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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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노의 소설 [세월]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즈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램 독자상을 수상하였으며, 소설 속 그녀는 아니 에르노 자신이면서 동시에 사진 속의 인물, 1941년부터 2006년까지 프랑스의 사회를 바라보는 여성의 시각이고, 개인의 역사에 공동의 기억을 투영한 비개인적인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이 끝난 이후 명절, 42년의 겨울은 아무리 말해도 모자랐다. 추위, 배고픔, 루타바기, 보급용 식량, 담배 교화권, 폭격, 전쟁을 알렸던 북쪽의 여명, 약탈당한 가게들, 사진과 돈을 찾아 잔해를 뒤지는 이재민들.

 

가정마다 대부분 죽은 아이들이 있었다. 모든 겨울의 기관지염을 거쳐서 결핵과 뇌막염을 피한 후 대략 12살이 되어야지만 구제를 받게 되며 건강해졌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신문들은 아직도 해마다 5만 명의 아이들이 죽는다는 제목을 붙였다. 여성들을 <올바른 여성><몹쓸 종자의 여성>으로 나누었다. 금주의 영화를 상영할 때마다 교회 문 앞에 붙어 있던 <도덕 수위>는 성에 관련된 것뿐이었다. 남자애들은 군대에 가는 것을 자랑스러워했고 우리는 군복을 입은 그들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밥을 먹을 때는 억지로 말을 시켜야 겨우 입을 열었고, <네가 전쟁 때 배고픔을 겪었으면 이렇게 까다롭게 굴지 않았겠지>라는 말로 혼나면서 음식을 남겼으며, <너는 인생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구나>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숲이나 모래사장에서 조심하지 않은 탓에, 어떤 방법으로든 유산시켜야 했다. 부자들은 스위스로, 그렇지 않은 이는 전문가가 아닌 낯선 여자가 냄비에서 뜨거운 금속관을 꺼내는 주방으로, 시몬드 보부아르를 읽은 것은 자궁을 가졌다는 불행을 확인하는 것 외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원하지 않는 태아를 무료로 소파수술을 시켜 주는 군의관들의 사택으로 임신한 여자들을 비밀스럽게 데려갔다. 스튜 냄비에 도구들을 소독했고, 도구는 자전거 펌프기 장치를 거꾸로 뒤집은 것이면 충분했다.

 

견딜 수 없는 기억 중에 아버지의 임종 장면이 있다. 그녀의 결혼식 때 딱 한 번 입었던 슈트를 수의로 입힌 아버지의 시체는, 방에서 1층까지 관이 통과하기에 너무 좁은 계단을 비닐에 싸여 내려갔다. 새로운 바람이 동부에서 불어왔다. 우리는 마법 같은 말, 페레스토리이카와 글라스노스트에 끝도 없이 황홀해 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동독은 국경을 넘었고, 호네커를 끌어내리기 위해 교회 주변에서 촛불을 들고 열을 지어 행진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숨 가쁘게 흐르는 시절이었다.

 

사담은 수수께끼 같은 <전쟁의 어머니>를 약속했으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태어나서부터 2차 세계대전을 거쳐 지금까지 분리되고 조화가 깨진 그녀만의 수많은 장면들을 서사의 흐름, 자신의 삶의 이야기로 한데 모으고 싶어 한다. 거론되는 모든 두려움 중에 가장 큰 두려움은 에이즈였다. 에르베 지베르에서 프레디 머큐리까지 마지막 뮤직 비디오에서 그는 예전의 토끼 이빨보다 훨씬 더 멋졌다.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들과 거리를 뒀고, 정부는 그들을 페스트 환자 취급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윤리적인 광고에 전력을 다했다.

 

