 훨씬 소중하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들에게]는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한마디, 그들의 존재 자체만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커다란 힘을 얻는 것 같다. 책을 통해 서로에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특별한 사람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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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요리합니다, 정식집 자츠
하라다 히카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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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평범한 동네 음식점인 ‘자츠’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람들 삶의 다양한 감정들을 음식과 버무려 통찰하는 이야기면서 개성도 입장도 다른 두 여성이 ‘맛’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서로에게 스며들어 변해가는 풍경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소설이다.

 

남편으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아 혼란스러워진 사야카, 남편은 한 주에 두세 번 ‘자츠’에서 밥 먹고 술 한잔하는 것을 즐겨왔다. 여자가 생겼나 하는 의심이 싹텄고 사야카는 호기심에 그 식당을 가보았다. 낡은 정식집으로 음식이 달고 진한 맛에 놀랐는데 맥주와 곁들이며 이 맛이야 하는 남자 손님 목소리가 울렸다.

 

‘자츠’에서 점원을 모집하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주인 미사에는 ‘조우’씨로 불리는데 모든 음식은 간장이라 부르는 ‘스키야키 소스’로 간을 한다. 몇 주 지나 단골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70대 다카즈 씨는 주에 몇 번씩 오는데 전 주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선대는 조우시키 였고 친척인 미사에가 20대에 이곳으로 왔단다. 부인이 쉰 살쯤에 세상을 떠나고 조우시키 씨가 와병생활을 할 때도 돌봐주었다. 선대가 죽고 결혼도 하지 않은 지금까지 가게를 하고 있었다.

 

사야카는 식사를 끝내고 술을 마셔야 한다는 견해로 살아왔고 밥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수제 크로켓을 만드는 날, 크로켓과 맥주를 마시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이라면 밥과 술이 맛있다는 걸 알았을 텐데 남편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미사에는 자신은 무뚝뚝한데 싹싹하고 상냥한 사야카를 귀여운 아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름을 부르지도, 일을 하면서도 일일이 대답하거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예전 친척인 나에를 데려와 알바를 하면서 서로 상처를 받았었다. 자신은 조우시키 처럼 사람을 대하는 법을 잘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카즈가 자택에서 쓰러져 한동안 오지 않았는데 사야카에게 듣고 알게 되었다. 사야카가 자기보다 주변 사정을 알게 된 사실에 감탄했고 불안하기도 했다. 다카즈는 신경도 안쓰는 미사에가 냉정하다고 했다. 그는 열사병으로 쓰러진 뒤, 튀김과 술을 거의 주문하지 않는다. 다른 테이블에 샐러리맨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그때는 온종일 쉬고 싶고, 자고 싶고,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사에는 예전 손수건 만드는 회사에서 경리와 사무를 보았다. 어떤 계기로 인해 직장 사람들과 깊이 어울리고 싶지도 않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는데 ‘자츠’에서 일해 보라는 엄마의 제안으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그동안 아르바이트생에게 음식을 가르쳐 준 적이 없지만 사야카에게는 만들어 볼 거냐 묻기도 하였다. 소질이 있는 귀여운 아이가 떠났을 때, 슬퍼질 것이다.

 

사야카는 남편이 먼저 이혼을 요구했던 이유는 집에서 편히 쉬지 못해서 밖에서 술을 마신다는 점과 지인인지 변호사인지 여자에게 상담하라고 했고 엄청나게 시끄러운 가게에서 얘기를 나누어야 했던 것, 정성껏 만든 요리를 거의 먹어 주지 않았던 것 등 부모님에게 얘기하는 동안 눈물을 쏟았다.

 

나이도 들었고 메뉴를 여러 가지 하는 것보다 한 두 가지로 정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새해가 되었고 코로나라는 유행병이 돌아 가게를 쉬게 되었다. ‘자츠’는 선대와 주방장이 있어서 새벽까지 열었지만 미사에 혼자서 운영할 수 있도록, 조금씩 바꿔 준 사람은 선대였다. 그런 조우시키 씨를 마음 속으로만 좋아했던 옛날을 회상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본가를 찾았지만 오빠와 여동생은 냉대했다. 우연히 라멘 가게에서 주먹밥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라 호텔에서 며칠 쉬고 돌아와 도시락 가게를 열었다. 주먹밥을 나눠줄 날은 한참 멀었는지도 모르지만, 희망은 버리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에필로그에서 코로나로 다카즈 씨는 딸 가족과 동거를 시작했다. 미사에나 사야카에게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 속에서도 또다시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음식들이 내 눈앞에 놓인 것 같아 먹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자츠’에는 오래된 단골 손님들의 입맛을 알고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같이 일하면서 경영을 맡기고 싶다는 미사에의 제안을 사야카는 받아들일까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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