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개의 쓰잘머리 없는 이야기들
최지운 지음 / 시현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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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른 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최지운 작가의 소설집이다. 소설 속 남자여자로 호칭을 한 주인공들은 같거나 다른 인물로 그려진다. 아주 사소하고 제목처럼 쓰잘머리 없는 이야기로 들리지만 그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은 면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읽은 단편소설 중 특이한 점은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소재를 삼았다는 것이다. 캔커피를 시작해서 출근까지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공시생은 추운 겨울 공무원 시험에도 떨어졌지만 캔커피와 따스한 그녀의 미소와 격려가 좋았다. 대기업에 취업을 한 그녀가 동료가 건네주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받는 것을 보고 자신이 초라하고 작아보였다.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남자는 동생이 결혼 할 여자친구를 집에 데리고 온다고 하여 집으로 바로 가지 못하고 편의점 근처를 서성대고 있었고, 친구들은 그와 시간 때우기가 안되었다. 편의점에서 대타를 해주면서 집에는 연장근무라고 말하는 남자가 한심하고 한편은 짠하게 느껴졌다.

 

일개 대리가 까마득한 상사의 집을 들락거리는 걸 주변 사람들은 의아하게 보았다. 부장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대리가 와이프랑 다정한 모습을 보여줘야 부러워서 노력할 것 아닌가 했다. 그러나 부장은 집에 돌아가면 반겨주는 와이프가 있는 그를 부럽다고 말한다. 결혼은 못했어도 소설을 발표한 여자는 시집을 간 여자를 살림하는 여자를 부러워한다.

 

남자는 프로 야구에 발을 들여놓은 지 벌써 칠팔 년이 다 되어 갔지만, 자신이 뼈를 묻을 팀을 찾지 못하고 떠돌았다. 가족들은 누가 캐묻기 전까지는 남자가 프로 야구 선수란 걸 밝히지 않았다. 월급은 쥐꼬리만 하게 주면서 맨날 야근이라는 애인의 말이 귓가에서 앵앵거렸다. 친구는 고작 편의점 야간 알바에 불과한데도 정규직인 자신보다 모든 게 나아 보였다.

 

최지운 작가는 동국대학교 예술대학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업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문화콘텐츠를 공부했다.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동화, 2013년 한경 청년신춘문예에서 장편소설로 등단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장편소설 <옥수동 타이거스(2013)>, <통제사의 부하들(2013)>, <시간을 마시는 카페(2016)>, <대두인(2018)>, <삼엽충(2019)>, <트라이아웃(2020)>을 출간했으며 이외에 역사 교양서 <책임지는 용기, 징비록(2015)>을 펴냈다. 현재는 장편소설을 집필하면서 영상콘텐츠와 관련된 다양한 소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또한 협성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남대학교 한영문화콘텐츠학과 등 여러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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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플라스틱맨 - 일본 제8회 그림책 출판상 우수상 수상작
기요타 게이코 지음, 엄혜숙 옮김 / 특서주니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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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특별한서재에서 출간한 특서주니어 유아 그림책으로 모두가 힘을 모으면 망가져가는 바다를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일본 스프링잉크사 주최 제8회 그림책출판상 우수상을 수상한 [고마워, 플라스틱맨]은 어느 날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태어난 플라스틱맨의 이야기를 담았다.

 

편리한 물건은 대개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이 마을 공장에서는 플라스틱을 만들고 사람들은 플라스틱을 쓰고 나서 자꾸자꾸 버렸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비와 바람에 운반되어 바다로 흘러가서 쓰레기에 휘감겨 꼼짝도 못하거나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는 생물이 많다. 주위에 있는 해로운 것들이 자꾸자꾸 들러붙어서 바다를 떠도는데 그것을 물고기가 먹게 된다.



물고기가 깃들여 사는 산호도 플라스틱을 먹고 죽는 일이 있다. 따라서 산호가 죽으면 살 집을 잃은 물고기도 죽고 만다. 그래서 아름다운 바다는 점점 더 황폐해진다.

공장에서 플라스틱을 만들기 때문에 마을과 바다가 더러워졌다고 쓰레기로 가득 찬 마을에서는 싸움이 그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 생물들의 슬픔과 분노가 가득 차서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플라스틱맨이 태어났다. 플라스틱맨의 가슴이 빛나고 있었다. 근처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후후 바람을 불어서 쓰레기 버리는 사람을 주의시켰다. 모두들 무서워하며 도망칠 뿐이었다. 사람들은 플라스틱맨에게 맞서서 싸웠지만 플라스틱맨은 슬픈 듯이 눈물을 흘리며 무언가를 계속 호소했다.