단연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 생각도 어떤 느낌도 없이, 단지 티브이 화면을 보고 또 봤다. 9, 그날 오후, 맨해튼의 쌍둥이 빌딩이 하나씩 무너졌고 그 장면을 너무 많이 본 나머지 그것이 현실이 된 것만 같았다. 핸드폰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소식을 나눴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주어진 시대에 이 땅 위에 살다간 그녀의 행적을 이루고 있는 기간이 아니라 그녀를 관통한 그 시간, 그녀가 사랑 있을 때만 기록할 수 있는 그 세상이다. 그녀는 또 다른 감각 속에서 자신의 책이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를 직감했다. [세월]은 작가의 새로운 문학적 시도가 이뤄지는 작품이다. 저자가 세월에 기록한 삶은 작가 자신의 기억만이 아닌 다수의 기억을 포함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프랑스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고 내가 살아 온 세월은 어떤 것일까 생각을 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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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하여 - 작가가 된다는 것에 관한 여섯 번의 강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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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의 지적인 글쓰기 강의 많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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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옷장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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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데뷔작이기도 한 [빈 옷장]은 스무 살의 자신이 받은 불법 낙태 수술에서 시작한다. 책상 다리를 하고 앉아서 낙태 준비 체조를 한다. 그 더러운 자식은 잘 웃었다. 그 쓸모없는 부르주아.. 내 몸을 만진다. 시작되는 순간을 상상한다. 아니 에르노 작품은 남자의 자리, 진정한 장소, 빈 옷장, 세월을 읽고 있는 중인데 진정한 장소는 에세이고 세 작품은 소설이다. 공통점은 작가의 개인적 체험이나 거짓 없는 글쓰기에 있다. 글을 읽는 독자는 작가와 가까이 있는 느낌이 들어 좋다.

 

부모님의 카페 겸 식료품점은 사람들로 붐빈다. 덩치가 남산만 한 알렉산드르는 술에 취해 아내를 때리고, 딸에게 술 심부름을 시킨다. 사람들이 무리 지어 오는 날도 있다. 그들은 공사가 끝나면 떠났고, 그것이 내 삶에 있어서 유일한 슬픔이었다. 우리는 남고 다른 사람들은 사라진다. 임신했다고 말하면 부모님은 발작을 일으킬 것이다.

 

낙태 시술자는 이름을 묻지 않았다. 이름을 지어내려고 했는데, 학교를 기억하기는 쉽다. <저 애를 사립 학교에 보내면 더 잘 배우고 아이들이 더 단정하거든> 모네트는 공립 학교에 다니는 중이었다. 어머니는 손님들에게 사과했다. <잘 가르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사립이 공립보다 덜 멀어서 그래요. 데려다주기에 더 편하니까. 우리는 너무 바쁘잖아요.>

 

어린 시절 부모님은 뭐하냐고 묻는다. 친구들은 식료품점을 하니 사탕을 많이 먹겠네. 카페도? 그러면 취한 사람들도 있어? 역겨워라는 말을 듣는다. 나는 여러 번 10점 만점에 10점을 받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 시작한다. 선생님의 질문에 하나도 틀리지 않고 대답하고 싶다. 괴롭히는 애들에게 엿이나 먹어라 욕을 해준다. 나의 우월함과 복수를 지키기 위해 점점 더 학교의 가벼운 놀이에 스며들었다. 어머니의 딸, 당신의 딸 드니즈는 천부적인 재능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님은 공부하고 카페의 상점 위에서 호텔이 있는 것처럼 잠이 드는 것을 고마워하게 될거라고 말씀 하셨다. 뭘 갖고 싶은지? 어머니는 읽는 것이라면 모든 게 좋다고 믿었다. 부모님은 외상으로 파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우리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네 공부나 열심히 해. 너는 나중에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좋은 직업을 갖도록 공부하라고 하였다.

 

우리는 5개월 동안 만났다. 토요일 네 시 반 혹은 일요일, 미사에 가야 할 시간을 잘 골라야 한다. 매번 지난번에 했던 여행을 다시 한다. 부모님은 벼르고 있었다. 공동묘지 길에서 부랑아 같은 놈과 뭘 하고 다닌 게냐?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얌전한 줄 알았지. 열 다섯에 남자들과 놀아나는 이 동네 여자애들처럼 된다. 너는 사립학교에 다니는 공부하는 아이라고. <나는 그저 노동자일 뿐이었지만, 네 나이에는 품행이 단정했어> 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혹시라도 너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나면, 이 집에 발도 들이지 마라. 어머니는 옆집의 광견병 걸린 개처럼 나를 가뒀다.

 

계단, 거리, 다리를 걸으면서 하나만 생각한다. 낙태 전문 산파의 주방의 테이블, 긴 솔로 씻어내 주는 그 산파를 찾아야 한다. 흑인 여자, 은밀한 친구, 그녀는 어느 지붕 아래 숨어 있을까. 산파를 찾는데 두 달이 걸렸다. 부모님 집에는 갈 수 없다. 그들에게 설명할 수 없다. 모두 잊자. 나는 학위 수료증을 받을 것이다. 어머니는 믿지 않을 것이고 내가 성폭행을 당한 것이리라 생각할 것이다.

