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노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2
이희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모도 면접을 본다는 [페인트]의 작가 이희영의 신작이 나왔다. [보통의 노을]34세 철없는 엄마 지혜씨와 18세 애늙은이 아들 노을의 이야기. 청소년 문학으로 청소년에서 어른까지 읽을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다.

 

노을은 자신의 이름을 딴 지혜 공방을 운영하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노을은 사랑에 빠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적어도 외롭다는 생각은 안들겠지? 그렇다고 노을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열여덟의 아들을 둔 사람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젋고 예쁜 엄마 때문이다.

 

주말이면 6년 지기 성하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국집 주방보조 아르바이트를 한다. 5층 건물인 3층에 위치해 있는 중국집 짜장짬뽕 맛이 끝내줘서 어떻게 알고 전화가 오지만 배달이 안 된다는 한마디에 세상에 배달 안 되는 중국집이 어디 있느냐며 목에 핏대를 세운다. 성하 오빠 성빈 형이 대기업 최종 면접에 합격하였다는 소식이었다. 시험에 턱턱 합격하는 것과 미련한 성격은 상관관계가 전혀 없을까? 벌써 5년이다. 성빈이가 노을의 엄마를 해바라기처럼 봐라봐 온 시간이 미련하다 못해 답답하게 여겨진다.

 

노을은 10대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한 번도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그런 존재 없이도 엄마와 생활하는 데 전혀 문제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엄마가 아프거나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어할 때면 어린 노을은 고민했다. 엄마가 힘들지 않게 곁에서 지켜 주는 사람이 존재하기를 바랐다. 노을이 알바하는 곳에 동우가 찾아왔다. 노을은 딱히 어울리는 친구가 없었다. 동우가 괴롭힘을 당할 때 도와준 후로 친구가 되었다. 동우가 성하를 소개 시켜달라고 하였다. 성하는 잘 알지만 동우에 대해 아는 게 없어 만남을 주선하는 게 맞는지 고민을 하였다. 동우의 커밍아웃이라는 뜻밖의 고백에 노을은 이해했다.

 

5년 전, 스물 아홉살의 엄마에게 스물셋의 형은 사랑을 말했다. 군대 다녀와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형은 입대했다. 다음은 학교생활에 충실해요, 졸업부터 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 형은 좋은 학점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노을은 엄마와 비슷한 나이도 좋고, 인생 경험이 많은 사람도 괜찮다. 나란히 보폭을 맞춰 줄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남들이 수군대며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길 바랄뿐이다.

 

평범함이 뭐냐 묻는다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은 게 평범한 것 아닐까. 노을은 말했다. 보통의 삶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같지 않을까? 편리하고 빠른 만큼 이미 그 길에 올라섰으면 큰 선택지가 별로 없으니까. 성하가 대답했다. 배달원 오토바이 사고를 듣고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아저씨가 배달하지 않는 이유를, 무엇을 하든 늘 느긋하고 태평하기만 한지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지름길이 너무 끔찍했을 것이다. 아저씨는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며 성빈 형과 엄마의 교제를 이해해 주었다.

 

소설에는 노을의 절친 성하와 동우를 비롯해 엄마와 성빈, 성하 아빠의 다채로운 사연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사회가 말하는 평범함이 무엇인지, 세상이 정한 기준이 무엇인지 여러 인물들의 시선에서 묻고 답한다. 노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는 보통과 평균을 어떤 의미로 생각하는지 곱씹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