이 녀석,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아. 생각해 보면 그렇게 큰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사람들은 플라스틱맨을 당분간 관찰하기로 했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플라스틱맨을 본 사람이 말했다. 바람이 불고 있는데도 필사적으로 쓰레기를 줍고 있더라구 말이다. 바다에 잠수해 있는 사람이 말했다. “눈에서 빛이 나와 주변을 밝히고 있었어.”라고 모래밭에서 놀던 아이가 말했어. “플라스틱맨은 코로 모래를 빨아들여서는 입으로 플라스틱 조각만을 토해 내서 모으고 있었어. 깨끗한 모래밭처럼 보였는데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이 모래 속에 숨어 있었던 거야!”



사람들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얼마나 마을을 더럽히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플라스틱맨과 함께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마을도 깨끗해지고 마을 사람들의 마음도 바뀌었기 때문에 플라스틱맨은 바닷속에서 잠시 쉬기로 했어 하지만 걱정스럽고 또 걱정스러워서 하는 수 없이 땅위의 모습을 보러 갔어. 가슴은 빛나지 않았지만 말이야.

 

플라스틱맨은 앞으로도 바닷속에서 우리를 지켜볼 거야. 너도 언젠가 만날 수 있을지 몰라!

 

[고마워, 플라스틱맨]을 읽은 아이들의 마음에도 아름다운 바다에 대한 책임감이 무럭무럭 샘솟고, 연대와 공존, 협력하는 마음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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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정순임 지음 / 파람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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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5대에 걸쳐 400년을 한집에서 살아온 우복종가에서 나고 자란 연년생 오빠와 둘째로 태어난 딸의 이야기다. 그녀는 고향집에 귀환해 된장, 고추장 담그며 꾸는 꿈, 문화재로 등재된 고택에서 벌어지는 어머니와 딸의 갈등과 화해와 치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집안의 둘째로, 딸로 태어나 받은 차별은 상처가 되어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종갓집이라 먹을 것 입을 것 걱정 안할 것 같은데 집안의 어른들이 오빠와 다르게 대우 하는 것에 염증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가 착하다고 했다. 상처는 곪아가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나이 오십에 가출을 감행을 한 것은 시도 때도 없이 바닥을 드러내는 자존감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괜찮다 괜찮다 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나만 그런 것도 아니라고, 입 앙다물고 두 손 볼끈 쥐고 걸어왔는데, 괜찮아지지 않았다는 말이 왜 그리 공감이 되던지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남동생이 태어나던 날 자다가 안방에서 쫓겨났다는 것도 나도 막내동생이 태어날 때 셋방 살이 할때라 주인집에 가서 자라고 하면서 쫓겨났는데 마루에서 쪼그리고 있던 내가 생각났다.

 

우천할매와 할매 며느리 무섬아지매는 결혼하고 이혼하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던 부산살이 저자의 손을 잡아주었다. 추억이란 이름으로 다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열한 살부터 집을 떠나 대처에서 공부하다가 오십에 다시 귀향할 때까지 만만치 않았던 시간들을 견디게 한 것은 고향산천이다. 사랑 하나 믿고 식구들 가슴에 대못을 박고 혼전 임신으로 시작한 결혼 생활이 8년만에 끝이 나고 두 딸을 데리고 살아왔다.

 

형제들끼리 고향으로 모이자는 의견이 나왔고, 대대로 내려온 장 담그는 일도 배우고 여러 음식도 익혀 두어야 해서 안동과 상주를 오가는 두 집 살림이 시작되었다. 3년은 느긋하게 시골살이를 배우고 익히며 지내자는 생각이었다. 귀향하고 상표 등록을 하면서 엄마와 충돌이 잦았다. 떨어져 있으면 궁금하고 걱정되고 눈앞에 있으면 마음에 차지 않는 딸이라고 결론에 닿았을 때 가출을 실행했고 제주도 한적한 마을에 한달 살기를 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걷고 울고 쓰고 또 썼다.