 

아니 에르노의 첫 작품, 빈 옷장은 그녀의 이름 앞에 늘붙는, ‘자전적 소설의 시초이다. 작가의 체험을 썼고, 그녀의 말처럼 기억에 대한 주관적인 시선은 있을 수 있겠으나, 거짓과 허구는 없다. 다만 드니즈 르쉬르라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했다. 저자는 글쓰기란 세상을 향해 무언가를 던지는 행위이며, 보이지 않는 것들에 형태를 만들어 존재하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칼에 손가락을 베인 사람을 보면 내 손가락이 욱신거리듯이, 우리는 그녀의 글을 감각으로 느낀다. 살아낸 글, 살아서 건너오는 글, 그것이 바로 아니에르노의 문학이 가진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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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노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2
이희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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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면접을 본다는 [페인트]의 작가 이희영의 신작이 나왔다. [보통의 노을]34세 철없는 엄마 지혜씨와 18세 애늙은이 아들 노을의 이야기. 청소년 문학으로 청소년에서 어른까지 읽을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다.

 

노을은 자신의 이름을 딴 지혜 공방을 운영하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노을은 사랑에 빠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적어도 외롭다는 생각은 안들겠지? 그렇다고 노을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열여덟의 아들을 둔 사람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젋고 예쁜 엄마 때문이다.

 

주말이면 6년 지기 성하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국집 주방보조 아르바이트를 한다. 5층 건물인 3층에 위치해 있는 중국집 짜장짬뽕 맛이 끝내줘서 어떻게 알고 전화가 오지만 배달이 안 된다는 한마디에 세상에 배달 안 되는 중국집이 어디 있느냐며 목에 핏대를 세운다. 성하 오빠 성빈 형이 대기업 최종 면접에 합격하였다는 소식이었다. 시험에 턱턱 합격하는 것과 미련한 성격은 상관관계가 전혀 없을까? 벌써 5년이다. 성빈이가 노을의 엄마를 해바라기처럼 봐라봐 온 시간이 미련하다 못해 답답하게 여겨진다.

 

노을은 10대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한 번도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그런 존재 없이도 엄마와 생활하는 데 전혀 문제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엄마가 아프거나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어할 때면 어린 노을은 고민했다. 엄마가 힘들지 않게 곁에서 지켜 주는 사람이 존재하기를 바랐다. 노을이 알바하는 곳에 동우가 찾아왔다. 노을은 딱히 어울리는 친구가 없었다. 동우가 괴롭힘을 당할 때 도와준 후로 친구가 되었다. 동우가 성하를 소개 시켜달라고 하였다. 성하는 잘 알지만 동우에 대해 아는 게 없어 만남을 주선하는 게 맞는지 고민을 하였다. 동우의 커밍아웃이라는 뜻밖의 고백에 노을은 이해했다.

 

5년 전, 스물 아홉살의 엄마에게 스물셋의 형은 사랑을 말했다. 군대 다녀와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형은 입대했다. 다음은 학교생활에 충실해요, 졸업부터 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 형은 좋은 학점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노을은 엄마와 비슷한 나이도 좋고, 인생 경험이 많은 사람도 괜찮다. 나란히 보폭을 맞춰 줄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남들이 수군대며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길 바랄뿐이다.

 

평범함이 뭐냐 묻는다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은 게 평범한 것 아닐까. 노을은 말했다. 보통의 삶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같지 않을까? 편리하고 빠른 만큼 이미 그 길에 올라섰으면 큰 선택지가 별로 없으니까. 성하가 대답했다. 배달원 오토바이 사고를 듣고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아저씨가 배달하지 않는 이유를, 무엇을 하든 늘 느긋하고 태평하기만 한지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지름길이 너무 끔찍했을 것이다. 아저씨는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며 성빈 형과 엄마의 교제를 이해해 주었다.

 

소설에는 노을의 절친 성하와 동우를 비롯해 엄마와 성빈, 성하 아빠의 다채로운 사연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사회가 말하는 평범함이 무엇인지, 세상이 정한 기준이 무엇인지 여러 인물들의 시선에서 묻고 답한다. 노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는 보통과 평균을 어떤 의미로 생각하는지 곱씹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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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 하늘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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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벨리스크의 문을 열고 살아남은 오로진은 에쑨이 유일하다. 에쑨은 기록된 역사보다 더 오래된 신비한 메커니즘의 힘을 해방시켜 승리를 거두었고, 그 힘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열 반지 알라배스터를 죽여버렸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그걸 원했다는 의심이 들긴 하지만 그는 죽었고, 일련의 사건들 덕분에 이 행성에서 가장 강력한 오로진이다. 종결을 선고 받았다. 왜냐하면 그녀의 몸은 돌로 변하고 있고, 지금은 오른팔뿐이다.

