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들에게
박상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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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작가로 사는 데에 거인이 되어 준 시대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힘이 되어 준 작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삶을 글로 남겼다. 산문집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작품집을 낼 때 첫 독자로서 쓴 독후감이 담겨 있다.

 

마크 트웨인, 현진건, 서머싯 몸, 한용운, 백석, 권정생 등 저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 작가들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다. 그들은 특별한 거인이고 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세상을 두루 살핀다.

 

시인들이 좋아하는 백석 시인은 이미지를 다채로운 감각으로 표현했다. 냄새와 맛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다. 오줌통을 옆구리에 차고 살아야 하는 병자여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지낸 권정생 선생은 비참한 처지나 현실 속에서도 글에서는 유머를 잃지 않았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투병 중이다. 이제는 이승의 인연 줄을 놓고 싶지만 존재하는 것만으로/힘이 된다는/네 말 때문에 목숨줄을 붙들고 있다. 하지만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아름답게 떠나고 싶다던 어머니는 홀연히 하늘길로 떠나셨다.p67(전병석, 병상에서)

 

전병석 시집을 읽어 본 적이 있는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어머니가 퇴원하면 모시겠다고 나서는 자식이 아무도 없다. 어머니는 이를 눈치채셨을까? 혹은 요양원에 모시자는 이야기를 들으셨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둘러 세상을 떠나신 것이 아닐까? 전병석의 [역모] 시는 누구라도 닥칠 수 있는 일이어서 마음이 쓰리다.

 

박병률은 늦게 낳은 아들을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잃었다. 아들과 함께 참고서나 사러 갔던 서점. 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 그 서점에 끌리듯 가게 되고, 몇몇 책을 읽다가 주저앉지 않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사업하다 망한 친구가 걱정되어 늘 안부를 물었던 박병률. 지금 세상에서는 오로지 자기만 중요해 남의 처지는 잘 돌보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과 타인을 둘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공감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야말로 글을 쓰는 첫 목적이자 마지막 목적이리라.

 

1장 나의 거인들, 2장 그리움이 안겨 준 사랑의 글들도 좋지만 3장 아름다움을 찾는 여정편 작가들의 수필집이 정감이 간다. 일상의 삶 속에 들어 있는 글감들이어서 더욱 그럴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일상의 모든 것이 단순히 지나가는 일이 아니다. 그 속에서 글이 될 만한 것을 잡아낸다.

 

어느 수필집에 있는 글에서 사촌 형의 결혼으로 형수가 될 신붓집에 따라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맛있었던 술을 마시고 자다가 그만 이불에 오줌을 쌌다. 우물가에 있는 양푼을 집어 들고 요를 창가로 밀어 놓고 맨바닥에 자는 척하고 누워 있었다. 난감하기 그지 없는 상황인데 글로 쓰니 유머러스하다.

 

수필은 소설보다 작가의 개인적 삶을 곧이곧대로 담는 경우가 많아 기록이 기능을 한다. 기록하는 이유는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일들을 정리하고자 하는 무의식의 발로이기도 하다. 안과 의사인 한영자 작가는 환자들은 눈이 아파 병원에 왔지만, 정작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설명하지 않는다. 의사가 알아서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환자가 하는 말에서 그의 마음 상태를 읽어 낼 줄 아는 의사는 마음의 병까지 들여다본다. 환자 진료가 없는 틈에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오래된 습관이라고 한다.

 

문학을 한다는 것은 억압받는 약자들 편에서 그들의 내면과 외면을 그려 내는 일이다. 그렇다고 큰돈을 벌거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삶은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좋은 질문 속에는 이미 답도 같이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 교육은 질문을 잘하는 사람을 걸러 내지 않는다. 문학은 종교를 통해 양과 질을 점차 확대하거나 심화해 왔고, 종교는 문학을 통해 교의를 인간의 현실적 삶 속에 융해해 왔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현재 자신의 삶과 세상의 다양한 삶의 형태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죽은 후보다는 현재의 삶이 훨씬 소중하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들에게]는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한마디, 그들의 존재 자체만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커다란 힘을 얻는 것 같다. 책을 통해 서로에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특별한 사람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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