 

갱년기가 어떨지 상상한 적도 없다보니 자다가 식은 땀이 흐르면 일어나 앉아 나이 들어가는 육체를 마주해야 하고, 어떤 놈이든 걸리기만 해봐라. 이 시기가 모든 순간에 주인공이 되는 시기, 앗싸! 나에게도 드디어 갱년기의 시기가 도래했다. 갱년기가 다 똑같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공감하고 공감을 하게 되었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이름이자 사소한 일로도 순식간에 해체 될 수 있는 모래성 같다. 두 딸내미 손을 잡고, 결혼 밖으로 나온 그날부터 이십여 년 늘 폭풍우 속에 서 있던 저자를 품어준 고향과 부모 형제가 있어 고맙다고 표현한다. 저자가 아홉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 나이 서른둘 나이에 종부로 네 남매를 데리고 살아온 삶이 말이나 글로 헤아려질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의 고향집 당호 산수헌은 우복 정경세 종가이고 국가 민속문화재다. 25대 조부께서 진주에서 상주로 이거하셨고, 대를 이어 살고 있으며 고향집으로 터전을 옮긴 분은 15대 조부 우복 할배다. 삶의 형태가 바뀌는 데 따라 변화해온 것이다. 반바지를 입고 마루를 닦고, 들에 나가 직접 고추와 콩을 심고, 딸내미 우렁찬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서 산수헌 사람들은 오늘을 산다고 말한다. 고택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배경으로, 여성으로서의 생애와 감정을 담담하게 잘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을 덮으며 산수헌의 장맛이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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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법을 바꾸면 통증이 사라진다 - 인생이 달라지는 ‘굽히며 걷기’의 기술
기데라 에이시 지음, 지소연 옮김 / 길벗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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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작학 전문가가 알려주는 올바른 걷기의 힘이다. 9가지 통증별 걸음걸이 처방전, 상황별 올바른 걷기법, 등산하는 법과 달리는 법이 담겼다. 다이어트 겸 건강에 도움이 되려고 매일 걷기를 하고 있는데 걷는 법이라는 제목에 끌려서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는 검도 전문가로서 옛 검도의 토대가 된 걸음걸이는 오래 걸어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걷는 법을 조그만 바꾸면 요통, 무릎 통증, 무지외반증 등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움직임이나 스포츠의 성과 등도 훨씬 좋아진다. 현대인들의 뻗으며 걷는습관이 보행 수명을 단축한다. 목표는 근력에 의지하지 않고 편안하게 걷는 것인데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굽히며 걷기란 무엇일까?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좋은 걸음걸이로 이동하는 방법이다.





근력에 의지해야만 하는 뻗으며 걷기대신 근력에 의지하지 않아도 올바르게 걸을 수 있는 굽히며 걷기를 제안한다. 다리를 뻗으며 걸으면 내딛는 발의 근력으로 바닥을 밀어내게 되는데 굽히며 걷기는 근력에 기대지 않고 중력과 지면반력을 이용해 걷는 방법은 서서 발뒤꿈치를 붙이고 발목에서부터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서 발을 내디뎌 전진한다. 이때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는 힘이 중력이다. 이 힘은 무릎을 굽혔다 펴며 자세가 달라지는 순간 커지는데 큰 지면반력을 얻어 근력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몸을 편안하게 앞으로 옮길 수 있다.

 

검도는 저자가 걷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으며 중학교 검도부에서 아이들에게 검도를 가르치다 아킬레스건에 부상을 입었다. 또 다른 이유는 아버지가 파킨슨병으로 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걸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인생의 중대한 기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발목 스트레칭으로 발목의 유연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발바닥 전체로 바닥을 밟는 느낌도 배울 수 있다. 어깨의 힘을 빼고 두 다리를 골반 너비로 벌린 다음 발끝은 약간 바깥쪽으로 돌린다. 양 발바닥을 바닥에 단단히 붙이고 선다.

 

무지외반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발의 질환이다. 심하면 통증 때문에 걷지못하기도 하고 통증을 피하려다 자세가 나빠진다. 그 결과 허리와 무릎에 나쁜 영향을 미쳐 또 다른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원인으로 주로 불편한 구두나 유전적 요인을 꼽지만, 걷는 법과도 관계가 있다.




상체를 약간 앞으로 기울이고 발뒤꿈치부터 발바닥 전체를 사용하자. 발끝에 체중을 싣는 자세에서 발뒤꿈치에 체중을 싣는 자세로 바꿔주는 교정 운동을 10회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족저근막이란 발바닥 앞부터 발뒤꿈치까지 뻗어 있는 강한 섬유막을 가리킨다. 발바닥의 아치를 유지하고 보행 시 지면에서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며 쿠션 역할을 한다. 발바닥에 큰 충격을 주는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발바닥의 근육과 힘줄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져 염증이 발생한다.