 

[석조 하늘]은 부서진 대지 시리즈 마지막이다. 에쑨을 따라다니는 스톤이터이자 시리즈의 화자인 호아는 대륙이 고요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한참도 전에 자리했던 고대 문명 실 아나기스트에 대한 회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쑨은 오로진을 인정하지 않는 아빠와 담판을 짓다가 살해하지만 어린 나쑨에게 여전히 감당하기 힘들다. 괴물 같은 나쑨의 두 보호자. 나쑨을 위해 서로 도와야 한다. 지자가 나쑨을 죽이려고 하기 전에 감지한 것, 그 엄청난 힘의 폭발은 수십 개의 오벨리스크가 한꺼번에 응축시켜 증폭한 스틸은 그것을 오벨리스크의 문이라고 불렀다.

 

샤파는 제키티 마을 여덟 아이들과 함께 가기로 한다. 너희들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려면 너희를 해치려는 자를 고르되 딱 한 명을 죽이라고 한다. 나쑨의 수호자 샤파와 의문의 스톤이터 스틸은 반대쪽에 있는 도시 코어포인트로 향한다. 에쑨이 달을 붙잡아 이 끝없는 계절을 끝내기로 결심했다. 호아는 네 딸이 네 짐작보다 훨씬 대단하고, 지자가 죽었다는 말을 전한다.

 

샤파는 지자에게서 나쑨을 보호했다. 나쑨에게 다정했다. 에쑨은 그 애에게 다정하게 굴지 못했는데, 그 생각을 하자 네 안의 모든 것이 진저리 친다. 나쑨은 샤파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샤파의 머릿속에 심어 놓은 코어스톤이 어떻게 들어가게 됐는지 궁금해진다. 수호자는 조산술이 사라지는 것을 예방하고, 그게 없다면 이 세상 사람들은 생존하지 못할 테니까. 오로진은 꼭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너희는 반드시 도구여야 하고 도구는 사람이 될 수 없지. 수호자는 도구를 지키고, 도구의 유용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적인 부분을 죽여야 한다.

 

에쑨은 레나니스에 도착한다. 화산재 때문에 고생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열개가 너무 가까워서 장벽이 가벼운 입자를 상층 대기로 상승시키고 있는 덕분이다. 이 도시는 변칙적인 건물들의 향연이다. 얼마 전에 사라진 유메네스나 그보다도 훨씬 오래전에 죽어 버린 실 아나기스트에 비하면 그리 높은 건물들도 없다. 코어포인트는 커다란 해저 순상화산 위에 세워 졌으며, 도시 중앙에 뚫려 있는 구멍의 상층부에는 몇 킬로미터 아래까지 복잡한 거주 공간과 연구실, 제조공장 등이 설치되어 있다.

 

영원히 산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아느냐? 샤파의 나이가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느냐? 관심이 있기는 하니? 수호자는 대개 3000년에서 4000년 가량 산다. 그렇게 긴 세월을 상상할 수 있겠느냐? 지난 2년간 네가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 보렴. 이제 그 3년에 1000배를 곱한 시간이 끝없이 이어진다고 상상해 보라.

 

아버지 대지는 나쑨이 달을 끌어 내리려고 하는 것을 알고, 그것이 붕괴보다 더 끔찍한 재앙을 초래할 것임을 아는 것이다. “나쑨!” 너는 외친다. 에쑨이 기억하는 것보다 키가 많이 자랐다. 나쑨은 만날 거라고 기대하지 않은 사람을 마주친 것처럼 에쑨을 응시한다. 모녀 상봉이 너무 애처럽다. 나쑨은 고요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평온하고 화창한 날에도 결코 고요하지 않은 땅. 대륙을 뒤흔든 대격변과 함께 찾아온 가혹한 계절, 수만 년간 이어져 내려온 억압과 낡은 질서를 불태울 혁명의 서사시, 재미있게 읽었다.

 

[부서진 대지] 3부작에서 그려지는 계절과 인간관계의 양상이 현실의 그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새로운 시작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를 보여 주는 [석조 하늘]의 결말이 더욱 감명 깊고 절실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다섯 번째 계절]과 함께 [타임]이 선정한 역대 최고의 판타지 100선에 오르며 3부작의 완벽한 결말임을 유감없이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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