 

산을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걷는 방법이 다르듯이 주로 사용하는 근육도 다르다. 산을 오를 때는 내려갈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므로 에너지 고갈에 주의해야 한다. 중요한 점이 바로 운동의 강도이다. 올라갈 때는 일정한 속도로 조금 힘들다는 느낌이 들도록 걸어야 한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굽히며 달리기로 오래오래 즐겁게 달리라고 한다. 최근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 체력 증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달리기를 한다. 과도한 연습으로 부상을 입는 사람이 많은데 즐겁게 달리려면 합리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

 

파트 4에는 걸음걸이가 달라진 사람들의 체험담이 담겼다. 스미다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보행이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에 고관절을 여는 스트레칭 등을 알려주고 매일 실천하도록 했는데 열심히 노력한 결과, 효과가 나타나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걷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면서 우리의 걸음걸이는 너무나 획일화되어 있다고 뼈저리게 느꼈다. 통증과 상황에 따른 걷는 법에서 걷기에 정답은 없다.”라고 말한다. 통증별 걷는 법에 관해서는 의료에 종사하지 않지만 좀 더 많은 사람의 통증을 덜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하였다. 처음에는 서두르지 말고 기본이 되는 굽히며 걷기를 천천히 연습해 보라고 말한다. 산책을 하면서 약간 굽혀서 걸어보니 걷기에 편안함이 느껴졌다. 걷는 방법을 자세히 익혀서 통증 없는 걸음을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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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 -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영민 외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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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은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자기 발견의 인문학이다. 다섯 명의 교수가 함께 썼는데 전공은 지리학, 심리학, 문예학, 언어학, 교육학으로 모두 다르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60대 전후라는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 다르면 다를수록 아름다운 나로 거듭나보자.

 

인문지리학에서 장소감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다룬다. 제자리에 있을 때의 장소감은 모든 게 낯익은 것에서 느끼는 편안함이다. 여행은 낯선 곳에서 낯선 것들을 만나는 흥미로운 과정이다. 낯선 것들을 만나 겪는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잠재되어 있던 나의 능력들이 발현된다. 여행의 궁극적 목적과 결과는 내가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일 수 있다.

 

내 삶의 터전은 이 세상의 다른 수많은 장소와 결코 똑같지 않은 독특한 경관과 사람들로 구성된 딱 하나뿐인 곳이다. 여행은 별것이 아니다. 멀리 떨어진 저곳이나 가까운 이곳에서 낯선 것들은 당연히 낯설게 바라보고 그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의미를 끄집어내 생각해보는 것이 그게 바로 여행이다.

 

변심한 애인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고민하던 학생은 저자에게 대신 연락을 해달라고 메일을 보내왔다. 떠나간 애인은 독립변수, 자신은 종속변수가 되어 피해의식에 완전히 매몰된 채로, 애인과의 관계를 되돌리지 않으면 다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별통보를 받았던 B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상대의 마음보다는 그래도 자기 마음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변화시키려고 하기 보다는 자기 마음을 불러 앉혀서 달래고 이 사태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 같이 의논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낯선 나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받아들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자연 또는 생태를 생각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작가는 장 자크 루소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다. 루소는 우주 만물을 움직이고 여기에 질서를 부여하는 존재자인 신을 인정한다. <월든>에 담겼듯이 소로 역시 루소와 마찬가지로 타인의 기준으로 살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자아를 추구했다. 소로가 <월든>의 독자에게 권고하는 것은 단순한 삶이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 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하지 말라.

 

한국인과 일본인의 인식의 차이에서 발견되는 한국인으로서 나를 발견하고 어쩌면 인생이란 배우고 공감하며 서로 다른 사람들과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일본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에 대해 생각지도 못했던 점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자신이 사는 지역과 공간을 넘어 다양한 자극을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고정되고 안정된 가 아닌, 변화하면서도 그 변화를 즐길 줄 아는 가 필요한 시대다. 멀고도 가까운 일본을 제대로 아는 것이, 나를 보다 풍요롭고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드는 방법이 될 것이다.

 

다양한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머릿속에 고정관념과 편견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 편견은 좁게는 어떤 집단이나 집단 구성원에 대한 비합리적이고 부정적인 평가”, 넓게는 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사람, 다른 민족에 대해서 내리는 판단을 가리킨다.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집필한 것이다. 인생이 흔들린다면 나를 돌아보고. 결국 모든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에 있다고 강조한다. 나는 완성이 아니라 끊임없는 발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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